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CEO·MD 인터뷰] 뉴로비트사이언스 김수곤 대표, 중추신경계 손상 환자 대상 임상3상·상용화 국내 개발 의지 강조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재활의학과 의사로서 일하면서 실질적인 회복에 도움을 주는 치료제가 없어 고통받는 치매 등 중추신경계 손상 환자들을 지켜보는 게 안타까웠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의사들과 함께 혁신신약을 만들고자 뉴로비트사이언스를 설립, 개발에 나서게 됐다."
뉴로비트사이언스 김수곤 대표이사는 신경과·재활의학과 전문의 8명과 의기투합해 지난해 11월 뉴로비트사이언스를 세웠다.
재활의학과 전문의인 김 대표는 환자를 치료하겠다는 부푼 꿈으로 의사생활을 시작했지만 중추신경계 손상환자들의 치료적 어려움과 한계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실제 치매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 질환과 국내 척추질환자 40% 이상인 척추관협착증 등은 증상을 잠시 지연시키거나 더 나빠지지 않게 유지하는 보존적 치료제만 존재하는 상황이다.
이에 김 대표와 같은 뜻을 가진 의사들은 3년간의 준비 끝에 지난해 '기본을 지켜 혁신을 이루다'라는 모토로 뉴로비트를 설립했으며 올해 2월 자사 기업부설연구소 승인을 받아 10여명의 연구인력이 혁신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기존 치료제 역할이 미미하거나 인정받지 못하는 치료제의 새로운 적응증을 찾는 AI협력업체 연구팀이 합류해 연구 질을 높이고 있으며, 최고 의학경영자로 이수호 신경과 전문의와 비임상 전문가 김광용 박사 등은 자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알츠하이머, 파킨슨, 척추관협착증 치료제 등 파이프라인 보유
현재 뉴로비트는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비롯해 파킨슨, 척추관협착증 등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신약 파이프라인은 아밀로이드베타와 타우단백질을 타깃으로 하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저분자화합물 NBS101과 프로탁기술을 활용한 NBS201 등이 있다.
최근 바이오젠 아두카누맙(아두헬름)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허가를 받았으며, 국내외 대형제약사들과 바이오벤처들이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음에도 뉴로비트는 자사만의 경쟁력과 차별성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알츠하이머라는 질환은 사고나 다른 외부 자극에 의해 일어나는 질환이 아니라, 인지능력의 이상징후를 발견하기 10년 또는 15년 전부터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가 축적돼 일어나는 질환이다. 치매증상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뇌 전체에 아밀로이드베타와 타우 응집체가 축적된 상태가 대부분"이라며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이나 NMDA수용체를 타깃으로 하는 기존의 약들은 단기적으로 인지 기능을 개선하는 데 그칠 뿐 장기적으로 효과가 미미하거나 다시 병적인 증세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두헬름 역시 FDA의 조건부 승인을 받아 부작용과 용량 검증 등 추가 임상시험이 필요한 단계"라며 "이를 모두 마치고 국내에 들어오기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며, 고가의 항체치료제기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져 미충족 수요를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부연했다.
김 대표는 "치매의 직접적인 원인을 타깃해 강력한 효과가 있으면서, 동시에 치매환자와 보호자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점을 고려해 저렴한 약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자사 설립 목적이 치매 등으로 고통받는 중추신경계 환자들을 돕기 위한 것인만큼,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원인을 명확히 타깃하는 저분자화합물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분자화합물은 기존 상용화된 약들에 비해 효과와 경제적인 부분에 있어 경쟁력이 충분하지만, 인산화과정으로 인해 부작용 가능성이 높은 문제를 안고 있다.
김 대표는 "대부분 개발되는 후보물질은 아밀로이드 베타 또는 타우만을 각각 잡는 데 그치고 있다. 모 업체에서 자사처럼 듀얼 타깃팅하는 저분자화합물 치매치료제를 개발 중이지만, 인산화과정에 대한 부작용을 잡는 원리가 다르다"면서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가 독성을 띄는 응집체를 형성하려면 인산화 과정을 거치는데, 해당 업체는 인산화효소(Kinase·키네이스 또는 키나아제)를 조절해 인산화를 억제, 응집체를 생성하지 못하게 하는 간접적인 방식의 기전"이라고 말했다.
반면 "자사가 개발하는 후보물질은 응집체에 직접적으로 결합해 이를 해체시키는 기전의 혁신신약(First in Class)으로, 인산화과정을 막아주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개발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돼 있다"고 강조했다.
저분자화합물의 장점만 살리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의 NBS101은 비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마무리 시점은 2022년 후반~2023년도 초반이다. 2023년부터 국내에서 임상1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저분자화합물 120가지 보유...국산 신약 개발 성공할 때까지
이와 함께 개발 중인 NBS201은 표적항암제처럼 특정 단백질의 분해를 유도하는 방법인 프로탁(PROTACs: Proteolysis Targeting Chimeras)기술을 활용해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의 단일 형태의 잔여물까지 분해하는 치료제다. 이 같은 기전으로 뇌의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독성물질까지 제거할 수 있어 NBS101의 한계를 더 뛰어넘는 치료제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는 비임상시험을 준비 중인 단계로, 올해 4분기부터 연세대 김영수 교수팀,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재단 홍기범 박사팀 등과 공동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같은 차별성을 바탕으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으로부터 유망 바이오벤처로 선정돼 제3회 케이빅스타데이(K-BIC STAR DAY)에서 해당 신약 파이프라인을 소개하는 기회를 가졌으며, 이를 통해 15개 회사로부터 컨택이 이어졌다.
뉴로비트는 치매치료제 외에도 중추신경계와 관련된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저분자화합물은 120가지다. 이중 파킨슨병 연관돼 있는 '알파-시누클레인(α-synuclein)을 제거하는 기능을 가진 저분자화합물을 발견했으며, 향후 파킨슨병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하면서 개발할 예정이다. α-synuclein이 파킨슨 외에도 뇌전증에도 원인이 된다고 알려져 있어 적응증을 확장해 나갈 방침"이라며 "이들에 대해 인비트로(In vitro)연구 결과만 갖고 있어 유효성 평가를 위한 제브라피시를 진행할 계획이며, 빠르면 올해 안에 결과가 나올 전망"이라고 밝혔다.
또한 "척추관협착증 치료제 후보 물질인 NBS501은 경희대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은 것으로, 세레콕시브(celecoxib)에 비해 더 좋은 효과와 적은 부작용을 가진 저분자화합물"이라며 "세레콕시브는 현재 통증치료제 중 부작용이 가장 적음에도 뇌내출혈, 위장관출혈 등의 부작용 가능성이 있어 다량을 사용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내성 역치에 따른 용량 조절에도 한계가 있는데, NBS501은 적은 농도로도 효과가 나올 수 있다. 오는 2023년 임상1상을 허가받을 수 있도록 1상 허가 신청서 계획서를 작성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이외에도 뉴로비트는 '제2의 비아그라'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상용화됐음에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해 사장되거나 안전성을 입증하지 못해 사용이 어려운 약물들이 다른 적응증을 찾을 수 있도록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데모버전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자사가 보유한 120여개의 저분자화합물 구조를 이용해 적응증을 찾아내고 있으며 개발한 화합물도 찾아낸 상태다.
저분자화합물을 중심으로 구축된 뉴로비트의 파이프라인은 기존의 항체나 펩타이드에 비해 저비용에 공정과정이 명확해 가성비가 매우 높지만, 부작용이나 합병증 등을 검증하는 임상시험 과정이 어렵다. 특히 치매 치료제 개발에 있어 임상3상 환자모집 과정이 어려워 상용화가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 대표는 "임상에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알츠하이머 환자들은 위한 앱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치매 환자와 보호자들은 뾰족한 치료방법이 없어 개발 중인 약물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에 착안, 앱을 통해 이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해 임상3상 환자모집을 용이하게 하려는 것"이라며 "이와 함께 현재 원장으로 있는 10개 체인의 요양병원을 통해 안전성을 입증한 약물의 2, 3상을 진행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로비트는 오는 2024년 대표적인 치매 치료 후보물질의 1, 2a상 허가신청을 완료한 후 본격적인 임상 궤도에 이르는 2025년 상장(IPO)을 추진할 예정이다. 상장을 통한 자본금은 치매 치료 후보물질을 비롯 R&D 파이프라인을 확장, 강화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많은 신약개발 벤처들이 임상1상이나 2상까지 진행한 후 라이센스아웃을 목표로 하지만, 우리는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제를 연구하는 자립적인 혁신기업으로서 환자들의 고통을 덜기 위해 국내에서 임상3상, 상용화까지 진행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서 "한 회사의 대표이자, 의사, 그리고 바이오 업계 연구자로서 한 걸음 한 걸음 기본적인 것들을 잘 쌓아올려 국산신약 개발 성공을 이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혼자만의 힘으로는 목표를 달성하기에 역부족이다. 인류가 맞딱드린 과제는 협력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며 "자사 인력은 물론, 많은 제약사와 유관기관, 연구소, 정부 등의 도움도 이어져야 한다"면서 제도적·재정적 지원의 필요성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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