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나우 형사소송 제기한 서울시의사회…환자가 직접 원하는 전문약 처방한다?

의료계 "전문약 랭킹시스템 도입, 전문약 광고로 봐야" vs 닥터나우 "처방량 늘릴 의도 전혀 없어"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은 13일 오전 직접 서울강남경찰서를 찾아 닥터나우를 형사고발했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비대면진료와 약배송 플랫폼의 대표주자인 닥터나우가 또다시 의료계와 소송전에 휘말렸다. 앞서 닥터나우는 대한약사회와 비대면 약배달 서비스를 두고 오랜 소송전을 진행 중이다.  

닥터나우 비대면진료 서비스 중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목된 부분은  닥터나우가 지난달 베타(BETA) 서비스로 내놓은 '원하는 약 처방받기'다. 해당 서비스는 앱 이용자가 원하는 의약품을 직접 지정하고 의사에게 처방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홈페이지 메인에 탈모, 여드름, 다이어트 관련 약들의 순위가 매겨져 있고 서비스를 클릭해 접속하면 각 카테고리별로 베스트(BEST) 약품이 지정돼 있다. 이용자들은 6가지 증상, 27종의 의약품을 직접 선정해 처방받을 수 있다. 

서울시의사회는 해당 서비스가 의료법과 약사법을 모두 위반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은 13일 오전 직접 서울강남경찰서를 찾아 닥터나우를 고발했다. 

서울시의사회가 제출한 고발장에 따르면 우선 의료법과 관련해선 제18조와 제27조가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의료법 제18조는 '의사나 치과의사는 환자에게 의약품을 투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면 자신이 직접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처방전을 작성해 환자에게 내주거나 발송(전자처방전만 해당된다)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의사의 의약품 투여 필요 여부가 인정되기 전에 먼저 환자가 자신의 전문의약품 처방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의료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또한 27조 제3항은 '누구든지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서울시의사회는 닥터나우가 환자들에게 의약품을 먼저 선택하도록 하고 제휴된 특정 의료기관에서만 처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 부분이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봤다. 
 
닥터나우 '원하는 약 담아두기' 서비스 모습. 사진=닥터나우 홈페이지 캡쳐

더 중요한 부분은 약사법 위반 여부다. 해당 서비스에서 베스트 약품 항목을 만들고 약품 순위를 선정한 부분이 약사법 제68조에서 말하는 '전문의약품 광고 금지' 조항을 어겼다는 게 의료계 주장이다. 

서울시의사회 관계자는 "소비자가 신발 중개 사이트를 가면 랭킹 시스템이 도입돼 있다. 이는 구매 심리를 자극해 소비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해당 마케팅을 전문의약품 처방에 도입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는 약사법상 금지돼 있는 전문의약품 광고로 볼 여지가 많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식으로 환자들을 유인하고 스스로 약 처방을 받을 수 있게 한 뒤 닥터나우와 연계된 특정 소수 의원에만 처방을 몰아주는 행위 또한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최근 플랫폼 사업자들이 의약품 리베이트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문제제기가 많은 상황에서 이번 기회에 닥터나우의 법률적 위반 소지를 전부 밝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닥터나우 측은 랭킹이나 베스트 순위 시스템을 통해 처방량을 늘릴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다만 문제제기가 이어지면서 서비스 명칭은 '원하는 약 담아두기'로 변경한 상태다.

닥터나우 관계자는 "홈페이지를 잘 보면 사실 랭킹 시스템 도입이라기 보단 그냥 1번, 2번 같은 번호가 매겨져 있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며 "베스트 약품 이런 부분을 부각시키려고 했다면 카테고리 별로 더 세분화해서 명시해뒀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닥터나우가 고려했던 부분은 아니지만 보는 방향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니) 비슷한 오인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며 "고발 조치가 들어갔으니 우리 쪽에 구체적인 고발 내용이 전달되면 각 항목별로 상세한 부분을 해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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