희비엇갈린 PSCK9-CETP억제제

ESC 2017, 혜택 빛 본 PSCK9 vs 애매한 효과남긴 CETP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차세대 고지혈증치료제 시장을 놓고 PCSK9 억제제와 CETP 억제제 사이에 명암이 갈리고 있다.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ESC) 연례학술대회에서 PCSK9 억제제 계열은 기존에 출시된 약물은 물론 신약후보 물질까지 기대감을 만족시키는 임상 결과를 내놓은 반면 CETP 억제제는 심혈관계 효과는 있지만 아쉬운 점이 많아 모호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상업화에 여부에 물음표를 남겼다.

프로단백질전환효소 서브틸리신·켁신(PCSK)9 억제제는 LDL-C를 관리하는 새로운 계열의 약물로 잠재적으로 50~60%가량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스타틴 불내성(intolerant) 환자나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또는 LDL-C 수치를 높이는 유전적 이상이 있는 환자 치료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혁신 신약으로 꼽히고 있다.

레파타·인클리시란 심혈관 혜택 주목

올해 8월 국내 출시한 레파타는 강력한 LDL-C 수치 강하가 가져다주는 심혈관 혜택을 입증했다.

미국 브리검여성병원 Robert Giugliano 교수팀이 치료 4주째 LDL-C 수치에 따라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한 연구에서 수치를 현행 가이드라인보다 낮은 극미한 수준까지 공격적으로 낮춘 환자 군에서 심혈관 위험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LDL-C 수치와 부작용 간에 유의한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장기지속형 소간섭 RNA로 PCSK9을 억제하는 인클리시란은 1년 2회 피하주사라는 획기적인 복용 편의성으로 심혈관 고위험군의 LDL-C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2상 임상 결과를 선보여 기대를 모았다.

치료 6개월간 1일째와 90일째 300㎎ 2회 투여하는 용량이 가장 효과가 뛰어났는데 1년간 LDL-C 수치를 거의 50% 가까이 줄였다. 연구팀은 처음에는 1일과 90일째 투여하고 이후엔 1년에 2회 투여하면 충분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복혈당·당화혈색소 약간 높이지만 혜택 더 크다

이번 ESC에서는 PCSK9 억제제와 당뇨병 발생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6만 8000명 이상 데이터를 메타 분석한 연구도 소개됐다. 그 결과 단기간 제2형 당뇨병이 발생할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았다.

브라질 캄피나스대 Luiz Sergio 교수는 "PCSK9 유전자에서 유전적 변이는 당뇨병 발생과 연관성 있어 PCSK9 억제제 복용이 제2형 당뇨병 발생시킬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고 연구배경을 밝혔다.

연구팀이 PCSK9 억제제와 위약을 대조한 20개 임상시험 자료를 분석한 결과 PCSK9 억제제는 1년에 공복혈당을 2%, 당화혈색소는 0.05%씩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탐구 분석에서 연령과 성별을 보정했을 때 제2형 당뇨병 위험은 PCSK9 억제제를 1년 이상 치료받고 LDL-C 수치가 55% 이상 많이 감소한 환자에서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Sergio 교수는 "PCSK9 억제제 치료가 작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공복혈당과 당화혈색소를 증가시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그러나 단기간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진 않았고, 장기간 작거나 중등도 당뇨병 유발 효과가 발견된다 하더라도 심혈관 위험 감소 혜택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처방 가이드라인을 변경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나세트라핍 4년 치료결과 관상동맥 사건 9% 감소

PCSK9 억제제 혜택이 연거푸 조명되는 동안 콜레스테롤 에스터 수송 단백질 CETP 억제제에는 물음표가 붙었다.

과거 화이자와 로슈, 릴리 등 다수 글로벌 제약사가 CETP 억제제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으나 임상 중 예상치 못한 심각한 부작용, 적은 효능 등으로 포기했다. 이후 제약사들은 CETP 억제제 계열 대신 PCSK9 억제제 계열 약물의 개발과 상업화를 시작했다.

현재는 CETP 억제제 계열을 개발로 MSD가 가장 앞서고 있고, 종근당이 2상 단계에 있다.

이번 ESC에서 발표된 내용은 MSD의 후보물질 아나세트라핍 3상 임상인 REVEAL 결과다.

연구팀은 심장마비나 뇌졸중 등 혈관질환이 있는 50세 이상 성인 3만 449명을 대상으로 아토바스타틴과의 병용요법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했다. 대상자는 모두 아토바스타틴 집중 치료를 받고 있었고 무작위로 아나세트라핍 100㎎/일 또는 위약군에 배정됐다.

평균 4.1개월 추적 결과 일차 평가 변수인 주요 관상동맥 사건, 관상동맥사, 심근경색 또는 관상동맥 혈관재생술 등 발생은 아나세트라핍군이 위약군보다 9%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아나세트라핍군의 LDL-C 수치가 적어도 20% 이상 줄었고, HDL-C 수치는 2배 증가했다.

사망이나 암, 기타 심각한 이상 반응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나세트라핍을 추가하자 혈압이 조금 상승하고, 신 기능이 약간 떨어지는 것이 관찰됐다.

혜택 적고 약물이 지방에 축적 지적

주요 공동 연구자인 영국 옥스포드대 Martin Landray 교수는 "LDL-C 감소 규모는 스타틴과 다른 LDL-C 저하제와 유사했고, 아나세트라핍군에서 HDL-C 수치가 많이 증가한 것은 위험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연구 결과는 2년 전 예상치 못한 위험 발생과 효능 부족으로 중단된 다른 CETP 억제제 임상 결과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공동 연구자인 Louise Bowman 박사는 "REVEAL 연구는 다른 CETP 억제제 연구보다 2배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했고, 심혈관 사건 발생 수에 대해 2배 이상 정보를 수집했으며 2배 이상 길게 치료했다"면서 "아나세트라핍 전체 효과는 처음 1년이 지나기 전까지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스타틴의 무작위 임상과 유사한 패턴이 관찰됐다"며 "결론적으로 이전에 진행된 CETP 억제제 임상은 혜택이 드러나기엔 연구 기간이 너무 짧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기간 추적 관찰했음에도 1차 평가변수 발생 위험이 9%밖에 감소하지 않았고, 죽상경화증 발생을 낮추는데 효과가 없었으며 약물이 지방에 축적되는 부작용이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KB투자증권 서근희 애널리스트는 "심혈관 사건을 9% 감소하는데 그쳐 신약의 혜택은 크지 않다고 판단되며 약물 성분이 조직 내 1년 이상 잔존한다는 부작용이 있다"면서 "MSD는 상업화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외부 전문가들과 3상 결과를 검토하고 있지만 애매한 결과로 인해 FDA 허가 신청을 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ESC # 레파타 # 인클리시란 # 아나세트라핍

박도영 기자 ([email protected])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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