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미래학자가 꼽은 8가지 디지털 헬스 '빅뱅'

메드스케이프의 인터넷 브랜즈, 웹엠디 인수 등 2017년 주목할만한 M&A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18 글로벌 트렌드 ②의료IT 
로슈 당뇨앱 '마이슈가', 복약 관리앱 '포켓처방전' 등 제약업계 디지털화 현상 뚜렷 

애플은 수면트래커 베딧 인수, 구글 알파벳은 건강정보 측정 세노시스 인수 ​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의료미래학자(Medical Futurist)'로 유명한 버탈란 메스코(Bertalan Mesko, MD. PhD) 박사가 지난해 8건의 디지털 헬스 인수합병(M&A)를 통해 2018년의 변화를 전망했다.

버탈란 메스코 박사는 디지털 헬스 기술이 미래 헬스케어에 가져올 영향을 예측하고 환자와 의사, 정부기관, 기업 등이 이를 현실화하는 것을 돕고 있다.  의료의 미래 트렌드를 예측하는 메스코 박사의 블로그에 300만 명이 넘는 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아마존 톱100 저자로 각종 방송에 출연하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는 헝가리 의사이면서 유전체학을 전공했다. 

글로벌 디지털 헬스 시장은 2016년 약 1800억 달러 규모로, 수년간 성장해오다 잠시 주춤한 상태다. 트랜스패런시 마켓 리서치(TMR)에 따르면 이 시장은 2017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13.4%로 성장해 2025년 말에는 약 5370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메스코 박사는 제약 산업도 더 이상 디지털 서비스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시대에 이르렀고, 의료 관련 사이트가 점차 거대한 미디어로 진화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로 제약, 건강보험, 의료·디지털 기술 업계에서 2017년 일어난 디지털 헬스 M&A 8가지를 꼽았다. 

그는 첫번째로 인터넷 브랜즈(Internet Brands)의 웹엠디(WebMD) 인수 건을 꼽았다 . 웹엠디는 미국에서 1996년 헬스케어 정보를 전달하는 페이지로 시작해 현재 의료진뿐만 아니라 환자를 대상으로 10년 넘게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온라인 의료 포털이다. 글로벌 방문자(audience) 측정 플랫폼인 콤스코어(comScore)는 웹엠디를 미국에서 가장 많이 방문하는 웹사이트 36위로 추정했다. 미국 투자펀드 케이케이알(KKR)의 포트폴리오 기업인 인터넷 브랜즈는 웹엠디를 2017년 7월 약28억 달러(약3조원)에 인수했다. 인터넷 브랜즈는 미국의 또 다른 의료 포털인 메드스케이프(Medscape)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이번 웹엠디와의 합병으로 인터넷 브랜즈는 수백만 명의 소비자와 5만 명 이상의 의료진을 대상으로 멀티 브랜드, 멀티 제품 접근이 가능해졌다.

두 번째는 웨어러블 트래커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핏비트(Fibit)'가 긴 배터리 수명을 자랑하는 루마니아 스타트업 '벡터 와치(Vector Watch)'를 2017년 인수했다. 핏비트는 2016년 컨넥티드헬스·운동기기 부문을 2330만 달러에 매각하고 스마트워치 페블(Pebble)을 인수하며, 이들을 결합한 '핏빗 아이오닉(Fitbit Ionic)'을 이듬해 가을 출시했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뤄진 핏비트의 벡터 와치 인수는 30일이나 되는 배터리 수명을 가진 스마트워치에 가치를 부여해 1500만 달러(약162억원)를 들여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 메스코 박사는 이를 계기로 핏비트의 배터리가 2~4일간 지속되는 스마트워치를 출시해 애플 워치를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했다.

세 번째는 미국 자선단체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Chan Zuckerberg Initiative, CZI)'의 캐나다 스타트업 '메타(Meta)' 인수다.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CZI)는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와 그의 부인 프리실라 챈이 첫째 딸 출생을 기념해 설립한 자선단체다. 이 단체는 과학자들이 연구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도구를 제공하는 것도 설립 목적에 포함하고 있다. 메타(Meta)는 딥러닝을 적용해 인공지능으로 과학논문을 검색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향후에는 IBM 왓슨과 같이 의사를 대상으로 급증하는 의학논문을 쉽게 활용(keep up)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메스코 박사는 이번 합병으로 이제 대량 정보의 처리 없이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어려워진 이 시기에 의학연구를 위한 인공지능(AI) 솔루션이 출시될 것으로 기대했다.

네 번째는 제약업계의 디지털화를 보여주는 디지털 파마시스트(Digital Pharmacist)의 '포킷처방전(PocketRx)' 인수 건이다. 디지털 파마시스트 자체도 '처방전위키(RxWiki)'와 텔레매니저(TeleManager)의 합병으로 탄생한 스타트업으로, 제약회사를 위한 미국의료정보보호법(HIPAA) 부합 웹사이트, 모바일 앱, 디지털 마케팅 솔루션 등을 개발한다. 포킷처방전은 환자가 처방약을 관리하고 지역 약국과 연결해 독감 주사, 예방접종, 프로모션 등의 소식을 얻을 수 있는 앱(App)이다. 메스코 박사는 이들의 합병으로 제약 업계는 이제 약(drug)만이 아닌 약 복약관리(medication management)와 환자 중심(patient compliance)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고 봤다. 디지털 약국은 단순히 약물데이터라기 보다는 환자의 투약까지 관리하는 온라인 도구라는 것이다.

다섯 번째, 글로벌 제약기업 로슈가 2017년 당뇨관리 앱인 '마이슈가(mySugar)'를 인수한 건이다. 마이슈가는 호주의 당뇨관리 스타트업으로, 2012년부터 앱 기반의 당뇨관리 솔루션을 제공해 52개국 백만 명의 유저를 보유하고 있다. 로슈는 마이슈가 앱을 로슈의 당뇨관리 디지털 헬스 서비스 플랫폼에 통합해 아큐체크 가이드 글루코스 미터(Accu-Check Guide glucose meter) 등과 연동시켰다. 메스코 박사는 이번 건에 대해 거대 제약 회사가 헬스테크 스타트업 솔루션의 가치를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의의를 두었다. 이처럼 제약기업이 자체 제품·서비스만을 기반으로한 솔루션이 아닌 틈새·가치 기반의 시장 플레이어와 협업하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섯 번째, 미국 의료정보관리시스템학회인 힘스(HIMSS: The Healthcare Information and Management System Society)가 디지털 헬스 미디어기업 '헬스 2.0(Health 2.0)'을 2017년 4월 인수했다. 헬스 2.0은 10만 명이 넘는 기업가, 개발자, 의료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글로벌 헬스테크놀로지 컨퍼런스를 개최하며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메스코 박사는 힘스(HIMSS)가 그동안 병원과 네트워크, 의사그룹에 기반한 주류 기술에 초점을 맞춰왔으나 이번 인수로 최첨단 헬스 IT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곱 번째는 애플이 2017년 5월 수면 트래커를 제조하는 '베딧(Beddit)'을 인수한 건이다. 애플이 2017년 5월 인수한 베딧은 침대 매트리스 아래 센서를 부착해 침대에 있는 시간, 깨어있는 시간, 침대를 벗어난 시간, 수면시간, 심박률, 호흡 상태, 수면의 질 등을 측정한다. 메스코 박사는 베딧이 애플의 인수 전부터 아이폰 헬스앱(Health App)과 호환되고 최신 모델 '베딧 3 수면 트래커(Beddit 3 Sleep Tracker)'를 애플 소매점에서 이미 판매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애플이 이에 앞서 발표한 스탠포드의대와의 '애플 심장연구(Apple Heart Study)'를 언급하며, 애플이 2017년 12월 스마트 워치의 다음 버전으로 고급 심장 모니터링 제품 개발을 선언한 점을 강조했다.

마지막 여덟 번째로는 구글의 자회사(umbrella company)인 알파벳(Alphabet)이 '세노시스(Senosis Health)'를 인수한 건을 꼽았다. 세노시스는 스마트폰 내장형 센서를 이용해 신생아 황달, 폐활량, 혈류 내 헤모글로빈을 모니터(측정)하는 세 종류의 헬스앱을 만든 미국의 스타트업이다. 메스코 박사는 이와 함께 구글의 또 다른 회사인 베릴리(Verily)가 2017년 4월에 1만 명의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겠다고 발표한 사실을 언급했다. 베릴리는 자체 센서를 이용해 연구 참가자들의 유전체 정보, 혈액 샘플, 의료영상 등의 정보를 4년간 수집할 계획이다. 그는 구글의 이번 세노시스 인수 덕분에 베릴리는 연구 참가자들의 스마트폰을 이용해 생체 신호를 감지하고 특정 상태를 진단할 수 있게 됐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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