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명의 의사들은 환자 곁으로 돌아가고 싶다...그들에게 의업을 허(許)하라

[칼럼] 조병욱 미래의료포럼 상임위원 조병욱·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정부는 지난 2월부터 사직서를 내고 수련을 포기했거나, 3월 1일부터의 수련 계약을 포기한 전공의들에게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병원 측에는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렸다. 전공의들은 수련을 포기하고 수련병원을 떠났으나 근로계약이 해지되지 않고, 면허등록이 돼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다른 의료기관에서 근무를 할 수 없다.

지난 13일 대한전공의협의회가 국제노동기구(ILO)에 이 문제에 대해 개입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정부의 의료법 제59조에 의거한 업무개시명령은 전공의에 대한 강제노동이며, 이는 ILO 협약 제29호를 위반한 것이라는 것이다. ILO 협약 제29호는 모든 형태의 강제 노동을 금지하는 조항이다. 협약 제29호 제2조 1항에 강제 노동은 ‘어떤 사람이 처벌의 위협 하에서 강요 받았거나 자발적으로 제공하지 않은 모든 노동이나 서비스’ 라고 규정돼 있다.

현재 전공의들은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해 면허정지 사전처분 통고서를 받기 시작했고 향후 보건복지부는 면허정지처분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같은 조 2항에 있는 예외 규정인 ‘국민 전체 또는 일부의 생존이나 안녕을 위태롭게 하는 상황이나 우려가 있는 경우’를 들어 협약 위반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정부의 주장대로 그러한 예외 상황이라면 현재 전공의들이 수련을 포기한 지 20 여 일이 지난 지금 분명히 그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 의료는 정부의 브리핑에 따르면 별다른 문제없이 잘 유지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대한전공의협의회의 ILO에 요청한 Intervene을 단순 의견조회라고 치부하고 있으나 ILO의 공식절차를 보면 정식 제소 절차의 한 부분이 분명하다. 사실 ILO까지 가지 않고도 국내법 내에서도 정부의 행정명령이 잘못된 것임은 충분히 알 수 있다.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휘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 제10조 3항에는 ‘수련병원 등의 장은 제1항에 따른 수련계약 체결 시 전공의의 자유의사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전공의의 수련계약은 전적으로 자유의사에 따라 이뤄지게 돼 있으며 이들이 수련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다면 얼마든지 그만둘 수 있는 것이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전공의법 제6조(다른 법률과의 관계)에서 ‘이 법은 수련환경에 관해 다른 법률에 우선해 적용한다’라고 돼 있기 때문에 전공의의 자유의사는 정부가 주장하는 의료법 제59조에 의한 업무개시명령보다 우선해 적용돼야 한다. 따라서 전공의에 대한 업무개시명령과 진료유지명령, 그리고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은 보건복지부의 잘못된 행정명령이다.

전공의들은 수련을 포기하고 사직서를 냈을 뿐이지, 의업을 중단하겠다고 의사면허를 반납한 것이 아니다. 사직서만 수리해 준다면 언제든 일반의의 신분으로 환자의 곁으로 돌아가 의업에 종사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을 집단 행동으로 규정하고, 무조건적인 수련병원으로 복귀하는 것을 명령하며 환자의 곁으로 돌아오라고 하고 있다. 

환자 곁을 지키려는 의사를 막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

왜 그들에게 의업에 종사할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 것인가?

전공의를 그만 두겠다는 것을 왜 막아서는 것인가? 그들이 노예인가?

그렇다면 전공의들은 정부 정책에 항거하고 있는 것이 아닌 노예 해방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1만명의 의사들은 지금 환자 곁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들에게 의업을 허(許)하라.

10년 뒤 의사가 1만 5000명이 부족하다며 의과대학 정원을 증원하겠다고 한다. 현재의 정부는 의사 1만명의 면허를 아무런 의료행위를 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응급실의 경증환자가 줄어들었고, 의료전달체계가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비정상적이었던 의료가 반대로 정상화되고 있다. 그리고 보건복지부는 의료대란은 없다고 현재 잘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어디서 무엇이 잘못됐는지는 그 원인 제공자들만 빼고 모두가 알고 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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