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내분비학회 연속혈당소위원회 릴레이 칼럼 메디게이트뉴스는 대한내분비학회 연속혈당소위원회 전문가들과 함께 갈수록 중요해지는 연속혈당측정(CGM)의 현황과 전망에 대한 릴레이 칼럼을 연재합니다. 이번 칼럼을 통해 연속혈당의 종류와 원리, 기본 개념을 시작으로 각 대상자별 가이드라인과 사례를 소개합니다. 환자와 의료인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연속혈당을 활용한 진료방식 변화와 미래 당뇨병 관리의 그림을 그려볼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오늘 혈당이 132가 나왔는데, 높은거에요?" 진료를 보면서 받는 많은 질문 중에 하나입니다.
언제나 저의 대답은 '모릅니다'입니다. 혈당은 체온처럼 36.5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루 중에도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고 변하는 범위에 따라서 정상과 당뇨병을 구분할 수도 있습니다.
132의 혈당값으로 질문을 하시면 저는 '모릅니다' 이후에 거꾸로 질문을 드립니다. "공복 상태에서 측정하신 건가요? 아니면 혈당 측정 몇시간 전에 어떤 음식을 얼마나 드셨어요? "
공복에 측정하셔서 132면 높은 혈당입니다. 하지만 병원 오기 1시간 전에 국수를 한 그릇을 먹고 밥까지 말아먹고 왔는데 132가 나왔다면 저는 '당신의 혈당은 부러울 정도로 좋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할머님 할아버님 환자분들은 다시 반문하시죠, "그래서 내 혈당이 좋다는거야? 나쁘다는 거야?"
이러한 대화를 하면 벌써 한국인의 진료시간인 3분을 훌쩍 넘기게 됩니다. 그만큼 혈당의 기준은 하나의 숫자로 '좋다, 나쁘다'를 나누기는 어렵고, 어떤 식사 상태냐를 고려해야 하는 변동이 큰 지표입니다.
다음으로 진료 중에 제가 많이 여쭙는 질문은 '댁에서 계실 때 혈당을 측정하면 어느 정도 나오시나요?'입니다. 환자분들이 이때 해주시는 대답 중에 '집에서 왜 아프게 혈당을 재나요? 병원 오면 재주는데'라고 하시면 저는 순간 할 말을 잃습니다.
이럴 때는 체온을 알려주는 숫자가 부럽습니다. 38도라는 숫자가 나오면 기운도 없고, 몸도 아프고, 해열제를 찾아 약국으로 병원으로 바로바로 향해 36.5도를 맞추려고 몸이 편해지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하지만 식후에 혈당이 250이 넘어도 배부른 느낌 이외에는 체감할 수 있는 증상이 없고 측정하지 않으면 혈당이 오르는지도 모르고 지내며, 당뇨병으로 병원에 꼭 가야하는 동기 부여도 떨어지게 됩니다.
혈당이 올라 증상으로 체감하기까지는 수개월에서 수년의 시간이 걸리지만, 한 번 체감하면 안타깝게도 동반 합병증이 잘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당뇨병의 악화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뒤늦게 말씀드리게 됩니다.
혈당 조절의 네비게이션
네비게이션이 나오기 전에 운전을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차 안에 지도 책자 하나씩은 꼭 있었습니다. 몇 번 고속도로에서 어느 출구로 나와서 몇 번 국도를 타고 얼마나 이동해서 가야하는지 조수석에 앉은 분이 인간 네비게이션 역할을 하거나 중간 중간에 차를 세워서 운전자가 직접 지도를 보고 이동했습니다.
다들 비슷한 길을 가다보니 명절에 10시간 넘게 운전을 해야하는 사태도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네비게이션은 운전의 행태를 많이 바꿨습니다.
가장 짧은 거리로, 가장 단시간 내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을 알려주면서 태어나서 처음 와보는 도로를 타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지도로 봐서는 정말 작은 길을 우회해 사고난 지점을 피해갈 수도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연속혈당 측정기는 당뇨병 치료에서 혈당 네비게이션 역할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군고구마 한 개가 혈당을 얼마나 많이 올리는지, 짜장면 한그릇, 한라봉 한 개 등등의 음식들에 대한 혈당 변화를 그때그때 알 수 있다면 환자 스스로 줄여야 할 음식, 피해야 할 음식, 먹어도 괜찮은 음식 등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물론 매번 손가락을 찔러서 혈당 측정을 많이 하신 분들은 지도에 익숙하신 분들처럼 자가혈당측정기 없어도 혈당 조절을 잘 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음식의 변화, 운동의 변화, 노화에 따른 근육량, 지방량의 감소에 따른 변화 등 혈당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따라 급변하는 변화에 적응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같은 한계는 주기적인 연속혈당 측정을 통해서 극복할 수 있습니다.
2형 당뇨병 환자분들 중에서 많은 분들이 경구약제로 혈당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2021 당뇨병 진료 지침상 '간헐적인 연속혈당측정기의 사용은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다'정도로 권유하고 있지만, 미국 당뇨병학회 2022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인슐린을 사용하지 않는 당뇨병 환자에서 연속혈당측정기가 혈당 조절 뿐만 아니라 식이 조절, 운동 요법의 변화, 저혈당을 최소화하기 위한 약물 조절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당뇨병으로 진단됐지만 혈당 조절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모르는 분들에게 혈당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혈당의 변화를 알려주는 네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연속혈당측정기의 사용을 권장하고 싶습니다.
당화혈색소와 혈당변동성
당뇨병 진료에서 빠질 수 없는 지표가 최근 2~3개월간의 혈당 평균값을 대표하는 당화혈색소 입니다. 혈당 조절이 잘 됐는지 반영하기도 하며, 당뇨병 약제를 조절하는 기준으로도 활용합니다.
많은 당뇨병 환자분들이 병원에 내원해 가장 많이 시행하는 검사며, 당화혈색소가 7% 혹은 6.5% 이하로 조절되면 혈당 조절이 양호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당화혈색소는 평균 혈당의 개념이어서 하루 중의 순간적인 고혈당과 저혈당의 잦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제한점이 있습니다.
학교 시험에서 100점과 0점을 받는 경우와, 두 과목 모두 50점을 받는 경우에 동일한 평균값으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림(혈당변동성)에서 보는 바와 같이 비슷한 당화혈색소에도 A, C의 경우에는 고혈당과 저혈당의 빈도가 증가할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평균 혈당과 혈당 변동성 모두 당뇨병 환자의 합병증 발생에 영향을 미치므로, 중요한 조절 목표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어떤 2형 당뇨병 환자에게 연속혈당측정기가 도움이 될까?
연속혈당측정기는 혈당 변동성이 큰 2형 당뇨병 환자에게 도움이 됩니다. 우선 연속혈당측정기를 시행하면 결과 리포트에 '혈당 변동성'이라는 항목을 확인할 수 있어 36% 이하의 도달 목표에서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하루 중의 혈당에서 가장 높은 시간과 가장 낮은 시간을 한눈에 볼 수 있어 환자 스스로 혈당 변동성을 조절하기 위한 시점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에 일정한 시간에 측정한 자가혈당 수치와 병원에서 검사한 당화혈색소 수치의 차이가 큰 환자 또는 서로 다른 시간에 측정한 자가 혈당 수치의 차이가 큰 경우에도 자가혈당측정기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당뇨병 유병기간이 길거나 고령, 또는 합병증을 동반한 경우에 저혈당에 노출이 되어도 증상을 자각하지 못하는 '저혈당 무감각증' 환자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저혈당에 무감각한 분들은 잦은 저혈당에 노출될 수 있으며, 저혈당에 대한 대처가 늦어져서 사고·사망으로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연속혈당측정기를 통해서 저혈당 여부를 확인해 식이의 변화 혹은 약물의 변화를 통해 저혈당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2형 당뇨병 환자가 임신을 하게 되면 경구약을 중단하고 태아에 안전한 인슐린으로 치료를 변경하게 됩니다. 임신 중에 혈당 조절이 불량한 경우에 산모 뿐만 아니라 태아에 대한 피해가 커지므로 임신 전보다 더욱 적극적인 혈당 조절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인슐린 치료로 변경하자마자 인슐린 용량을 잘 조절해 적절한 혈당 조절을 하기에는 숙련된 분들도 시간이 걸리며 잦은 혈당 측정이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따라서 2형 당뇨병 환자분이 임신을 하게 되면 인슐린 변경과 함께 연속혈당측정기를 병용해 빠르고 안정된 혈당 조절과 태아의 안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임상 상황에서 혈당 조절에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고, 다양한 임상 연구 결과와 함께 2형 당뇨병 환자분들에 대한 필요성의 근거가 더욱 증가할 것입니다. 연속혈당측정기 사용에 대한 사회적인 지원이 보다 확충돼 많은 2형 당뇨병 환자분들의 혈당 조절과 합병증 예방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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