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건을 계기로 병원들이 필수의료 관련 전문의 인력을 고용하도록 강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4일 성명서를 통해 “필수의료 의사 부족과 병원의 인력 고용이 적은 문제는 보상이 적어서가 아니다”라며 이 같이 주장했다.
의료계에서 병원이 전문의 채용을 늘릴 수 있도록 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하자 이를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우선 보상을 올린다고 해도 응급진료나 필수진료는 여타 진료처럼 행위 수를 늘릴 수 없고, 비급여가 적어 상대적으로 적어 수익성이 적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한 “보상을 늘려도 병원 수익만 상승하지 인력 고용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며 “흉부외과의 경우 가산금이 2배 인상됐지만 전공의는 늘어나지 않았다. 병원이 전문의 고용을 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실제 당시 흉부외과 수가가산금은 전문의 고용이 아니라 평균 50% 많게는 95%가 의료기관 수익 상승으로 이어졌을 뿐”이라며 “또 다른 예로 이국종 교수가 밝혔듯 민간병원에선 흑자가 나더라도 더 수익이 발생하는 진료과에 병상과 인력을 추가 배정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이들은 “병원이 수익을 쌓아두고도 이익 극대화를 위해 필수 의료부분을 등한시하는 건 진정한 문제”라며 “지금도 소위 기피과 의사들 상당수가 하루 12시간 넘게 일하며 번아웃에 시달리고 있다. 병원들이 전문의 충원을 충분히 하면 의사도 살리고 환자도 살릴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선 병원자율로 인력고용을 맡겨 놓아선 안된다. 정부가 특정진료에 대한 전문의 인력 고용을 제도적으로 강제해야 한다”며 “아무리 난이도가 높고 활용도가 낮은 수술이라도 사람을 살리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면 대형병원들은 적정 수를 확보하는 게 기본이다. 나아가 이를 위해 정부는 의사를 공공적으로 양성해 공공병원과 필수의료에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정부에게 이번 사건에 대한 객관적이고 체계적 조사를 주문하기도 했다. 뇌혈관질환 1등급 병원 기준에 맞게 인력을 운영했는지, 사망과 업무의 연관성은 없는지 등에 대해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대형병원이 수익성 문제로 인력 고용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은 상업적, 비윤리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뜻”이라며 “서울아산병원은 2020년 기준으로 매출이 2조원을 넘고 순이익이 280억인 병원이다. 이런 병원이 꼭 필요한 응급수술 전문가를 2명 밖에 고용하지 않았다고 정당화하려 한다면 누가 납득하겠느냐”고 했다.
이들은 끝으로 “근본적으로는 민간병원 중심의 상업적 의료체계에 메스를 대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문제는 구조적으로 반복될 것”이라며 “시장 의료의 왜곡 때문에 국내 최고의 병원이란 곳조차 필수 응급진료를 할 의사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도 민간병원들만을 지원하고 공공병원은 위축시키며, 의료 ‘산업’으로 돈 벌이 하겠다고 의료영리화 정책을 꺼내놓고 있는 윤석열 정부는 이런 비극을 더 양산시키려는 것과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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