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과 비공개 만남을 갖게 된 배경을 놓고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모처에서 박 위원장을 만나 전공의들의 입장을 듣고,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만남 직후 페이스북에 “2025년 증원부터 철회해야 한다”며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할 생각 없다. 그리고 대한전공의협의회 7가지 요구안도 변함없다”고 했다.
이 대표가 직접 나섰지만 전공의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는 실패한 셈이다. 하지만 민주당도 애초에 이번 만남이 실제 전공의들의 협의체 참여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비공개 만남에 앞서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2025학년도 정원 얘기도 의제에 포함해서 대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정부가 거기에 완고하기 때문에 의료계가 대화에 참여하는 게 매우 어렵다”고 했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 역시 비공개 만남 전날(25일) 본지에 “정부의 입장 변화가 전혀 없는데 그냥 (협의체에) 들어오라고 한다고 해결이 되겠나”라며 “(이번 만남은) 해법을 구상하기 위해 전공의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 대표가 여야의정 협의체에 미온적인 야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불식하고, 책임을 재차 정부 측으로 넘기기 위해 박 위원장과 만남을 가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민주당은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참여를 선언했을 때만 해도 협의체에 부정적이었다. 전공의, 의대생 등 의정 갈등의 당사자가 빠진 협의체는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여당의 협의체 출범이 난항을 겪는 이유로 야당을 지목하고, 의학회와 KAMC도 야당의 참여를 촉구하면서 자칫 야당에게 여론이 불리하게 흘러갈 수 있는 형국이었다.
실제 양측의 만남 사실이 알려지기 전 여당 관계자는 “전공의는 핑계일 뿐 야당은 연말까지 의정 갈등을 끌고 가면서 정치적 이익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야당을 향한) 부정적 여론이 올라오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결국 협의체에 참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 시점에서 돌연 이재명 대표는 협의체 참여를 설득하겠다며 박단 위원장과 비공개 만남에 나섰다. 협의체 출범을 가로막고 있는 건 야당이 아니라 요지부동인 정부라는 인상을 주기 위한 노림수가 있었을 거라는 분석이다.
특히 이 대표는 면담 직후 수석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2025년 정원 문제에 대해 기존보다 한발 더 나아간 듯한 입장을 내놓으며 정부를 향한 압박 수위도 높였다.
2025년 정원과 관련해 면담 직전까지만 해도 ‘논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수준이었지만, 면담 후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해야 한다’라고 했다. 2025년 정원을 단순히 논의 대상으로 올리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감축, 철회 등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의료계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로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위해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을 텐데 박단 위원장 역시 그중 하나일 것”이라며 “박 위원장으로부터 야당과 앞으로 종종 소통하겠다는 공개 발언을 이끌어낸 것 자체로도 윤 대통령을 압박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성과라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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