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 증가와 일차의료의 중요성

“프랑스처럼 주치의 유무에 따라 전문의 의뢰시 차등수가제 시행해야”

[칼럼] 정명관 가정의학과 전문의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정명관 칼럼니스트] 2019년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남인순 의원은 급증하는 노인 의료비에 대한 대책을 주문했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노인 의료비도 급격히 증가해 왔고 이는 전체 의료비 상승을 이끌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건강보험 적용 노인 인구와 비중은 2009년 482만6000명(9.9%)에서 2018년 709만2000명(13.9%)으로 지속적으로 늘었다. 2018년 노인 1인당 연간 진료비(454만4000원)는 전체 건강보험 적용인구 1인당 연간 진료비(152만3000원)의 3배 수준이다.

이런 추세로 인해 노인 진료비는 2009년 12조4236억원에서 2018년 31조6527억원으로 30조원을 돌파했다. 10년 만에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건강보험 총진료비 대비 노인진료비 비중도 2009년 31.6%에서  2018년 40.8%로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경상의료비도 2009년 6.1% 에서 2018년 8.1%로 급증해 OECD 평균인 8.8%에 근접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연평균 경상의료비 증가율은 6.8%로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OECD 국가 평균인 2.1%보다 3배나 높은 수치다. 

이대로 가면 몇 년 지나지 않아서 OECD 평균을 넘어설 기세다. 10년 후 우리는 의료비를 감당할 수 있을까? 건강보험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WHO의 권고와 프랑스의 사례를 들어서 우리나라의 의료비 증가에 대한 타결책을 생각해 보자.

WHO는 여러 차례 일차의료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는데 2018년에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일차의료의 활성화’를 급격한 고령인구의 증가와 의료비 증가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단, 여기서 말하는 일차의료는 우리나라에서와 같이 전문의들이 개원해 일차진료를 담당하는 동네의원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포괄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치의 의원을 말한다는 것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WHO는 일차의료가 발달하면 지역적, 비용적인 측면에서 의료서비스 접근의 형평성이 좋아지고 총 입원 일수 감소 효과가 있으며 응급실 이용이 줄어들고 총 의료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이전의 연구에 의하면 일차의료의사가 제공한 고혈압 당뇨병 천식 등의 만성질환 관리는 전문의에 의한 관리와 비교해 질적으로 열등하지 않았다.  

이런 까닭으로 일차의료는 특히 만성질병 유병률이 높고 다수의 상병을 가지고 있는 노인에게 적절한 의료를 제공하면서도 의료비 증가를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런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WHO는 OECD국가들에서 일차의료 의사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고 전체 의료비 가운데 일차의료에 지출되는 의료비가 지나치게 작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므로 일차의료 강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추가적인 투자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만성적인 일차의료의사 부족에 시달리는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이다.  

정부는 일차의료를 시장경쟁에 맡기지 말고 일차의료인력 양성부터 시작해 일차의료기관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장차 더 큰 이득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은 부정 급여 환수 등을 통해 매년 1조~3조원의 건강보험 재정 절약을 계획하고 있는데, 절약하는 데만 그치지 말고 그 정도 금액을 일차의료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이었던 프랑스의 사례를 살펴보기로 하자.

2005년 이전에는 프랑스도 현재의 우리나라와 같이 환자가 자유로이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고 전문의를 찾아갈 수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2000년에 GDP의 7.9%였던 보건의료비가 2005년에는 GDP의 8.9%가 되도록 급증하고 2002년 이후 건강보험재정 적자가 지속되자 프랑스는 2005년부터 단골의사제를 시행했다. 

영국이나 이탈리아와 같은 강제 시행이 아니라 금전적 인센티브로 유도했다.

주치의를 정한 후 주치의에게 일차진료를 받거나 주치의 의뢰로 전문의 진료를 받을 경우에는 본인부담금을 30% 내지만, 전문의를 바로 찾아갈 경우에는 본인부담금을 40% 내도록 차등을 뒀다. 
 
주치의를 할 수 있는 문호는 처음에 모든 의사에게 개방했다. 2차년도, 3차년도부터 차등을 점점 강화해 현재는 주치의에게 일차진료를 받지 않고 전문의를 바로 찾아갈 경우에는 본인부담금이 70%이다. 
 
제도 시행 3년 안에 주치의 보유율이 90%를 넘을 정도로 빠르게 정착했다. 강제적이든 금전적 인센티브든 주치의를 보유하도록 하면 의료자원을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서 무분별한 의료비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반면에 의료의 질 하락은 나타나지 않았다. 일차의료는 비싼 검사나 전문적인 치료로 의료의 질을 올리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프랑스의 일차의료의사는 전체의사의 50% 이상에 이른다.   

프랑스와 비슷한 사례는 미국의 사보험그룹에서도 볼 수 있다. 보험사는 보험 가입자에게 일차의료의사를 주치의로 두도록 권고한다. 사보험 영역에서조차 주치의를 보유하는 것이 의료비를 합리적으로 지출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미국의 사보험도 하는 일을 우리나라의 단일 공보험인 건강보험공단이 시행하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건강보험공단은 당장 2005년의 프랑스처럼 주치의 유무에 따라 차등수가제를 시행해야 한다. 처음에 10%의 차이만을 둔다면 의료시장의 큰 혼란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5년에서 10년 사이에 차등 폭을 크게 하고 그 사이에 일차의료의사 양성에 재원을 투입한다면 급증하는 노인 인구와 의료비에 대한 근본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 국민에게 바로 시행하는 것이 좋지만 일차의료의사 부족으로 부담이 된다면 65세 이상 노인에게 우선 적용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노인은 정액진료비 혜택을 받고 있으므로 주치의를 보유하지 않는 경우에는 정률로 전환하는 것만으로도 변화를 이끌 수 있고 진료비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다.  또는 지자체 몇 군데를 선정해 3년 정도 시범사업을 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장단점을 파악하고 보완점을 찾아서 전국적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의료비 급증은 이미 예고돼 있는 사실이고 그 해결책은 일차의료 강화로 찾아야 한다는데 의견의 일치는 대체적으로 모아져 있으나 구체적인 실행 방법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우리와 비슷한 여건이었던 프랑스의 사례를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일차의료 # 의료비 # 정명관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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