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노벨생리의학상이 못나오는 이유?…처참한 기초의학 바닥, 선호도 2%에 불과

교육시간·실습비 등 줄고 교육도 분절적…정부 차원의 특단적 연구비 지원 등 희귀학문 육성 있어야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신찬수 이사장.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지금의 한국 기초의학 생태계에선 노벨생리의학 수상자는 절대 나오지 못한다."(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신찬수 이사장)

기초의학을 전공하는 의사들의 씨가 마르고 있다. 기초의학은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 과목들과 달리 해부학, 생리학, 조직학 등 의학의 기초적인 지식을 연구하는 학문의 의료 관련 원천 기술은 모두 기초의학 연구에서 나온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초의학 실정은 가히 처참한 실정이다. 2013년 서울대 의과대학 이진석 의료관리학교실 교수팀이 의대생 1만2709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기초의학에 대한 선호도는 2%로 꼴지 수준이었다. 내과계가 67.6%로 가장 높았고 기피과로 불리는 외과계도 30.4% 수준인데 비해 참혹한 수준이다. 10년 전 조사결과이긴 하지만 현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래도 밝지 않다. 기초의학 교육과 재정이 꾸준히 줄고 있는데 다 정부 지원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한기초의학협의회에 따르면 기초의학과목 중 단독과목 강의·실습 시간은 2014년 1200시간에서 2020년 729시간으로 대폭 줄었다. 기초의학교실 평균 실습비도 동기간 680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감소했다. 

최근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제8대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된 신찬수 교수(서울대 의과대학 내과학교실)는 "정부의 그냥 지원이 아닌 '파격적인' 지원이 이뤄져야만 기초의학 분야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연구비 확보 자체가 어렵다 보니 기존 기초의학 교수들 조차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게 신 이사장의 견해다. 

그는 지금의 분절적인 기초의학 교육시스템부터 시작해 기초의학 교수들의 외래를 줄이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등 재정적 지원과 시스템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신찬수 이사장을 18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만나봤다. 


Q. 우리나라에선 기초의학과 관련해서 노벨상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문제는 기초의학 교육이 학생 때부터 분절돼 있다는 것이다. 예전엔 의대 커리큘럼 자체가 본과 때부터 3주 총론과 강론으로 기초의학을 쭉 배울 수 있도록 돼 있었다. 지금은 임상과 별로 분절돼서 조금씩 필요한 때에 기초의학을 배우고 있는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들도 불만이고 절대적인 수업 시간과 질 자체가 줄었다. 

Q. 수업 잘 이뤄지면 기초의학 붐이 일어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기초의학을 하면 힘들다는 것을 의대생들이 더 잘 안다. 가령 피부과 강의를 줄인다고 해서 피부과를 전공하지 않을 것이고 요즘 인기가 많은 재활의학과도 수업 시간자체는 적다. 결국 핵심은 학생들에게 비전을 제시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

이를 위해선 정부의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학생들은 여전히 주저할 수밖에 없다. 현재 기초의학 교수들은 연구비 확보조차 어려워하고 있다. 당장의 성과가 없다고 해도 보호학문, 희귀학문 차원에서 정부가 육성할 필요가 있고 결국 재정적 지원이 있어야 기초의학에서 의료 원천기술이 나오는 것이다. 

Q. 기초의학 연구가 경시되는 실제 사례를 소개해달라. 

예를 들어 한국연구재단 같은 곳에서 연구비 지원을 받으려고 하면 의료 기초 분야라는 이유로 다른 곳에서 알아보라는 답변을 받을 때가 많다. 기초의학 교수들이 가장 서러워하는 부분 중 하나다. 그러나 미국은 국립보건원(NIH) 차원에서 이뤄지고 일본도 정부 차에서 기초의학 연구비를 대부분 지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선진국들과 비슷하 수준의 지원이 있어야 노벨생리의학 수상자가 나올 수 있다.         

Q. 재정적 지원 말고 다른 대안은 무엇이 있나?

현재 정부에서 연구중심 병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서로 불만이 많다. 돈을 지원하는 정부에서도 결과가 미약하다고 불만, 병원에서도 지원금을 목적에 맞게 쓰기가 너무 까다롭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연구의 중심이 돼야 하는 것은 병원이 아니라 의과대학이다. 역량과 능력이 되는 연구진이 포진돼 있는 의대에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연구중심 병원이 아니라 연구중심 의대 사업이 실시돼야 한다고 본다. 기초의학 교수들이 병원에서 환자를 그만보고 대학에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주고 지원해주면 어느정도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실시될 수 있도록 병원 평가에 이런 부분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Q. 기초의학 문제에서 자연스럽게 의사과학자 양성 문제가 이어지는 듯하다. 의사과학자 양성 문제에 대한 견해는?

향후 KAMC 이사장을 지내면서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문제다. 현재 보건복지부 연구용역을 받아 융합형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정책 디자인과 과제를 수행 중에 있다. 지금까지 서울의대가 그런 역할을 많이 해왔는데 이 문제는 대학 단위에서 할 문제는 아니다. 학생 모집부터 선발, 대학 간 컨소시엄과 총괄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KAMC에선 의사과학자양성 특별위원회도 이번에 만들었다. 

Q. 의사과학자 양성의 차원에서 카이스트와 유니스트 등에서 의과대학을 신설하는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카이스트에서 의과학대학원을 오래 운영해왔다. 우리 졸업생들도 그런 곳에 가서 학위과정을 밟으며 병역특례도 받고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 부분은 더 장려되고 발전해야 된다고 본다. 앞으로도 우리학교 졸업생들을 많이 보낼 충분한 의지도 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의과대학을 새로 만드는 문제는 다른 차원이다. 현재와 같은 수준의 의과학대학원은 적극 지지한다. 

Q. 의사과학자양성 특별위원회를 제외한 다른 특위가 더 있나?

40개 의과대학 학장들이 제일 힘들어 하는 문제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인증평가 문제다. 인증평가의 디테일한 부분에서 각 대학별로 인지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특위가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의료인력이 적정한지를 알아보기 위한 의사인력양성과 관련한 적정의료 특별위, 미래의학에 있어 어떻게 전략을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특위도 있다. 

Q. 의대를 졸업하고 시험만 합격하면 바로 독립진료권을 갖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꽤 있는 것으로 안다. 이에 대한 견해는?

협회 차원에서 논의해 보진 않았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 문제를 바꾸려면 인턴과 레지던트 수련 방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본다. 현재 레지던트는 좀 낫지만 인턴은 거의 방치 수준이다. 정부도 손 놓고 있고 병원은 이들을 수련보단 값싼 노동력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인턴 수련 관리가 제대로 될 수 있다면 1년 정도 독립진료 권한을 늦출 수 있을 것이다. 이게 가능하려면 수련비용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Q. 의대생 성범죄 문제도 매번 도마위에 오르고 있는데 해결방안이 있나. 

법원판결과 학교 차원의 징계는 별개로 가야 한다고 본다. 법원 판결은 오래 걸리기도 하고 법률적 책임을 묻는 것이고 이와 다른 차원에서 의대에서 학생의 품위손상과 예비의료인으로서 도덕성 등 잣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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