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협·간협 "PA 문제 유연성 발휘 필요...시대 변화 반영하고 법적 보호체계 마련해야"

노정합의문에 간호인력 기준·처우 개선 등에 병협은 우려, 간협은 환영...복지부는 적정 인력기준 수립

좌측부터 대한병원협회 송재찬 상근부회장, 대한간호협회 조문숙 부회장. 사진=유튜브 라이브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지난달 보건복지부와 보건의료노조의 노정합의문에 불법의료근절 내용이 포함된 것과 관련해 직역간 업무 조정의 탄력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PA(진료보조인력)들의 의료행위에 대해 과거와 같은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대신 시대 변화를 감안해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생명홀에서 열린 ‘노정합의의 의미와 후속과제’ 토론회에서 대한병원협회 송재찬 상근부회장은 “면허별로 정해진 업무범위는 과거에 사이비 의료인들이 많을 때 통제와 규제를 위해 강하고 엄격하게 적용한 부분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송 부회장은 심초음파 검사를 행한 간호사들이 불법의료행위로 고발된 사건들을 언급하며 시대의 변화와 의료기술 발전에 따른 상황이 반영될 필요가 있단 점을 지적했다.

그는 “몇십년 전만 하더라도 심초음파 검사는 심장내과 의사가 직접해야지 감히 (간호사가) 촬영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그 이후에 안전성, 관리 가능성 등이 검증되면서 간호사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기술의 발전에 따라 좀 더 고도의 의료를 행해야 될 사람, 검증된 의료를 행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업무 조정이 필요하다. 조금 더 탄력적으로 운영되도록 법적 해석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 부회장은 “현장에서 (PA들이) 고발되고 법적 제재를 받는 상황에 당황스럽고 해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게 어렵다면 각 직역단체에서 그 해석을 좀 더 유연성있게, 포용성 있게 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대한간호협회는 불법 의료행위 근절을 위한 직종간 업무 범위의 구분시에 PA 운영관리 체계와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협 조문숙 부회장은 “병원 입장에선 수익 극대화, 저수가, 의사수 부족 등의 문제로 PA를 운영하고 있고, PA는 인사고과 등 불이익을 받을 것에 대한 우려로 불법의료 행위를 거부하지 못하고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지만 야간 근무, 교대 등에 대한 기피현상으로 PA를 선호하는 간호사들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직종간 업무 범위를 명확히 구분할 때 PA 운영관리 체계와 법적 보호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호사 인력기준∙근로환경 개선 내용 대거 포함...병협은 '우려', 간협은 '환영'

노정합의문에 포함된 간호 인력 기준, 처우 및 근로환경 개선 등의 내용에 대해서는 병협과 간협의 반응이 갈렸다.

송 부회장은 “병원장들은 합의문에 포함된 내용이 다 현실화 되면 실질적으로 간호사를 뽑을 수 있을지, 비용도 많이 들어갈텐데 보상은 충분히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며  “저수가 상황에서 비공식적인 부분으로 수입을 보충해왔는데 그런 것들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적인 보상 없이 이런 제도들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코로나19 병상 인력 기준과 관련해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중등증 이하 환자에 대한 인력 기준이 너무 강해 감당하기 힘들다는 걱정이 많다”고 우려했다.

고질적인 간호인력 부족 문제를 단순히 근로조건 탓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며 간호대 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송 부회장은 “실습 기회 감소, 새로운 세대의 가치관 변화 등에 대응해 어떤 교육과 지원을 해줄지 논의를 해야한다. 인력부족이 단순히 인력을 확대하고 야간근무 부담을 줄인다고 해결될 문제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간협은 노정합의 내용에 열렬한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향후 추진 과정에선 논의돼야 할 구체적인 부분들을 강조했다.

조 부회장은 “코로나19 대응 간호인력 배치기준이 만들어진 것은 고무적”이라면서도 “팬데믹에 따른 인력부족으로 파견간호사도 받고 대기 중이던 신규간호사들을 발령내 인력을 확보했지만 막상 중증환자를 전담할 숙련 간호사가 턱없이 부족했다. 인력 확보도 중요하지만 평상시 감염병 대응을 위한 중증환자 전담 간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교육전담간호사제의 민간의료기관 확대 계획에 대해서는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 부회장은 “사직률을 줄이는 긍정적 효과가 입증된 교육전담간호사제를 민간의료기관으로까지 확대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다만,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선 의료법 개정이나 수가 신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신규간호사는 오리엔테이션이 끝나도 1년 정도까진 실무적응 지원 교육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 차원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해 달라”고 요청했다.
 
보건복지부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관. 사진=유튜브 라이브

복지부 "보건의료인력에 대한 투자∙보상 미흡했다...병원계도 기여해야"

보건복지부는 노정합의 사항을 기반으로 보건의료인력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며, 향후 5년 뒤 변화해 있을 보건의료계의 상황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했다.

복지부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관은 “우리나라가 장비나 검사에 비해 사람에 대한 투자나 보상이 미흡한 측면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인력을 제대로 양성하고 적정하게 배치하는 것과 함께 일하는 곳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처우와 근로환경을 제대로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부분에서 병원계에서 상당한 부담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물론 정부 예산도 들어가야겠지만 병원계에서도 사람에 대한 투자나 보상 부분에서 기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전담간호사제와 관련해선 민간병원으로 확대를 위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이 정책관은 “교육전담간호사는 국공립병원에 대해 정부 예산으로 한시적으로 시행중인데 올해 종료될 예정이던 것을 일단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내년 예산까지 반영하기로 했다”며 “이걸 민간병원까지 확대할 때 재원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지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 기재부는 민간병원에 대한 지원까지 정부 재정으로 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적정의료인력 기준에 대해서는 간호인력을 포함한 20개 직종에 대해 인력기준을 만들고 내년 예산에 반영하도록 돼 있다”며 “이런 부분들이 단계적으로 시행되면 5년 정도 뒤 보건의료계의 현실은 지금과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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