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과거에는 재무적 지표를 기준으로 기업을 평가했으나, 기후변화와 같이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늘면서 최근 비재무적 가치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환경(Environmental)·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즉 ESG가 기업 경영의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떠오르면서 제약바이오업계에서도 이를 도입하거나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최근 자금 이동의 주요기준으로 ESG가 부각되면서 ESG 정보공개 관련 규제도 도입되고 있다. 글로벌 ESG 정보공개 정책에 맞춰 우리나라에서도 전체 상장사를 대상으로 ESG 보고를 의무화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ESG 경영이 구축되지 않으면 자금 투입도 어려워진다. 한국거래소는 ESG 경영을 잘 못하는 기업에게 기관투자자들이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ESG를 고려해 투자하는 글로벌 책임 투자 규모도 계속해서 상승하는 추세라 했다. 국민연금은 올해 ESG 투자자산이 국민연금기금 전체 자산의 절반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고, 일부 운용사는 네거티브 스크리닝을 통해 ESG 기준에 미달하면 투자를 철회하는 결단까지 내리고 있다.
유럽연합(EU)은 6월 기업이 사람과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공개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CSRD(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를 채택했다. 이에 따라 기업은 지속가능성 문제에 대해 보고해야 하고, 이를 회사 경영 보고서 전용 섹션에 게시해야한다. 기존 비재무 보고 대상 기업보다 더 많은 기업이 CSRD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해외 기업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ESG 경영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한국바이오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제약산업의 ESG 시도는 복잡한 평가 기준, 전문인력 부족, 비용부담 등의 이유로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2021년 제약바이오기업 중 ESG 평가 A등급 업체는 10곳으로 증가했으나 상위제약사 위주로 ESG 경영을 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ESG 경영방침을 공개한 국내 제약사들 대부분 사회적책임(S)에 집중하고 있고, 친환경분야(E) 평가는 타산업 대비 취약한 부분으로 나타나 친환경 요소를 반영한 경영전략 마련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메디게이트뉴스는 환경과 사회 분야를 중심으로 다국적 제약기업들은 ESG 경영을 위해 어떤 목표를 세워 실천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10년 내 온실가스 제로·물 사용 감축·신재생 에너지 전환 등 목표 내세워
환경적 측면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앞으로 10년 안에 탄소 배출량과 물 사용량을 줄이고, 폐기물을 거의 없애면서 전체 에너지원의 대부분을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암젠(Amgen)은 2008년부터 탄소 배출량과 폐기물 처리량 감소, 수자원 보존을 목표하는 '환경 지속가능성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2021년부터는 '글로벌 2027 환경 지속가능성 계획' 아래 ▲탄소 중립 100% 달성 ▲수자원 40% 절약▲폐기물 75% 감축을 목표한다.
바이엘(Bayer)은 UN의 지속가능개발목표(UN SDGs)와 연계해 2030년까지 탄소중립화(carbon neutral) 비즈니스 실현을 목표로 바이엘 시설의 탄소 배출 감소, 제품 생산 과정 중 온실가스 및 작물보호제 환경 영향 30% 감소, 포장재 최소화 등 구체적인 실천 계획을 수립 및 실천하고 있다.
다케다(Takeda)는 2020년 탄소중립 전략을 수립하고 2040년까지 모든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화하며 공급망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목표를 발표했다. 2025년까지 물 소비량을 5% 줄이고, 공장과 내부 운영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줄이며, 2030년까지 모든 주요 사업장에서 폐기물 배출을 없앨 계획이다.
화이자(Pfizer)는 2030년까지 전체 에너지원을 신재생 에너지로 완전히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제품 전 주기에 걸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2030년까지 온실가스 직접 배출량(Scope 1)과 간접 배출량(Scope 2) 절대치를 46% 줄일 예정이다. 또한 공급업체들도 과학 기반 목표 이니셔티브(Science Based Target Initiative)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설정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화이자 업존(Upjohn)과 마일란(Mylan)의 결합으로 출범한 비아트리스(Viatris) 역시 2030년까지 온실가스 직/간접 배출량 절대치 42% 감축을 목표로 세웠다. 물품 및 서비스 구매, 자본재, 연료, 에너지 관련 대체품, 공급자향 운송(upstream transportation) 및 유통을 포함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Scope 3)은 2030년까지 25% 감축할 계획이다.
사회적 측면, 의약품 접근성 확대 위한 목표와 함께 기업별 가치 담은 목표 눈길
사회적 측면에서는 많은 기업이 의약품 접근성 확대를 위해 목표를 수립하고 있으며, 기업별 주요 파이프라인에 따라 추구하는 사회적 미션도 일부 반영된다.
예를 들어 여성건강에 주력하고 있는 오가논(Organon)은 'Her Promise(여성의 잠재력 확대)'를 토대로 올해 6월 출범 첫 ESG 보고서를 발간했다.
그 중 여성들의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계획으로 ▲ 69개 개발도상국에서 저렴한 피임 옵션들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한다 ▲여성건강 혁신을 재정의하고 적용한다 ▲여성에게 도움이 되는 치료 방법들에 대한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여성건강을 증진하고, 그들의 잠재력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다 ▲오가논 전 지사는 2030년까지 모든 직급에 걸쳐 성별 균형과 임금 형평성을 달성한다 등을 담았다.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는 당뇨병 퇴치를 위한 전략의 한 축으로 제2형 당뇨병과 비만 증가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도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부담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지만 이러한 질병이 처음부터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노보 노디스크의 목표는 당뇨병과 비만을 모두 예방하기 위한 효과적인 개입 방법을 찾고 시범 운영한 뒤 확대하는 것이다. 그 중 하나로 유니세프(UNICEF) 협력해 아동기 과체중과 비만을 예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도시 환경에서 취약 인구의 당뇨병과 비만을 예방하기 위한 민관 파트너십 'Cities Change Diabetes'을 지속해서 확장하고 있다.
GSK(GlaxoSmithKlin)는 전염병 예방과 치료 분야에서 건강상의 니즈를 해결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저소득 국가에 영향을 미치는 전염병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한편, 저소득 국가의 제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수립해 더 많은 사람이 약물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국내외 바이오제약 기업의 ESG 평가 및 동향' 보고서를 통해 "ESG는 갑자기 등장한 일시적인 트렌드 및 개념이 아니다"면서 "진정한 ESG 경영이 구축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홍보성 활동에만 그쳐서 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비전과 목표, 전략 등 경영 체계 전반에서의 전략적으로 중요한(material)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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