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찍고 올라가는 흉부외과·산부인과 vs 최악의 소아청소년과, 기피과에서도 엇갈린 명암

[2023년 전공의 모집 결과] 각 학회 인터뷰 "지원율 상승 요인은 진료 환경 개선·의학교육 변화...외과도 수술실 CCTV설치로 악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올해 전공의 지원 현황에서 대표 기피과로 알려진 흉부외과와 산부인과의 약진이 돋보인다. 두 과 모두 바닥을 치고 이제 지원율 상승 기세를 탔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소아청소년과와 외과는 올해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특히 소청과의 경우, 지원율이 10%대까지 떨어지면서 최악의 상황, 즉 2~3차 병원을 중심으로 의료대란이 조만간 발생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소청과학회는 이번 10%대 전공의 지원율을 이태원 참사와 빗대면서 더 이상 학회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까지 하소연했다. [관련기사=필수과 외과·산부인과·흉부외과 미달 여전…흉부외과 20%p·산부인과 10%p 상승은 고무적] 

상승세 탄 산부인과, 필수의료 강화 기조 맞춰 진료 환경 개선 영향…분만의료사고 국가책임제 기대감도

메디게이트뉴스가 9일 전국 주요 수련병원 51곳의 2023년도 전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를 분석한 결과, 대표 기피과였던 산부인과는 지난해 69.9%에 비해 지원율이 10%p 상승하면서 지원율 79%(151명 정원·119명 지원)를 기록했다. 

가톨릭중앙의료원과 세브란스병원을 제외하곤 빅5병원에서 모두 정원을 충족했고 분당서울대, 경희대, 이대목동, 강남세브란스, 강북삼성, 건국대, 순천향대서울, 고대구로, 한림대강남성심병원 등 수도권 주요 병원들도 미달 사태를 피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고무적인 분위기다. 특히 학회 측은 산부인과 진료 환경 개선 노력이 전공의 지원율 상승에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분석했다. 

산부인과학회 박중신 이사장은 "최근 정부의 필수의료 강화 정책 기조에 맞춰 산부인과 진료 환경 개선을 위해 굉장히 많은 부분에서 협의를 진행했다"며 "좋은 대책들이 곧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이런 부분을 적극적으로 홍보한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산부인과학회는 필수의료협의체를 통해 분만 의료기관 대상 운영 비용 보상과 분만을 응급의료법 적용 대상에 추가해 적절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는 건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불가항력 무과실 분만의료사고 책임을 전적으로 정부가 지도록 하는 법안의 제정 논의에 드라이브가 걸린 것도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 상승의 한 요인이다. 해당 법안은 긍정적인 논의 끝에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소위에서 통과됐다.  

박 이사장은 "산부인과 의사가 되는 것 중 가장 큰 걸림돌은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두려움이다. 최근 해당 법안이 국회에서 긍정적으로 논의되면서 산부인과 의사가되고 싶은 지원자들의 마음을 끈 것으로 보인다"며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를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게 되면 산부인과 의사 입장에선 부담이 한결 줄어든다. 이는 (전공의 지원율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흉부외과, 바닥치고 올라가는 시점 도래…의학교육 트렌드 변해, 사명감 갖고 오는 의대생들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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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부외과도 올해 비교적 놀라운 성적표를 받았다. 58명 정원에 35명이 지원해 지원율이 60%를 기록했다. 지난해 39.6%에 비해 20%p 이상 상승한 수치다. 

올해 특징은 흉부외과 전공의 정원책정 지도전문의 수는 'N-3'에서 N-2로 변경되는 등 다소 완화된 기준이 적용돼 전공이 정원 자체가 늘었다. 

학회는 이제야 흉부외과가 바닥을 찍고 치고 올라가는 시점이 도래했다고 평가했다. 최근 외과 술기 교육 지원 사업이 진행되면서 수련 여건이 좋아지고 필수의료 강화 대책에 흉부외과가 포함되면서 앞으로 과 자체에 대한 지원 기대 효과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정의석 기획홍보위원장은 "암암리에 흉부외과가 워라밸도 지키면서 좋은 퀄리티의 교육을 받는다는 소문이 많이 나고 있다. 특히 외과 술기 교육 지원으로 인해 전공의들이 동물 대상으로 직접 의료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최근 전공의들 사이에서 호응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사명감과 사회공헌 등을 강조하는 의학교육 트렌드 변화도 한몫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정 위원장은 "사회 트렌드 자체가 변화하는 것 같다. 흉부외과에 지원해서 생명을 직접적으로 살리고 헌신하고자 하는 사명감을 갖고 있는 친구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며 "이는 변화하는 의학교육 추세와도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청과, 지원율 10%대 추락…학회 "더이상 할 수 있는 일 없어, 복지부는 방관만"

반면 소아청소년과는 2023년 지원율이 10%대까지 추락하며 최악의 해를 맞았다. 

소청과는 199명 정원에 33명만이 지원하면서 16.6%라는 역대 최저 지원율을 기록했다. 빅5병원 중에서도 서울아산을 제외하곤 모두 미달 사태를 맞았고 특히 세브란스는 11명 정원에 지원자가 0명, 가톨릭중앙의료원은 13명 지원에 1명만이 지원해 미지원 사태는 겨우 면했다. 

전국 65개 수련병원 중 83.1%인 54곳에서 지원자가 한명도 없는 사태가 속출했다. 소청과는 2020년 지원율이 78.5%로 하락하더니 2021년엔 37.3%, 2022년엔 23%로 꾸준히 지원율 감소가 진행 중이다. 

소청과학회는 망연자실한 상태다. 10%대까지 지원율이 곤두박질치면서 더 이상 학회차원에선 할 수 있는 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소청과가 필수의료협의체에 포함됐지만 정부 자체가 저출산이 가속화되고 인구가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소청과 전문의도 줄어드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근본적인 문제 해결도 어려운 상태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김지홍 이사장은 "최악이다. 더 할말도 없다. 학회가 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 아무 것도 없다"며 "이젠 소청과 진료대란만이 남았다. 이대론 내년에 더 최악이 될 것이다. 끝없는 추락만이 남았다"고 자조했다. 

김 이사장은 복지부 대책을 언급하며 시종일관 언성을 높였다. 정부가 주도 건강보험 의료시스템 내에서 정부가 손을 놓고 있으니 과 자체가 폐과되기 일보직전이라는 것이다. 

그는 "상황이 이지경인데 복지부는 저출산이 지속되면서 소청과 전문의가 남아돌 것이라는 둥 이상한 소리만 하고 있다"며 "정부가 발표하게 될 필수의료대책에도 소청과에 실효적인 대책은 하나도 없다. 당장 2~3차 병원 소아응급실 인력이 없어 정상적인 진료가 진행되기 어렵다"고 분노했다. 

이어 그는 "수련병원들이 응급환자와 중증환자들을 1차적으로 다 케어해줘야 하는데 현재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런 사태는 앞으로 더 악화되기만 할 예정"이라며 "어린이공공병원 10곳에 대한 적자 보존만 해준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정부는 답답한 소리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지홍 이사장은 소청과의 상황을 이태원 참사와도 빗대 설명했다. 점차 위기가 도래하고 사람들이 몰리면서 급속도로 넘어지고 뒤엉켜 참사가 일어나기 직전인데도 아무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소청과는 무너지고 있지만 아직 표면화되지 않은 것이다. 현장의 교수님들이 온몸으로 진료 공백을 막고 있지만 얼마가지 못할 것"이라며 "이태원 참사와 비슷하다. 한번 넘어지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서서히 죽어가는데 아무도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외과, 수련기간단축 효과 없었다…수술실CCTV설치 등으로 당분간 감소세 이어질 듯

외과는 올해도 미달 사태를 면하지 못했다. 지난해 63% 지원율 보단 소폭 상승했지만, 172명 정원에 115명이 지원해 67% 지원율을 보였다. 

빅5병원에선 서울대와 서울아산, 삼성서울병원이 외과 정원을 채웠지만 가톨릭중앙의료원은 17명 정원에 9명, 세브란스병원은 15명 정원에 9명만이 지원하면서 미달 사태를 맞았다. 

외과도 지원자가 없는 병원이 많았다. 한림대성심, 건국대, 순천향대서울, 아주대, 고대안산, 한림대강남성심병원 등에서 1명의 지원자도 나오지 않았다.

외과는 전공의 지원율 상향을 기대하며 수련 기간도 3년으로 단축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내과가 수련 기간을 단축하고 매년 100% 이상 충원율을 보이는 것과 대비된다. 

일각에선 외과는 내과와 상황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수련기간 단축으로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련 학회 수련이사는 "외과는 수련기간 단축으로 효과를 보기 어려운 과다. 내과는 성향상 지원자가 가정의학과와 겹친다. 이 때문에 수련기간이 줄고 가정의학과로 갈 인원들이 대거 내과로 몰리는 효과가 나타났지만 외과는 수련기간이 준다고 해서 다른과에 갈 인원이 오진 않는다. 전략이 실패"라고 말했다.  

외과계는 예상했던 결과라며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수술실 CCTV설치 확대나 외과 수술 의료사고에 따른 형사처벌 등이 늘어나면서 향후 외과 지원율이 더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되고 있다. 

대한외과학회 이우용 부회장은 "(미달 사태가) 예견된 결과라고 본다. 수술에 따른 의료분쟁이 너무 많고 이에 따라 형사처벌되는 의사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외과 지원을 꺼리게 된다"며 "이에 더해 앞으론 수술실 CCTV까지 설치가 기정사실화되면서 당분간 별로 희망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외과 수련기간 단축과 더불어 필수의료 강화 대책에 외과가 포함됐음에도 형사처벌과 CCTV 설치 등 이슈가 너무 강력해 탄력을 받지 못했다"며 "필수의료 대책도 심뇌혈관이나 소청과 관련 정책이 대부분이고 외과계 관련 지원은 거의 없다. 정부는 급한 불만 끄는 용으로 필수의료 강화 대책을 발표하는 것 같다. 의료사고분쟁특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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