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하게 끝난 대통령 담화…여야의정협의체 출범도 전에 힘만 빠졌다?

의대증원 등 입장변화 없는 메시지에 의료계 냉담…"대통령 변화 없으면 의정갈등 해결 어려워"

사진=대한민국 대통령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수능 일주일을 앞둔 7일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 담화 이후 의료계의 반응은 냉랭하다. 

일각에선 대통령이 이번 담화를 통해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복귀할 수 있는 일말의 명분을 줄 수 있지 않겠는지에 대한 기대가 있기도 했지만, 기대는 곧바로 무너졌다.  

이날 윤 대통령은 "제 주변의 일로 국민께 염려를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도 의료대란 상황에 대해선 "의료개혁은 국민들이 걱정하시지 않도록 차분하고 꼼꼼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짧게 언급했다. 

윤 대통령이 의대증원 관련 논의 여지를 메시지로 남기는 것 자체가 혼란을 초래할 수 있어 언급 자체를 피한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 관계자는 "수능을 일주일 남긴 상황이라 의대정원 증원 재논의 여지를 남기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11일 출범을 앞둔 여야의정협의체와 의대증원 재논의 관련 발언이 일체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선 부정적 반응이 대다수다. 
  
서울의대 강희경 교수비상대책위원장은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있는 명분을 줄 수 있는 자리였는데 그런 메시지가 전혀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미래의료포럼 주수호 대표는 "기대가 없기에 실망도 없다. 전파낭비에 지나지 않은 대국민담화였다"고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도 "소모적 갈등으로 낭비할 시간이 없다는데 정작 소모적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것은 대통령이 아닌가"라고 짧게 지적했다. 

특히 이번 담화를 계기로 여야의정협의체가 출범하기도 전에 힘이 많이 빠졌다는 평가 역시 지배적이다. 

대통령이 의료개혁 관련 일말의 입장 변화 여지를 남기지 않으면서 협의체에 의료계 단체들이 추가로 들어올 수 있는 명분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담화 이후 추가 질의응답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내년도 2025년도 수능이 11월 14일에 있고 내년도 의대 정원은 정부가 추진한 대로 됐다"고 협상 여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현재 대한의학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두 단체를 제외하면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은 협의체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김택우 전국광역시도의사협의회장은 "이번 대통령 담화를 통해 여야의정협의체에서 무엇인가 논의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 확인됐다. 대통령이 전혀 입장을 바꿀 생각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재대로 된 논의가 이뤄질 수 있겠는가"라며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한지아 의원이 (협의체와 관련한) 메시지를 계속 내고 있지만 이는 용산과 전혀 소통없이 이뤄지는 메시지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의대증원과 관련해 대통령 입장엔 전혀 변화가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해 오히려 여야의정협의체와 한동훈 대표의 힘을 빼기 위한 속내가 있는 것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평가했다. 

전반적으로 의료계는 대통령의 입장 변화가 있지 않는 한 이번 의정갈등 상황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관계자는 "대통령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정책을 용감하게 내걸고 반성할 기미가 전혀 없는 인물이라는 것이 이번 대국민담화를 통해 또 다시 확인됐다. 대통령 입장 변화가 있지 않는 한 협상은 무의미할 것"이자고 전했다. 

김택우 회장도 "여야의정협의체에 참여하는 인사들만 봐도 애초에 제대로 된 논의가 어려운 구조다. 대통령 오더를 받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어떻게 의료계와 대화를 통해 새로운 판을 짤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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