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취약지 인력 부족 '시니어 의사' 활용한다는 정부의 장밋빛 기대, 대안 될까?

환자군 다양한 의료 취약지, 세부 전문 분야 특화된 대학병원 교수 적응 어렵고, 유유자적한 근무환경 기대 어려워

7일 개최된 '국민건강의 미래, 시니어 의사와 함께 논하다' 주제로 공동 심포지엄. 사진=공공보건의료교육훈련센터TV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의대 정원 증원으로 의사인력 지역 의사인력 부족 문제가 더욱 심화되는 가운데 정부가 의료개혁과 함께 추진한 '시니어 의사 활용'이 대안이 될 수 있을지를 놓고 토론이 진행됐다.

정부는 시니어의사로 인력공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지만, 대학병원 은퇴 교수들은 세부 전문 과목에 특화된 진료만 담당해 온 만큼 광범위한 환자군을 다뤄야 하는 공공병원 진료에 맞지 않고 그들의 기대와 달리 유유자적한 근무환경을 기대할 수 없는 등 현실과의 괴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국립중앙의료원(NMC)이 '국민건강의 미래, 시니어 의사와 함께 논하다' 주제로 공동 심포지엄에서 이같은 논의가 진행됐다.

시니어 의사, 동일 생활권 재직 비율 높아…정부 지원으로 공공병원에 매칭 추진

이날 NMC 시니어의사지원센터 오영아 센터장은 "의사 평균 연령이 2012년 47세에서 2022년 51세로 고령화되고 있으며 동시에 비활동 의사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동시에 수도권 병상 확대에 따라 의사와 간호사의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되면서 지방 의료 인프라가 굉장히 붕괴되고 됐다"고 설명했다.

오 센터장에 따르면 55세 이상 시니어 의사들은 주로 상급, 종합병원 은퇴 후 요양·정신병원 등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크고, 절반 이상인 56.8%가 의원급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또 시니어 의사의 진료과 비중은 산부인과 53%, 흉부외과 50.2% 순으로 높아 필수진료과일수록 고령화 경향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 센터장은 무엇보다 "지역 주소와 실제 근무하고 있는 의료기관의 지역을 분석해 보았더니 세종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젊은 의사(35%)들에 비해 시니어 의사(49%)들이 동일 생활권에 재직하는 비율이 훨씬 높았다"며 "근무 지속성 혹은 의료 접근성 강화의 효과 등이 분명히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 정부는 의료개혁 4대 과제 '지역의료 강화'에 시니어의사 활용 정책을 포함했고, 현재 '관련 정책을 통해 NMC를 중심으로 '시니어 의사제 시범사업' 추진을해 올 4월 '시니어의사지원센터'를 설립했다.

오 센터장은 "10월 초 시니어 의사 채용 지원금 예비비를 선정해 지급한 상태이며 인력 매칭 홈페이지 '닥터 링크'를 곧 오픈할 예정이다"라며 "시니어의사의 의료 활동을 보장하고 역할 범위를 확대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시니어의사에 대한 안정적인 재정 지원을 확대, 인식 개선 및 제도 보완, 교육 훈련체계 마련 등 당면 과제들을 추진하면서 적극적인 홍보로 시니어의사 지원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시니어 의사 "워라밸만 생각해선 안 돼…지역 의료취약지에선 70세 의사도 풀타임"

전라북도 군산의료원 조준필 원장은 실제로 시니어 의사들을 채용한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군산의료원은 50명의 전문의 중 3명이 대학에서 은퇴한 시니어 의사이고, 다른 3명 역시 큰 병원에서 근무하다 60세가 넘어 우리 병원으로 영입된 분들이다. 전체 의사 중 20%에 해당하는 10명 정도가 60세 이상의 시니어 의사다"라며 "군산의료원은 400베드나 되는 규모가 좀 큰 병원이지만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등 필수의료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진료에서 꼭 필요한 진료과 의사들을 구하기가 어려워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원장은 "시니어 의사들을 모시면서 느낀 점은 대학에서 은퇴한 의사들은 일정 수준의 진료 역량을 갖추고 있고, 존재 자체로 지역에 명성을 아주 드높이기 때문에 환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 그 분야 주니어 젊은 의사들과도 시너지가 많이 난다. 또 시니어 의사들은 젊은 의사들에 비해 생활권 자체를 지방으로 바꾸는 경우가 많아 근무가 용이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대학에서 한 분야에 오래 종사한 시니어 의사들은 세부 전문 과목에 특화돼 있다보니 해당 분야는 깊이있게 잘 알지만 다른 분야 환자를 다룰 때 어려움이 있다. 예를 들어 감상선 수술 전문 교수는 갑상선 수술만 잘 하고 다른 외과 수술 분야는 잘 모른다. 소화기 내과 전문 교수 역시 다른 분야는 모른다"며 "또 연세가 있다보니 야간에 응급환자를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조 원장은 "시니어 의사들은 근무형태가 다양해서 요일 진료를 하게 되는데 주민 입장에서는 요일에 따라 진료 가능한 과목이 달라지다보니 애로사항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 원장은 "시니어 의사라고 해서 느긋하게 워라밸을 보장하는 형태의 진료를 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될것 같다. 의료원 입장에서는 진료 역량도 있고 풀타임으로 활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의사를 원한다. 실제로 군산의료원은 60세~65세 시니어 의사, 70세 의사들도 풀 타임으로 의료원에서 수술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지연 보건복지부 공공의료과장은 "복지부는 국립중앙의료원에 전담 조직을 설치해 시니어의사 어플 구축, 지역 공공병원과 의사 매칭 사업 등을 차근차근 수행하고 있다. 최근 예비비도 편성해 일회성이긴 하지만 시니어 의사를 채용한 지역 공공의료관에 채용 지원금을 지급하는 사업도 진행했다"며 "내년부터 시니어의사 활용 사업을 정규 사업으로 추진하려고 정부 예산에 30억원을 반영해 놓은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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