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으로 임상시험 지연·중단 잇따라…분산형 임상시험 등 새로운 방법 도입

"중단율·미재개율 최다는 정신질환, 조기 종료는 뇌혈관질환·높은 지연율은 고형암 등"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지난 2년간 전세계적으로 다수의 신약개발 임상시험이 지연 또는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제약바이오업계·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KONECT) 글로벌 임상시험 동향 보고서 등에 따르면 신·변종 감염병으로 인한 임상시험 중단·지연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새로운 방안이 도입되고 있다.
 
표 = 질환별 임상시험 중단 비율, 미재개 비율(KONECT 재구성).

지난 2020년 3월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한 후 코로나19 치료제, 백신을 제외한 분야 임상시험은 진행이 중단되거나 조기 종료, 개시 지연 등의 문제에 직면했다.

팬데믹 초기 6개월간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 임상시험 등록 건수가 급감하고 연구자들의 코로나19 연구 편중, 일시 해고 현상 등이 발생했으며, 많은 병원들의 임상시험 공간이 중환자실로 전환되면서 해당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먼저 임상시험 중단은 2020년 5월 정점을 찍고 하향 추세를 거친 후 1년 경과 시점부터 240~280건 수준을 유지했다.

미국을 기준으로 2020년 1분기 모집단계였던 임상시험의 7%가 2년 내로 중단됐으며, 이중 30%는 재개되지 못했다. 정신 장애(Psychiatric Disorders) 분야는 10%의 중단율을 보였으며, 비재개율은 51%로 가장 높았다. 오심, 비만 등은 각각 11%, 10%, 육종과 부인암도 9%대로 높은 중단율을 보였으나, 비재개율은 다소 낮은 편이었다. 

조기 종료도 잇따랐다. 2020~2021년 코로나19로 조기 종료된 임상시험은 339건이며, 이는 동 기간 종료된 전체 임상시험의 2.2%를 차지했다.

뇌혈관질환과 신경인지장애 분야가 각각 5.2%, 4.5%의 조기종료율을 보였다. 경증 뇌졸중 환자는 병원 방문 자체를 연기하고, 뇌졸중 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사망위험이 높고 치료 일정이 다르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임상 지연은 2019년 11월~2020년 4월 사이 정점에 도달했고, 독성학 임상시험이 가장 높은 개시 지연비율을 기록하면서 중대한 타격을 입었다.

실제로 국내 한 바이오업체 대표는 "국내 뿐 아니라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통한 시장 진입을 추진 중인데, 미국 자회사를 두고 시판을 위한 임상시험을 계획했으나 코로나19로 상당 기간 지연됐다"고 말했다.

KONECT 연구팀은 "클리니컬트라이얼즈(ClinicalTrials.gov) 자료를 토대로 보면 독성학(toxicology, 신경학(neurology) 분야 임상시험이 가장 자주 중단 또는 지연, 조기 종료됐다. 종양학(oncology) 중에서 피부암 임상시험은 큰 중단 없이 이어져왔다"면서 "전통적으로 정확한 시간 엄수가 중요한 질환 분야의 개시 지연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상동맥질환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개시 지연율이 낮았으나, 팬데믹 이후 임상시험의 절반이 6개월 이상 지연됐다"면서 "심혈관질환의 경우 도시봉쇄(Lockdown)로 인해 1~2년에 한 번 내원하던 많은 환자가 병원 방문을 연기하면서 연쇄적으로 환자 등록이 지연됐다"고 밝혔다.

고형암(Solid tumor), 정신 질환(mental disorders), 물질 관련 장애(substance-related disorders) 분야는 팬데믹 정점 이후에도 여전히 높은 지연율을 기록하고 있다. 

연구팀은 "늦은 재정 지원과 규제, IRB(생명윤리위원회) 검토 등 관련 행정의 관료주의로 지연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물질 관련 장애와 같이 사회적 교감이 필요한 임상시험은 원격임상시험이 적합하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변종 위험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팬데믹 이후에도 임상시험 전문인력 부족, 자금조달 지연, 규제 검토과정 등 전통적인 임상시험 효율화 과제도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는 도시봉쇄 등 변화하는 환경에 빨리 적응할 수 있게 하는 분산형 임상시험(Decentralized Clinical Trials, DCT) 등 새로운 임상시험 방식이 도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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