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의료계 설득 나선 류호정 의원 “타투 합법화, 국민 건강 위한 것…관성적 반대는 그만”

[불편한 초대] 타투업법 반대하는 의료계에 전향적 입장 촉구...안전성 담보 위해 추가 조항 적극 반영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3월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메디게이트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류호정 의원실
불편한 초대 

메디게이트뉴스는 의료계와 타 직역·기관·단체가 대립하는 이슈들에 대해 의료계 반대 측에 서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합니다. 의료계로선 ‘불편’하고 동의할 수 없는 주장일 수 있고, 인터뷰에 나서는 이들도 '불편'한 자리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양측이 간극을 좁힐 여지는 없는지 모색해볼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관성적으로 반대하기보다는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전향적으로 나서달라.”
 
9일 메디게이트뉴스와 만난 류호정 의원(정의당)은 타투 합법화에 반대하고 있는 의료계를 향해 타투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오히려 국민 건강을 위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류 의원은 지난 2021년 6월 등이 파인 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국회에서 퍼포먼스를 펼쳐 이목을 끌었다. 당시엔 등에 타투 스티커를 붙이고 타투 합법화를 주장했던 그는 최근 팔에 진짜 타투를 새겨 재차 주목 받았다. 숫자 ‘42299’. 한국표준직업분류에 따른 타투이스트들의 직업 코드다.
 
간호법, 의사면허취소법이 불러온 격랑 속에 상대적으로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타투 시술을 합법화하는 타투업법(문신사법) 역시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반대해온 사안이다. 의료계는 타투 자체가 보건위생상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비의료인이 침습행위인 타투 시술을 할 경우 국민들의 건강에 위해를 끼칠 위험이 크다고 우려한다.
 
사법부도 1992년 대법원이 타투 시술을 의료행위로 판단한 이래로 대다수의 재판에서 의사가 아닌 이들의 타투 시술에 대해 의료법 위반이라는 판결을 내려왔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청주지법이 눈썹 문신 시술을 한 미용사에 대해 무죄 판결을 하며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다.
 
현재 국회에도 류 의원이 발의한 ‘타투업법’을 포함해 타투 합법화를 골자로 한 법안이 총 8개나 발의돼 있다. 발의 의원들의 소속 정당도 여당인 국민의힘부터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으로 다양하다.
 
류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타투업법이 통과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사법부와 행정부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는 만큼 이제는 입법부가 응답할 차례라는 것이다. 그는 국민 건강을 위해 법안 수정 및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의료계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손을 내밀었다.
 
입법 공백 속 타투이스트들 폭행·협박에 노출…사법부·행정부는 타투 인식 변화 중
 
- 지난 2021년 타투업법(문신사법)을 발의한 후 지속적으로 관련 법안 통과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유는 뭔가.
 
타투업 종사자부터 타투 시술을 받는 사람들까지 타투업법이 영향을 미치는 시민들이 굉장히 많다. 법안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비해서 논의가 되지 않고 있다고 느꼈다. 국민의힘, 민주당 모두 타투를 합법화하겠다고 공약까지 내걸었는데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1년 뒤면 국회의원 임기가 끝난다. 다음을 기약하면서 흐지부지 넘어가기 보다는 이번 21대 국회에서 해결하기 위해서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타투업 종사자들의 노동권, 시민으로서의 기본권, 시술받는 이들의 건강권을 누가 책임지겠나.
 
- 발의 법안에 문신 대신 타투라는 용어를 썼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우선 국제적 용어로 통일하고자 했다. 일상에선 반영구 화장, 문신, 타투 등의 용어를 다른 것처럼 쓰지만 법률상으로는 바늘을 이용해 잉크를 주입하는 행위로 모두 동일하다. 그래서 국제적 용어로 통일하고자 했다. 또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타투와 문신이 갖는 어감과 뉘앙스 차이도 상당하다. 문신을 검색하면 왜 용만 나오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타투는 한 사람의 외모이자 패션이다. 이런 취지를 담고자 타투란 용어를 사용했다. 사실 타투란 용어 때문에 법안을 발의할 때 애를 먹기도 했다. 법제실에서는 타투는 외래어라서 법안명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하더라. 게임법, 디자인법은 뭐냐고 따지면서 3주가량 싸운 끝에 타투란 이름을 쟁취할 수 있었다.
 
- 타투 스티커를 활용해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고, 최근엔 진짜 타투를 하기도 했다.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있는데도 이 같은 메시지 전달 방법을 택한 이유는 뭔가.
 
절실함을 표현하고 싶었다. 사실 타투가 불법이라는 것조차도 잘 모르는 이들이 많다. 워낙 주변에 눈썹 시술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당연히 합법일거라 생각하는 거다. 이렇게 입법 공백이 지속되는 동안 타투업 종사자들은 협박이나 폭행을 당하고도 신고를 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상황에 처해있다. 제대로 된 직업으로 인정을 못 받으니 대출을 받거나 신용카드를 만드는 것도 어렵다고 하더라. 이런 현실을 알리고 싶었다. 문신에 대한 편견도 예쁜 타투를 통해 깨고 싶었다. 그리고 대법원 판결이 나온 게 92년도다. 30년이 넘도록 이게 잘못됐다고 외쳐온 사람들이 있는데 시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한 번에 이목을 끌 수 있는 방안으로 퍼포먼스를 채택했다.
 
- 협박이나 폭행은 어떤 얘긴지 자세히 설명해달라.
 
여성 타투이스트의 경우에 성폭력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타투 시술이 불법이다 보니 신고를 하지 못 한다. 실제 이런 우려 때문에 여성 손님만 받는 여성 타투이스트들도 있다. 실컷 타투 시술을 받아놓고선 불법으로 신고할 거라고 협박해서 오히려 타투이스트들에게 돈을 갈취하는 손님들도 있다고 한다. 그러다가 실제로 신고당해서 재판까지 가게되면 그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거다. 실제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타투 합법화를 주장하는 타투이스트들 중에 더 이상 후배들의 죽음을 두고 볼 수 없다며 나선 이들도 있다.
 
- 타투를 합법화하는 유사한 내용의 법안은 류호정 의원 뿐 아니라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발의한 상태다. 지난 대선에서도 여야 후보 모두 타투 합법화를 공약으로 내세웠었다. 그럼에도 논의가 지지부지한 상황이다.
 
타투를 합법화하자는 취지의 법안이 국회에 8건 올라와있다. 하지만 결국 어떤 안건을 우선순위에 두고 처리할지는 소관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 교섭단체 간사 간 합의를 통해 정해진다. 타투업법은 계속 후순위로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복지위 국힘 간사인 강기윤 의원, 민주당 간사인 강훈식 의원이 타투업법안이 이번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게 책임감을 갖고 우선순위에 올려줬으면 한다.
 
- 사법부에선 변화가 감지된다. 헌법재판소는 문신사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지난해 기각 판결을 내렸지만 과거에 비해선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이 늘었다. 지난해 11월 청주지법은 눈썹 문신 시술을 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미용사에게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이번 달 중에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열린다는 소식도 있다. 전원합의체가 그냥 열리진 않는다. 의견이 일치가 되지 않거나 의견 변경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열리는 거다. 지금은 1심 무죄지만 대법원 판결이 뒤집히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타투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인식 변화가 법원 판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아니겠나. 행정과 사법은 이미 변화를 따라가고 있는데 입법부가 뒤쳐지다보니 입법 공백이 생긴 상태다. 이번에 내 팔에 문신을 새긴 것도 논의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최근 타투이스트들도 자신들의 몸에 같은 타투를 새기며 법안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 정부는 광주시의 K-타투 규제자유특구로 지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에서는 이미 직업 분류 코드도 주고 있다. 또 타투가 가진 가치를 알아보고 어엿한 산업으로서 대우를 하는 모습이다. 긍정적인 방향이라 생각한다. 다만 타투가 불법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하루 빨리 입법부에서 일을 해줘야 한다. 그래야 행정부에서도 일을 계속 추진해 나갈 수 있다. 쓸데없는 재판이 열릴 필요도 없어질 거다. 재차 강조하지만 입법부만 일을 하면 된다.
 
류호정 의원은 최근 왼쪽 팔에 타투이스트의 직업분류코드인 '42299'를 타투로 새겼다. 사진=류호정 의원 블로그

타투는 의료행위 아니라 생각…국민 건강·산업 발전 위한 합법화서 의료계 역할도 중요
 
- 의료계는 문신 시술 자체가 국민 건강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또한 의사가 아닌 이가 침습행위인 문신 시술을 하면 각종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마취제 사용과 관련해 응급상황이 발생 시 적절한 대응이 어렵다는 이유 등을 들고 있다.
 
너무 관성적인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의료계는 30년 전부터 했던 주장을 그대로 하고 있다. 지금은 10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눈썹 문신 등 다양한 방식으로 타투를 접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법안이 필요하다. 타투 시술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 법안이 있어야 한다.

지금은 불법이기 때문에 타투 시술에 대한 안전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는다. 합법화를 통해 관리·감독할 수 있는 영역에 들어오게 해야한다. 위생과 안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생기면 오히려 국민 건강권에도 더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타투이스트도 제도권 안에서 철저히 관리하는 게 의료계에서 우려하는 부분들을 해소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이다. 그리고 의료계가 그림을 그리는 서화 타투를 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측면도 있다. 타투는 기본적으로 예술의 영역이다. 주 기능은 예술이지만 위생이나 보건 등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 의료계는 타투업법 제정이 보건의료 직역 간 업무범위 혼란과 직역 간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특정 직역에 한해 문신 시술을 허용할 경우, 유사 직역에서도 다양한 의료행위를 허용해달라는 요청이 촉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타투업법은 시술 범위나 목적이 아주 뚜렷하기 때문에 과도한 걱정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식당도 재료를 잘못 관리하면 손님들이 식중독에 걸린다. 그런데 요리사가 식중독을 치료할 능력이 없다고 해서 의사가 요리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요리사의 주기능은 요리고 그 안에서 보건이나 위생 관리를 해야 한다. 타투도 그런 것이다. 타투는 의료행위가 아니다. 따라서 타투업법도 의료행위를 허락해달라는 게 아니다. 물론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을 때는 강한 처벌이 필요한 행위다.
 
- 안전성 담보를 위해 별도의 법 제정보다 의료기관 내에서 의사의 지도 하에 문신 시술을 하도록 의료법을 개정하는 건 어떠냐는 주장도 있다.
 
마치 피부과 전문의로부터 받는 민원같은 주장이다. 타투는 기술을 익히고 나면 나머지 영역은 예술에 관한 감각이다. 눈썹 한 올도 굉장히 많은 노하우가 필요한 일이고 그림도 당연히 예술적 감각이 필요하다. 지금도 일부 병원에서 눈썹 문신을 해준다고 간판을 걸어놓고 실제 시술은 반 영구 화장하는 사람들이 와서 하고 있는데 그것도 불법이다. 어떻게 보면 면허를 빌려준 것이나 다름없는 행위다. 그걸 합법화해 달라고 하는 피부과의 민원이라고 생각한다.

발의한 법안 내에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많은 장치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그런 방식만 허용하면 오히려 타투이스트들이 착취당할 수 있는 구실이 될 수도 있다. 일종의 하청이 되는 것이지 않나. 물론 (의료계에서) 안전성 담보를 위해 추가적인 조항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
 
- 발의된 법안 내용대로 타투이스트들만 타투를 할 수 있게 하면 의사들이 의료적 목적의 메디컬 타투 시술을 할 수 없게 되는 것 아닌가.
 
타투를 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과 기준을 맞추고 나면 타투를 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의사들의 진입을 막는 법안은 아니다.
 
- 마지막으로 타투업법과 관련해 의료계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달라.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서 그리고 K-타투, K-뷰티라고 불리는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 전향적으로 생각해줬으면 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이후에 시행령을 마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민 건강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해 의료계에서 많은 조언을 해주길 바란다. 이미 타투 유니온은 녹색병원과 협업해서 만든 가이드라인을 자체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게 모든 타투이스트들에게 적용되면 국민들도 더 안전한 환경에서 시술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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