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목적이 신속·편리함 추구여선 안돼...산업적 측면만 강조하고 검증되지 않는 제도 위험
대한내과의사회는 20일 성명서를 통해 “최근 궁지에 몰린 일부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감정에 호소하는 비상식적인 여론몰이와 플랫폼을 지키는데 앞장서는 일부 국회의원들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명한다. 산업적 측면만을 중요시하고 검증되지 않은 비대면 진료 제도의 추진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천명했다.
내과의사회는 “최근에 발의된 비대면진료 법안의 경우 그동안 의료계가 제시했던 필수 조건을 넘어서는 위험한 규정들이 포함돼 있다. 특히 인증되지 않은 플랫폼이 중심이 돼 진료가 이뤄지고 보건복지부령을 핑계 삼아 제도를 확대 시행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국회 내에서도 검증되지 않은 제도의 시행으로 인해 생길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법안이 계류됐고 정부는 무리한 입법에 앞서 시범사업을 먼저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생사의 기로에 놓여있는 다급해진 플랫폼 기업들은 '비대면 진료 지키기 서명운동'을 벌이며 적극적인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초진 허용 등의 법안을 발의한 국회 스타트업 연구모임인 '유니콘팜' 의원들과 일부 플랫폼 업계 관계자들이 비대면 진료 입법을 위한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내과의사회는 “토론회에서 나온 주장을 보면 단순한 수적 통계와 연령, 계층에 제한 없이 진료를 이용한 점을 들어 비대면 진료가 의료접근성을 향상시켰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감염 위기라는 특수한 상황에서의 불가피한 조처였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라며 "또한 시간적 제약을 받는 환자들의 이용률이 높았다는 것을 제도 시행의 근거로 삼지만, 공간적 제약을 우선으로 하는 다른 나라의 경우를 참고하면 억지 주장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기나 매체 이용에 미숙한 일부 고령층은 진료에서 소외돼 국민의 보편적 건강 추구권을 제한하는 결과로도 이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내과의사회는 비대면 진료를 초진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하면서 급성기 질환의 진료, 처방에 문제가 없었다는 플랫폼 업계 주장도 반박했다. 비대면 진료를 통한 초진 진료나 추적관찰 모두 절대로 안전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조사결과 초진이 허용된 일본의 경우에도 50여 년간 각종 시범사업 및 평가를 통해 제도화가 추진되고 아직도 고쳐나가고 있다.
내과의사회는 “미국은 4000만 명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추적 조사연구에서 급성기 질환의 원격진료가 대면 진료에 비해 응급실 내원, 입원하는 위험도가 증가했다는 결과가 발표됐다”라며 “또 다른 연구에서도 응급실을 방문했던 환자들을 원격의료로 추적 관찰한 경우에 대면 진료로 관찰했을 때보다 입원할 위험이 큰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 토론 참석자들은 대기시간의 단축과 음식배달, 교통수단 플랫폼의 편리성을 비유를 들며 플랫폼 존재 이유를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진료의 목적을 신속, 편리함을 추구하는 방향으로만 생각하는 위험천만하고 편협한 시각”이라고 했다.
내과의사회는 “플랫폼이 난립하며 과당경쟁을 하면서 보여준 여러 가지 불법행위들은 의료계의 법질서를 흔들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한 경우도 많았다. 이런 상황에도 플랫폼에 대한 관리를 등한시하며 오히려 플랫폼 살리기에 일조를 하는 정부와 국회는 뼈저리게 반성하고 지금이라도 원칙을 세워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과의사회는 이어 “우리나라는 의사-환자 간의 비대면 진료가 이번에 처음으로 시행됐다. 짧은 기간 동안의 눈앞에 보이는 결과만을 보고 섣부르게 도입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갈 것이고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체계는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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