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펀드 부실 심각…운용사 재선정·일부 출자·VC 기술설명회 주관 등 지원"

보건복지부 사실상 실패 인정, 지원 다각화와 부처 협업을 통한 지원액 확대 추진 계획 발표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제약바이오분야 투자 급감으로 자산 처분, 임상시험 중단 등 벤처기업들이 위기에 봉착한 가운데, 바이오벤처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IPO 전략을 발굴하고 특례상장 절차 개선이 필수며, M&A 전략 확대, 유망분야 파이프라인 발굴 등 다양한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관련 기사 = "바이오 투자 급감 이유? 기술수준 아닌 회수 불확실성·긴 상업화 기간"]  

정부 역시 바이오벤처 투자 지원 강화를 약속했다. 앞서 관련 전략 중 하나로 추진해온 K-바이오펀드의 실패를 인정하고 운용사 재선정과 하반기 일부 출자 등을 추진하는 한편 VC 기술 설명회 시행, 오픈이노베이션 지원, 금융 세제혜택 범위 확대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사진 = 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 제3차 포럼 패널 토론 전경.

김현주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과장은 11일 바이오벤처 투자활성화 전략과 지원정책 모색을 주제로 한 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 제3차 포럼에서 제도 개선 방안을 이같이 밝혔다.

이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김용우 제약바이오산업단장이 주제발표를 통해 바이오벤처 투자 급감 문제를 지적하고, 그 이유가 기술이 아닌 회수 불확실성과 법·규제 등에 기인하며, 가장 큰 문제로 상업화까지의 긴 기간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전달했다. 김 단장은 "해외처럼 국내 제약사들도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 투자전략을 다각화하고 파이프라인도 유망분야로 넓혀나가자"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패널 토론자로 나선 바이오벤처 전문 투자회사 LSK인베스트먼트의 김명기 대표도 "창업기업들이 계속 증가 중인데 이들 기업들이 살아남으려면 서포트할 자금이 필요하다. 문제는 바이오텍 투자금이 2021년 1조6000억원에서 2022년 1조1000억원으로 많이 줄었다"면서 "게다가 코스닥 제약지수가 최하점을 기록했고 발행시장은 내년초 최저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유동성 위기에 봉착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또한 "바이오텍기업에 대한 주요 투자 회수 통로인 IPO 시장 침체로 투자도 감소하고 있고, 시장 가치 하락에 따라 공모금액도 하락 중"이라며 "보수적인 상장기준으로 인해 바이오시밀러 CMO나 진단키트 보다 가치가 높은 신약개발 기업들이 정작 상장을 못하는 문제도 나오고 있다. 바이오전문이 아닌 일반 투자사들의 바이오텍 투자 급감까지 이어지면서 투자 가능 금액도 줄어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 우선 특례상장절차를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특례상장의 기업평가 기준과 절차 변경은 물론, 전문 평가기관 양성과 기술평가 비용 현실화를 통해 제대로된 평가보고서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보고서를 보고 결정하는데, 상장할 곳이 못하고 하지 말아야 할 곳이 상장하면서 제약섹터의 신뢰도가 무너지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수합병을 활성화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중소기업벤처부의 바이오 관련 예산이 감소했기 때문에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연관부처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다양한 상장 트랙에 대한 전략 개발과 함께, 바이오텍기업 가치가 높게 나올 수 있도록 식약처가 신규 제형, 신규 모달리티에 대한 선제적인 제도 지원이 필요하다. 허가 관련 규제 개선과 인수합병 정책 지원 등 다양한 전략이 합해져야만 어려운 시기를 극복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자료 = 투자자들이 바이오분야 투자를 꺼리는 이유(바이오의약품협회 조사 결과, 진흥원 김용우 단장 재가공).

홍천표 지아이셀 대표도 "K-바이오 위상이 높아지고 있으며 신규 모달리티 활용한 기술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술격차를 더욱 줄여나가려면 투자 강화 필요한데, 현재 악재가 산재돼 있어 투자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선 토론처럼 특례상장제도를 정비하고 인수합병에 대한 정책 지원을 강화하는 동시에, 의약품 상업화와 관련된 규제혁신이 필요하다. 빠른 상용화로 매출 상승이 이어져야 기업의 가치도 올라가기 때문"이라며 "최근 첨단재생의료법 개정으로 상업화가 빨라졌으나 여전히 제품개발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매출 발생을 위해 무리하게 다른 사업을 확장하면서 펀더멘털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일본처럼 절차가 대폭 간소화된다면, 바이오벤처 자금확보와 투자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에서도 바이오기업들의 자금 조달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관련 대책 마련과 시행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준희 중소벤처기업부 벤처투자과장은 "우선 초기, 중기, 후기 등 성장 단계별로 나눠 자금 지원을 확대할 것이다. 초기 성장 지원을 위해 신용보증기금, 기업보증기금 등을 활용해 추가 지원 예산을 확보했고, 핵심기술만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위탁생산을 직접 지원하는 방안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기에는 투자유치 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고, 세컨더리 펀드도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이 참여해 3배 가량 증가한 1조5000억원 규모로 확대할 것"이라며 "채권 보호는 5000억원을 추가 공급하고, 산업은행, 해외 금융기관 등과 글로벌 진출 지원 펀드 조성도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

과감한 규제 개선도 추진한다. 

인수합병시 기술탈취 등의 문제 해결을 지원하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도 구축하고, 인수합병 목적의 펀드 관련 규정을 대폭 완화할 계획이다. 해당 법은 이미 개정됐고 시행령을 마련 중인 상태다.

직접 지원 외에도 민간 투자 확대를 위해 바이오헬스 등이 포함된 초격차 분야에 대해 3년간 2조원 가량을 출자할 예정이며, 은행권이나 CVC 확대를 목적으로 관련 법 개정도 개정했다.

이 과장은 "벤처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외부전문가 활용을 위한 스톡옵션 지급을 가능하게 법을 개정했고, 시행령을 마련 중"이라며 "바이오업종은 제품 개발 전까지 매출이 미미한 만큼, 성장성 평가시 임상단계를 반영하는 쪽으로 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야심차게 내놓은 K-바이오펀드 설계 부실 문제 인정, 해당 제도 개선 등 지원 확대 의지 분명

김현주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과장은 "올해 3월 발표한 제3차 제약바이오육성계획 중 하나로 K-바이오백신펀드 조성을 강조했고, 올해 말까지 5000억원을 조성해 미래 먹거리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했다"면서 "그러나 아직까지 조성하지 못했다. 빠르게 지원하려다보니 설계를 잘못했다. 일단은 운용사를 다시 모집할 예정이며, 8월까지 모아진 목표액(2500억원)의 70% 정도라도 우선 출자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기는 하나 K-바이오펀드는 바이오 투자활성화를 위한 대표적 조치 중 하나임을 밝히면서, 부처 협의를 통한 바이오헬스 지원 확대, VC 기술설명회 개최 등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김 과장은 "금융위 등 관계부처 금융협의회를 통해 바이오헬스 지원 규모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 국가 전략기술에 반영된 백신분야처럼 바이오 분야에 대한 세액 공제 비율을 기존보다 10%p 상향해달라는 요청도 했으며, 올해 10월 중 확정될 예정"이라면서 "이외에도 범부처신약개발 사업단, 창업지원센터 등과 바이오벤처 투자 활성화를 위한 VC 대상 기술투자 설명회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빅파마들도 신약개발에 투입되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자 오픈이노베이션을 적극 추진하는만큼, 국내 제약사와 벤처 기업들도 이를 확대할 수 있도록 관련 예산지원 사업을 기획 중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김 과장은 "단순히 투자 시장이 얼어붙어서 바이오벤처 투자가 감소한 것인지 되돌아봐야 한다. 주식시장 붐 당시 묻지마식 투자로 손실을 입었기 때문에 지금은 옥석가리기 시간으로 볼 수도 있다"면서 "바이오벤처도 단순히 투자 확대 지원 요청에 그치지 말고, 투자자금 사용처에 대한 투명한 공개, R&D 진행 현황에 대한 수시공시 등을 통해 투자자들이 다시 바이오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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