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용 의대증원 정책, 의료대란으로 국민 피해...의사 탓 아닌 '정부여당' 탓

2월 20일 빅5병원 포함 전공의 단체사직 후 병원 떠날 예정...의대생들도 동맹휴학 심각한 후폭풍 우려

[칼럼]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전라북도의사회 부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보건복지부는 2025학년에 늘어난 의대정원 2000명을 반영한 각 의대 입학정원을 3월 중에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원래 4월까지 발표하기로 했지만, 의사들의 투쟁이 가시화되자 총선용 투쟁에 영향을 주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일 뿐이다.

빅5병원을 포함한 전공의들이 의대증원 반대에 따른 사직으로 당장 2월 20일부터 최악의 의료대란이 예고되고 있다. 수술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어서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환자, 국민이 된다. 이런 의료재앙을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 제공자는 의사가 아니라 정부여당이다. 정부여당은 4월 총선에서 반드시 심판을 받아야 한다.  


총선이 7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까지 국민 여론은 의대정원 확대에 우호적으로 보인다. 다만 현 정부에 대한 비판 의견을 가진 국민들은 의료계와 함께 의대 증원 추진은 총선용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보수정당을 지지했던 의사들 역시 총선을 앞두고 정권 심판론이 필요하다며 강경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의료대란이 장기화되면 국민들도 결국 정부여당에 등돌릴 수밖에 없다. 

의대정원 확대는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재보궐 선거 패배로 국민의힘 내부에서 수도권 위기론이 짙어진 이후 총선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시작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연일 의대정원 확대에 대한의사협회에 협력을 촉구했다. 정부여당 수뇌부는 의대 증원 이슈를 선거용으로 활용해 의료계가 파업을 할 수밖에 없도록 몰아세우고, 의사 수가 부족하다면서 같은 입으로는 전공의들이 파업에 참여하면 의사면허를 취소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을 반대하며 사직하겠다는 전공의들에게 면허취소까지 운운하는 '강대강' 대치가 이어질수록 전공의들의 사직서는 더 늘어날 뿐이다. 

지난 16일 오후 6시 기준 전공의 수 상위 수련병원 100곳 중 23곳에서 715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래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같은 시각 기준으로 235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부가 업무개시명령 후 불이행확인서를 내리자 원래보다 2배보다 더 많은 480명이 사직 의사를 추가로 밝힌 것이다. 

게다가 의대 본과 4학년을 비롯한 전국 의대생들이 동맹휴학하면 각 의대는 학생 없는 3월을 맞이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의대 졸업에 전공의 과정까지 10년 후에나 배출될 의사 2000명을 만나기도 전에 현재 있던 의사들을 잃어버리는 것은 물론 당장 내년 신입생을 선발하더라도 의대교육 자체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는 의대생들의 동맹휴학을 사유로 대학이 휴학을 승인하는 것은 학칙에 어긋난다며 교육부가 해당 대학에 행정적 조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동맹 휴학과 같은 특수 상황을 고려해 학칙을 제정한 대학은 없다. 교육부가 각 의대에 대응할 수 있는 카드는 없는 셈이다. 

심지어 파업이 장기화되면 2025년 예비 신입생 2000명은 동맹휴학한 선배들의 복학과 동시에 한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가뜩이나 늘어난 인원으로 강의실은 아수라장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데, 입학하자마자 두 학년 학생들이 서로 동시에 학업을 진행해야 한다. 2025년 지역인재전형을 중심으로 신입생의 합격선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증원된 의대생들이 경쟁에서 무너져 유급이 속출할 수 있고 의사국시 합격률도 낮아질 수 있다. 

의학계는 수준 이하의 의사들을 배출 할 수는 없다는 원칙을 준수할 것이다. 결국 난이도 조절을 통해 의사 국시 합격률을 현행 95% 수준이 아닌 68%로 낮출 수 있다. 그러면 의사 국시 합귝자가 3400명선이 되고 합격률을 61%로 낮추면 3000명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다.

이번 정부는 의대정원을 대폭 증원했다는 성과는 유지하되, 다음 정부는 현실에 맞게 의사면허자 수급량을 조절하는 안을 만들 수 있다. 최근 변호사시험 합격률도 수준 이하의 법조인을 배출할 수 없는 대원칙을 세운 이후 50%내외에 불과하다. 의료의 질을 위해 정책을 원래대로 돌리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해질 수 있다. 과거에 의사들이 반대했던 의학전문대학원이나 문재인케어 정책 모두 원래대로 돌아왔을 뿐이다. 

정부가 얄팍한 총선표 계산으로 엄청난 의료대란을 초래하고 의대 교육에도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는 것이 아닌, 부디 이제라도 협상테이블에 나와 의료계와 함께 의료의 백년지대계를 설계하는 현명한 판단을 하길 바란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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