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노현서 인턴기자 이화의대 본4] 대한민국 의사라면 누구나 대한의사협회 회원으로 자동 가입된다. 하지만 의협회장 투표권은 회비 납부를 한 회원에 한해 주어진다.
이번 41대 의협회장 투표권을 가지려면 직전년도(2018년~2019년) 2년치 의협회비를 내야 한다. 전체 11만여명의 활동의사 중에서 절반인 5만여명이 투표권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이 중 휴대폰 인증을 하지 않는 몇천명을 제외하면 최종 선거인은 4만 5000명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의협회원이라면 회비 납부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투표권을 줘야 할까. 아니면 지금처럼 회비 납부를 한 회원에 한해 투표권을 줘야 할까.
이번 의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유태욱 후보와 이동욱 후보는 회비 납부와 관계없이 투표권을 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현택 후보와 김동석 후보는 회비 인하와 자발적인 회비 납부 분위기 조성을 강조했다. 이필수 후보와 박홍준 후보는 의협 차원의 공론화를 통해 추후 회비 인하와 투표권 확대 규정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투표권과 관련한 문제가 공론화되더라도 당장 이번 선거부터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의협 김완섭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선거관리규정상 24일까지 회원으로 등록되고 회비 납부가 이뤄져야 선거권이 주어진다. 25일에 선거인명부가 확정된다”라며 “선관위는 시행기관일 뿐, 선거권 문제를 현재와 다르게 적용하려면 의협 대의원총회를 통해 정관이나 선거관리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호 2번 유태욱 후보(순서 로테이션)는 “회비 납부와 관계없이 모든 회원들에게 투표권을 줘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유 후보는 “대다수 회원들이 의협회장 선거에 무관심하다. 모든 회원들에게 투표권이 있다면 의협회장 선거에 관심을 더 많이 갖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의협회장이 의사 회원들에게 대표성을 가지려면 회비와 상관없이 회장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유 후보는 “2014년에 의협회장에 출마했을 때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헌법총론을 읽어보면 투표권 중에 1인 1표는 보통권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에서 의사면허를 갖고 의사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1인 1표의 보통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고 해석된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현재처럼 의협회장 선거에 관심이 없고 투표율이 50% 미만으로 떨어지면 11만여명의 의사 회원 중 고작 2만명 내외가 투표하게 된다. 6명의 후보자가 3000표 정도씩 나눠 당선될 수 있다”라며 “의협회장의 대표를 뽑는 것은 의료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의료시스템과도 연관된다. 회비납부와 관계없이 투표권을 주고 회비를 낸 사람들에게는 혜택을 더 많이 줘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만약 회원 11만명이상 투표권을 가지면 적어도 6만명 이상은 투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4 의대생들도 보통권이라면 별도의 등록 절차가 필요없고 면허변호로 인증하면 투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면 젊은 의사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도 더 늘어날 것”라고 내다봤다.
기호 3번 이필수 후보는 “민주 사회에 있어서 권리와 의무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관점이 아닌 양 날개라고 본다. 의무를 수행하는 이에게 권리 또한 주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의협 정관 제6조에 따르면 회원은 협회 선거에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질 수 있지만, 정관 제6조2에 따라 회원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라며 "회원의 의무를 다해야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부여되며, 의무에는 회비 납부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회비납부 여부와 관계없이 선거권 확대와 관련된 논의는 선거관리규정 제·개정의 권한이 있는 대의원총회에서 심도 있게 다뤄질수 있다. 당장 이번 선거부터 급박하게 적용하기는 어렵더라도 추후 투표권을 확대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 후보는 “또한 의협 집행부의 바람직한 리더십이 발휘되면 당연히 회비납부율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한 긍정적 현상이 의협에 요구된다”라며 "추가적으로 회비를 낮추거나 현행 직전 2개년도 회비를 납부해야 하는 투표권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은 의협 차원의 고민과 협의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 후보는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관리규정을 지켜야 하더라도 보건복지부와 의협 선거지원팀 등이 협조해준다면 새내기 의사 회원들이 24일까지 회원 등록을 마치고 투표권을 가지는 것은 가능한 일로 판단된다"라며 "지난 여름의 힘겨웠던 투쟁을 위해 크나큰 희생을 감수했던 예비 회원들이 이번 의협 회장 선거에 투표할 수 있도록 정부와 의협이 적극적으로 노력해주길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라고 덧붙였다.
기호 4번 박홍준 후보는 “의협회장 투표권에 대한 논쟁은 선거 때마다 항상 불거져왔다. 의협회장이 단 몇 천표로 당선돼 과연 13만 의사를 대표할 수 있는가는 모두의 고민이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전부터 회비 납부에 상관없이 모든 의사에게 투표권을 확대하거나 납부자 3표, 비납부자 1표로 차등 투표권을 부여하자는 아이디어도 있었다”라며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에게 선거 권리와 함께 납세 의무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의협 회원은 회비 납부를 통해 회원으로서 권리가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박 후보는 “모든 의사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공정성과 절차적 정당성도 중요하다"라며 "의협이 제 역할을 다하고 회원들을 만족시킨다면 회비 납부율도 올라갈 것이다. 납부율과 연동해 회비를 낮추면 더 많은 의사들이 의협 회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박 후보는 “이번 예비의사들의 경우 정부 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최일선에서 싸웠다. 지난해 국시 거부로 시험이 늦어지고 면허번호 발부가 늦어지면서 투표권 행사가 어렵게 됐다"라며 "의협 선관위에 예비의사의 투표권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복지부에도 면허번호 발부를 조속히 해줄 것을 요청하겠다. 미래를 걸고 최일선에서 투쟁에 참여한 예비의사들의 투표권은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호 5번 이동욱 후보는 회비 납부와 관계없이 모든 회원들에게 투표권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투표권은 기본적으로 의협 회원들의 권리다. 이에 따라 모든 회원들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다른 말이 필요없다”고 말했다.
기호 6번 김동석 후보는 “회비 납부에 따른 투표권 여부는 대의원들 사이에서 논란이 있었을 정도로 상당히 민감한 문제다”라며 "가능하면 많은 의협 회원들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주장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투표권은 정관에 의해서 정해지기 때문에 회비를 내지 않아도 투표권을 줘야 한다는 주장은 당장 실현하기 어렵다. 반대로 국민들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투표권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김 후보는 “물론 회비를 내지 않는 사람에게 권리를 주는 것이 것이 맞냐는 것은 의협 차원으로 보다 공론화가 필요하다”라며 “의협회장에 당선된다면 회비 납부 문제를 공론화해서 회원들이 부담을 갖지 않도록 회비를 인하하고, 회비를 자발적으로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비가 100만원이라면 의협이 200만원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투표권 역시 많은 회원들에게 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기호 1번 임현택 후보는 “기본적으로 의협회장은 13만 전체 의사들을 대표한다는 대표성을 가져야 한다. 대국민 활동과 사회에서의 대표성과 대정부, 대정치권과의 대화 상대로서의 대표성에 있어서 정통성과 힘의 원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 후보는 “반면, 투표권 부여의 기준이 되는 회비납부의 의무는 기본적으로 의협이 활동하기 위해 쓰이는 인건비, 경상비 등 운영 경비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했다.
임 후보는 “유감스럽게도 현재는 그 대표성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의협회장 투표권 부여가 되고 있다. 가급적 많은 회원이 투표권을 갖고 의협회장 투표에 참여해서 의협회장의 대표성을 인정받아야 한다"라며 "동시에 의협이 지탱할 수 있는 운영 경비는 매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후보는 수익 사업을 확대하고 무엇보다 회원들에게 회비가 아깝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회원들의 만족도는 높이고 회원들의 부담은 줄여야 한다"라며 "의협에서 하는 모든 행사에 대다수 회원들이 참여하는 것을 즐거워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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