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에게 "이래도 파업 안해?" 자극하며 의료대란을 조장하는 건 정부다

[칼럼]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전라북도의사회 부회장

사진=챗GPT가 그려준 한국 의사들의 파업 장면. 

[메디게이트뉴스] 정부가 의대정원 2000명 확대 규모를 발표하면서 의사들의 반대 움직임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의료계 파업이 시작되기도 전이지만 정부는 6일부터 순차적으로 16개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 등 개원가에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명령서'를 발송했다. 대한의사협회 임원과 시도의사회장들에게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명령’을 발송했는데, 공문은 회관이 아닌 임원과 회장들의 자택이나 병원으로 배송됐다.  

복지부는 "본 명령에 반해 불법적인 집단행동을 하거나 집단행동을 교사·방조하는 경우 관련법에 의해 행정처분과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해당 명령을 어길 시 의료법 제66조에 따라 1년 이내 면허정지처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총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의사 면허를 박탈할 수도 있다고 정부는 경고했지만, 의료계는 격렬한 투쟁을 예고했다. 빅5 병원 가운데 4곳이 설연휴 이후 파업 동참을 밝힌 상황이다. 

복지부 박민수 2차관은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데도 따르지 않는다면 처분에 들어간다. 만약에 금고 이상의 형이 되면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며 협박에 가까운 경고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공의들은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다. 보건복지부가 전국 전공의 1만5000명 전원의 연락처를 확보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독재'나 '공안정국'에 빗댄 비판도 쏟아졌다. 연일 방송과 언론들은 의사와 국민과 대립구도를 만들기 위해 연일 의사들에게 "이래도 파업 안해?"라고 의사들을 자극하기에 여념이 없다. 

정부가 의료계의 반발과 법적 분쟁을 알면서도 의대 정원 증원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왜 설명절을 앞두고 무슨 여론을 잠재울 목적으로 서두르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무엇이 두려운지 생각해보면 해답을 추론할 수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화물연대 2차 파업 때 처음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는 등 강경한 태도로 일관했다. 여론도 여기에 호응하면서 30%대에 머물던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40%대까지 상승했고, 화물연대는 별다른 소득 없이 파업을 종료해야 했다. 

정부가 의사들에게 파업을 하도록 부추긴 다음, 강경대응으로 의사들을 굴복시키면 총선에서 국민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정부여당의 총선전략을 의심하지 않을수 없다. 

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6일 브리핑에서 "국민 생명․건강에 위해를 주는 집단행동과 집단행동을 부추기는 일체의 행동을 즉시 중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 생명, 건강에 위해를 주는 집단행동과 집단행동을 부추기는 일체의 행동을 선동한 주체는 누가 봐도 의료계가 아닌 정부가 아닌가.  

복지부는 파업으로 문제가 생기면 병원장들을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심지어 의협 등 의사단체 해산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복지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모든 의혹을 전면 부인하긴 했지만, 의사들에게 파업을 하라고 감정을 계속 자극하고 있다는 의구심만 커지고 있다.  

이제는 아무도 복지부의 해명자료를 믿지 않는다. 공안정국이 시작됐다는 신호로 생각할 뿐이다. 공안정국 전두환 시즌2의 서막을 알리는 공문은 다음과 같다, 

"복지부는  전국 개별 병‧의원 및 전공의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위반 등 불법행위는 신속하게 수사 착수해 출석을 요구할 것이다.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단체‧인사에 대해서는 시도경찰청에서 직접 수사할 예정이며, 출석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신속 추적·검거할 예정이다. 특히 의사단체 등의 집단행동 유도행위는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위반 교사‧방조죄 등을 적용하여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엄정하게 수사할 방침이다."  

돌이켜보면 역사의 수레바퀴는 돌고 돌아 처음으로 돌아왔다. 2000년 의약분업 때 의료계 투쟁을 주도한 신상진 성남시장을 기소했던 검사가 현재 의대정원 증원을 밀어붙인 윤석열 대통령이다. 

2000년 2월 17일 여의도에서 ‘잘못된 의약분업 바로잡기 전국의사대회’가 열렸다. 여기에는 전국에서 4만 5000여 명(주최측 추산)의 의사와 가족들이 참여해서 정부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같은 해 4월 4일~6일까지 사흘 간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첫 휴진투쟁이 있었다. 신상진 시장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권쟁취투쟁위원회(의쟁투) 위원장으로 선출돼 의료계 파업을 이끌었고, 제32대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을 지냈다. 

의약분업 파업 당시에도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움직임은 결정적이었다. 특히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의 교수직 사퇴와 의사들의 면허 반납 투쟁은 2000년 당시 의쟁투에서도 있었다. 

이제 의사들도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 여당은 '의사 파업 유도 전략'을 성공시키기 위해 의사들을 파업으로 몰아가지 말아야 한다. 선거용 의대정원 증원 정책이 가져올 의료대란 재앙이 심각하게 우려될 뿐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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