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후보 '탈모' 건보 적용 공약..의료계∙암환자들 시선 '싸늘'

탈모 치료제 건보 적용으로 건보 재정 고갈 '가속화' 우려...캠프 내부선 긍정적

이재명 후보 캠프는 탈모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을 검토중이다. 사진=이재명 후보 유튜브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의 공약화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 의료계와 암환자를 비롯한 중증질환 환자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중증희귀질환 환자들이 고가의 치료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생명과 직접적 연관성이 없는 탈모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은 부적절한데다 건강보험 재정 고갈을 가속화 할 것이란 지적이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 캠프는 탈모치료제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으로 검토 중이다.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공약은 지난 2일 민주당 다이너마이트 청년선거대책위원회가 2030세대에게 제안을 받아 이 후보에게 건의한 공약이다.

온라인 반응 뜨겁지만 의료계는 우려...이상이 교수 "건강보험제도 망칠 포퓰리즘"

이 후보 측은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열광적인 반응이 일자 고무된 분위기다. 실제로 이 후보는 지난 4일 ‘모(毛)를 위해! 나를 위해!’라는 글을 올린 데 이어 탈모 공약과 관련해 직접 출연한 유튜브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의료계는 해당 공약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보장성 강화 정책(문재인케어) 추진으로 건보 재정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고, 향후 고령화 등으로 의료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탈모 치료의 건보 적용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앞서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을 비판했다가 당내 징계를 받았던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이상이 교수는 5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 후보의 탈모 치료제 건보 적용 공약에 대해 ‘포퓰리즘’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교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 원장을 지낸 바 있다.

이 교수는 “비급여인 탈모치료가 국민건강보험의 적용 대상이 되면 미용성형 및 피부과 영역의 수많은 시술과 치료들도 같은 반열에서 급여화가 검토돼야 할 것”이라며 “그런데 전 세계 어디에도 이런 나라는 없다”고 했다.

이어 “선진 복지 국가들은 고령화를 맞아 건강보장제도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오히려 생명과 건강의 유지에 필수적 의료서비스 항목이 아니라면 해당 분야의 본인부담을 늘리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가 그나마 세계적 자랑거리로 내세울 수 있는 국민건강보험제도마저 포퓰리즘 정치로 망쳐놓을 것 같다”며 “이재명 후보가 집권한다면 기본소득 도입으로 보편적 복지국가의 길은 가로막히고, 정부재정은 탕진될 것이며 국민건강보험은 국고 지원 제약으로 재정적 지속 가능성을 더욱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생명과 건강에 직접 관련성이 낮은 탈모 치료에 연간 수백억원 내지 1000억원대의 건보재정을 지출한다면 장차 국민건강보험은 재정적으로 죽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암환자들 "고가 항암제 등 어려움 겪는 환자들 생각해달라"...이재명 캠프는 긍정 검토중

고가 항암제 등으로 인해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암환자들 역시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김성주 회장은 “탈모를 겪는 분들의 심정도 이해는 하지만 암환자들은 항암제 건보 적용이 되지 않아 목숨이 왔다 갔다하는 상황”이라며 “한정된 건보 재정을 탈모 치료제에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가의 치료제 문제 등으로 인해 절벽에 서있는 암환자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주는 것이 대통령 후보로서 보다 바람직한 자세일 것”이라며 “암환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 후보 캠프 관계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공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탈모를 질병으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한 논란이 있다. 결국 질병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잡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라며 “탈모로 인해 심리적 문제를 겪고 지속적으로 약을 복용해야 하는 이들이 있는 만큼, 질병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고 했다.

이어 “건보 보장 범위가 생명이나 활동에 지장이 있는 질병에만 국한될 것인지 또는 더 넓어질 것인지가 판가름 날 전환점에 와 있는 것”이라며 “내부 분위기는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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