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수 의협회장 "원가에 못미치는 수가...공급자들끼리 제로섬게임 수가협상 더 이상 안돼"

수가협상 상견례서 김용익 이사장 "코로나19로 의료계 물론 전국민 모두 어려워 건보료 인상 불가…수가 합의점 찾아야"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오는 2022년 수가협상을 앞두고 보험자와 공급자가 한 자리에 모였다. 이날 공급자단체장들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어려움을 거듭 호소하면서 합리적 수가 인상을 촉구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은 6일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2022년 요양급여비용 계약 관련 의약단체장 간담회에서 이 같은 공급자단체장들의 읍소를 이해하면서도, "의료계 뿐 아니라 전국민이 힘든 상황인만큼 균형점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코로나19 여파로 특히 의약단체들의 어려움이 상당한 상황이다. 피해를 본 의료계에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그러나 현재 국민들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 보험료 인상시 많은 문제가 된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보험자와 가입자, 공급자가 상생의 파트너십을 가지고 합리적으로 (수가인상률)균형점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합리적 논의에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취임 후 첫 수가협상에 임하는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의 입장은 달랐다. 현재 미리 정해진 숫자를 가지고 공급자들끼리 '제로섬게임'을 하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논의,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필수 의협회장은 "일본 후생성은 지난해 4월 코로나19가 확산되자마자 가장 먼저 진료수가를 2배 인상했고, 상황이 심각해진 5월부터는 중환자 수가를 3배 인상하는 등 선제적 조치를 단행했다"면서 "그러나 우리나라는 코로나19 관련 수가 신설 등 부분적 개선만 이뤄졌을 뿐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정부 정책이 의료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일은 늘었지만 수익은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코로나19로 동네의원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병원 하나의 폐업에 그치지 않고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국가경쟁력 저하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가에 못미치는 수가라는 것은 국회, 정부, 보험자 모두 인식하고 있으나, 매년 진행하는 수가협상에도 2%대에 불과한 인상률에 그치고 있다"며 "이는 공급자가 배제된 재정위에서 밴딩(전체 총 지출규모)을 설정한 후 명목만 협상인 '제로섬게임'방식의 수가인상률 통보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더이상 의료계에 희생만 강요해서는 안 된다. 현재 대부분의 보건의료지표들이 선진국 수준을 능가하는 만큼, 이에 화답하는 보건의료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더 이상 수가협상이 요식행위가 되지 않도록 창의적 관점에서 노력해달라"고 촉구했다.

또한 "수가인상과 함께 국고지원도 확대해야 한다. 대부분 건강보험제도를 가진 국가는 국고지원율이 30~50%에 이르는데, 우리는 법에 명시된 20%도 지키지 않고 있다. 20% 지원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회장도 건보공단이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선지급 등 병원계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도운 것에 대해 감사인사를 하면서도, 지금의 국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대적 수가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백신이 공급되더라도 적기에 접종이 이뤄지지 않으면 집단면역 형성이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 올해 3분기부터 의료기관에서 100만명, 150만명씩 접종을 해야 한다"면서 "문제는 의료인력이 무한대로 있는 게 아니어서 쥐어짜듯이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정 회장은 "코로나19 국가 난제를 해결하고 의료기관 종사자들이 위로, 격려받을 수 있도록 수가인상을 해달라"며 "당장 몇 퍼센트를 인상해준다고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의료진들의 사기를 북돋을 정도의 수치는 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현재 의료기관들은 비상상황이다. 새로온 이상일 급여상임이사(건보공단 수가협상단장)도 현재가 정상적 상황이 아니어서 정상적 틀을 제시하면 무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코로나 극복을 위한 중차대한 시기인 만큼 배려를 부탁드린다"고 거듭 당부했다.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약사회, 조산사협회 등 다른 공급자단체장들도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존폐의 기로에 서있음을 강조하고, 희생 강요가 아닌 합리적 배려를 촉구했다.

이상훈 치협회장은 "치과 특성상 비말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에 마스크, 페이스쉴드, 핸드피스 등 감염관리비용이 진료비 못지않게 발생하는 상황인데도 전혀 진료비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에 더해 내원일수가 23% 감소되는 등 동네치과가 파탄지경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외형적으로만 자랑스러운 건보제도일 뿐 의료인들에게는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면서 "작년과 같은 실망스러운 결과(인상률)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 의료진들이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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