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값 비싼 미국, 주별 약가인하 전략은

가격투명성 확대·비밀유지계약 금지 등 최근 관심…캐나다서 수입하는 방안도 고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의약품에 사용되는 비용이 높아지면서 의료 재정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측면에서 비용절감과 약가인하가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의약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은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의 승인 확대로 의약품 경쟁을 촉진하는 등 연방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과 함께 각 주 정부에서도 처방약 비용 및 가격 관련 대안이 될 수 있는 법률을 제정하며 다양한 약가인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메디케어 거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연방정부의 조치도 중요하지만, 주 정부의 규제만이 상업 및 민간 시장 커버리지에 대한 관할권을 가진다는 측면에서 주 정부의 움직임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나라와 의료 환경이 미국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약가인하를 시도하고 있는지 미국 전국주의회회의(NCSL) 처방의약품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최근 법 제정 동향과 사례를 살펴봤다.

많이 제정된 규정 가운데 하나는 '의약품 가격 투명성 법'이다. 주마다 세부 내용에는 차이가 있지만 특정 기준에 충족하는 의약품에 대해서는 마케팅, 리베이트 등에 사용된 상세한 비용 정보나 가격 인상에 대한 정당한 근거를 밝히도록 하고 있다.

예를들어 캘리포니아(California)주에서는 오리지널이던 제네릭이던 도매취득가(Wholesale Acquisition Cost, WAC)가 최소 40달러 이상인 의약품 가운데 최근 12개월동안 가격이 16%, 24개월동안 32% 이상 증가한 경우에 이 법이 적용된다. 제약회사는 주정부기관과 건강보험사, 보험약제관리기업(Pharmacy Benefit Managers, PBM)을 포함해 공공 및 민간 구매자들에게 현재 판매 중인 처방의약품의 가격 인상에 대해 90일 사전 통지를 제출해야 한다.

신약의 출시 가격에서도 정당한 근거가 요구된다. 건강보험사는 제네릭과 오리지널, 특수(specialty) 의약품을 포함해 처방약 보험 적용에 관한 상세한 비용 정보를 보고하기 위해 요금 정보를 제출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보험료에서 처방약이 차지하는 비율도 포함된다.

버몬트(Vermont)주에서는 주정부가 상당한 의료비용을 지출한 처방약과, WAC 가격이 최근 5년간 50% 이상 증가했거나 지난 12개월 간 15% 상승하면서 가격 책정에 대해 상당한 공익적 이해가 필요한 처방약의 경우 연간 최대 15개까지 가격 투명성을 제공해야 한다.

메인(Maine)주는 주 보건데이터기구에서 가장 빈번하게 처방된 약 25개와 가장 비용이 높은 약 25개에 대한 총 지출 금액과 가장 가격이 많이 인상된 약을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2019년부터는 처방약 가격에 대한 연간 보고서와 함께 제조사들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새로운 계획이 필요하다.

오레곤(Oregon)주에서 처방약 제조사들은 매년 소비자 및 기업서비스부(Consumer and Business Services)에 처방약 개발 및 마케팅과 관련된 비용과 의약품 가격에 대해 보고해야 한다. 특히 의약품 가격이 상당히 증가했을 때 제조사들이 그 이유를 보고하도록 하고 있는데, 보고 요건을 준수하지 못했을 때 주 당국은 제조업체에게 민사 처벌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보험사들은 급격하게 가격이 상승했거나 가장 빈번하게 처방되는 약, 고가의 약에 대해 이러한 비용이 보험료율에 미치는 영향을 상세하게 보고해야 한다.

네바다(Nevada)주 당국은 모든 필수 당뇨병 치료제 목록을 게시하도록 하고 있으며, 제조사들은 각 제품에 대한 기타 세부 사항 외에 제조 및 마케팅 비용을 매년 보고해야 한다. 또한 ▲네바다주 면허를 소지한 의료인에게 영업 당당자가 제공한 무료 제품 또는 보상 ▲PBM이 제조사로부터 받은 의약품 리베이트의 달러 가치 ▲네바다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든 비영리 환자 그룹이 맏은 모든 재정 지원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루이지애나(Louisiana)주에서 어떠한 형태든 의사나 처방자, 그 직원에게 처방약 마케팅을 제공하는 제약사 마케터 또는 제조사들은 루이지애나 약학심의위원회(Louisiana Board of Pharmacy)에 FDA로부터 승인 받고 해당 주에서 판매하고 있는 의약품에 대한 현재 WAC 가격을 제공해야 한다.

PBM의 '비밀유지계약(Gag Clauses)'을 금지하는 법도 최근 많은 주에서 채택하고 있다. 2018년 6월 기준 미국에서 40개 주가 검토했고 최소 22개 주에서 통과됐다.

약국과 PBM간의 상업 계약(commercial contracts)은 원 제조사와 최종 소비자 간의 유통 판매 체인에서 널리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계약과 구속력 있는 계약에 대한 조건은 개별 소비자나 일부 구매자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소비자가 구매하려는 약에 옵션이 있고, 보험 플랜을 통해 구매하는 것보다 직접 현금을 주고 구매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는 것에 대한 정보를 약사가 제공하지 못하도록 금지할 수 있다. 이에 보험 가입자가 보험을 이용해 약값의 일부 금액을 부담하는 분담금이 보험사나 PBM에 지급되는 총 의약품 비용을 초과하는 '처방약 과다지급(co-pay clawbacks)'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주 정책 입안가들은 소매 약국 수준에서 보다 광범위하게 투명성을 요구해 의약품 비용을 낮추는 방안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특히 올해 이러한 내용의 입법 제안이 늘면서 3~5월 사이에만 아리조나, 콜로라도, 플로리다 등 11개 주에서 법안이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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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유지계약에 대한 내용은 5월 11일 트럼프 행정부(Trump Administration)가 발표한 '가격 인하와 비용 절감을 위한 청사진'에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소비자와 환자에게 가야 할 리베이트와 할인을 중간상인이 받는 부정한 이중 거래를 끝낼 것이다"면서 "우리의 계획은 환자에게 어떻게 절약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약사를 처벌하는 약사 비밀유지계약을 금지한다. 이는 완전히 바가지이며, 더이상 없도록 할 것이다"고 전했다.

버몬트(Vermont)주는 5월 승인된 도매업자들이 고가의 의약품을 캐나다에서 구입해 지역 약국을 포함한 기존 공급망을 통해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도매 수입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2019년 7월 1일 전까지 연방 정부의 최종 승인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처방약 수입에 대해 미국 비영리 의료정책 분석기구인 NASHP(National Academy for State Health Policy)는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모든 의약품의 40%는 이미 수입되고 있고, 미국 의약품에서 사용하는 활성 성분의 80%는 해외에서 생산된 것으로 안전성에서 문제 없을 것이라 보고 있다.

또한 캐나다 가격을 지불함으로써 주와 소비자들은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예를 들어 리리카(Lyrica, 성분명 프레가발린)의 미국 가격은 6.04달러지만 캐나다 가격은 63센트에 불과하다. 자렐토(Xarelto, 성분명 리바록사반)도 미국과 캐나다 가격이 각각 12.44달러, 2.11달러, 엘리퀴스(Eliquis, 성분명 아픽사반) 6.12달러, 1.60달러로 캐나다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

몇몇 시도는 신선했지만 헌법과 연방법에 가로막히기도 했다.

메릴랜드(Maryland)주는 지난해 5월 일명 '바가지(price-gouging)' 금지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필수 의약품에 대해 제조사가 불합리한 수준으로 가격을 금지하는 법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필수 의약품 목록에 있는 제네릭과 특허만료 약물이 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

법에 따라 주 메디케이드 기관은 도매가가 최소 80달러 상승하거나 12개월 이내 50% 인상되는 것에 대해 주 법무장관에게 알릴 수 있고, 법무장관은 기관을 통하지 않더라도 독립적으로 '비양심적인' 가격 인상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비양심적인 가격 인상은 소비자에게 의미있는 치료 대안 없이 과도하게 가격을 올리는 것으로, 생산 변화로 정당화될 수 없다. 만약 주 법무장관이 가격 인사에 대한 적절한 설명을 확인하지 못하면, 이 문제는 주 법원에 회부될 수 있고, 법원은 제조사에 벌금을 부과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제네릭의약품협회(AAM)가 제기한 소송에서 올해 4월 항소법원은 이러한 메릴랜드주의 법안이 위헌이라고 판단, 시행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메사추세츠(Massachusetts)주에서는 민간 보험사나 PBM과 마찬가지로 처방집을 사용해 메디케이드 의약품 보험을 관리할 수 있도록 행정부에 메디케이드 면제규정(Medicaid waiver)을 요청했다. 주정부가 제약사와의 협상력을 얻기 위해 특정 의약품을 메디케이드 프로그램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것이다. 메사추세츠주는 이를 통해 더 나은 가격 책성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암이나 심장질환과 같은 특정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위한 옹호 단체에서는 메사추세츠주의 계획이 이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는 약물 치료를 거부할 것이라며 반대했고, 제약업계도 반대 의사를 표했다.

6월 말 트럼프 행정부는 이 법안이 연방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NSCL은 "최근 3년간 처방 의약품과 관련된 가격 책정, 지불 및 비용 관련 입법에 대한 관심과 활동이 증가했다"면서 "45개 주에서 총 119개 법안이 서명됐고, 주들은 다양한 정책 이니셔티브를 제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범위한 주제 측면에서 '보험 커버리지'를 다루는 법률이 기장 많이 입법 시도돼, 29개 주에서 1개 이상 법인이 제정됐다"며 "최근에는 PBM과 비밀유지계약과 같은 투명성과 관련된 주제에 대해 입법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약가인하 # 트럼프 # 미국

박도영 기자 ([email protected])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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