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현장 의사의 세계

[이색 인터뷰①] 순천향대병원 김호중 교수

사진: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김호중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올림픽 경기는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이 중심이지만 이들이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돕는 이들이 많다.

메디게이트뉴스는 그중에서도 아이스하키, 봅슬레이 등의 경기구역에서 현장 의사로 활약하고 있는 순천향대 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김호중 교수를 만났다. 
 
 
동계올림픽 경기에서 '현장 의사'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올림픽 경기에 참여하는 의사는 두 종류가 있는데, '현장 의사(FOP(Field of Play) Physician)'는 말 그대로 경기장 안에서 실제 스키복을 입고 기다리다가 현장에서 발생하는 응급 처치를 담당하죠. 현장에서 의무실로 이송된 환자는 실내에 근무하는 의사가 맡게 되고요.  
 
또 각 경기에는 이들을 총괄하는 '개별 대회 의무책임자(VMO: Venue Medical Officer)'가 있어요.
 
사진: 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사전테스트에서 현장 의사로 활약한 순천향대 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김호중 교수(김호중 교수 제공)

어떤 계기로 현장 의사(FOP)가 되셨나요? 또 현장 의사로 지원하는 분들이 많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스키를 30년 이상 탔고, 아들이 초등학교 때 아이스하키를 배우면서 동계 스포츠에 관심이 더 커졌어요. 그러다 보니 동계올림픽에서 의사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알게 됐고, 이번 사전 테스트에서는 남녀 아이스하키 대회 등에서 현장 의사로 활동했고요.
 
현장 의사 수급은 사실 어려워요. 조직위원회에서 권역응급의료센터를 대상으로 참여를 독려하기도 하지만 쉽지가 않은 것 같더라고요. 의사 수급이 힘들어 의사 스키동호회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거나 재활의학과나 정형외과 중에 스포츠의학과를 개업한 분들이 참여하는 게 대부분이에요.

그런데 그마저도 참여 의사들 각자의 사정으로 스케줄이 일정하지 않아 어려움이 있어요.
 
제가 봤을 때 경기 별로 필요한 의무진은 현장(FOP) 2명, 실내 2명, 책임자(VOM) 1명으로 최소한 5명은 돼야 해요. 코스가 긴 노르딕이나 바이애슬론의 경우는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할 테고요.
 
VMO는 어느 정도 조직이 구성됐는데 FOP는 수급이 쉽지 않아 올해 7~8월까지 추가 모집을 해 구성할 것으로 보여요.
 

경기장 현장 의사는 응급의학과 의사만 담당할 수 있나요? 보수를 따로 주나요?
 
오히려 지금은 응급의학과보다는 재활의학과나 정형외과 의사들이 더 많습니다. 스포츠의학 등 전통적으로 이들 과에서 스포츠 분야에 활동하고 있는 의사들이 많기 때문이죠.
 
그런데 현장에서 보니 실제 응급처치를 해야 할 상황이 많아 응급의학과 의사들의 진출이 좀 더 필요해 보여요.
 
보수는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만든 규정에 따르는데, 교통비와 7~8명이 함께 자는 숙소를 제공하고 3일 이상 근무하면 옷이 지급되는 정도라 자원봉사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사진: 현장의사들 활동 모습(김호중 교수 제공)


응급처치가 필요한 상황이 자주 발생하나요? 이번 사전테스트에서는 어땠나요?
 
이번에 프리스타일 스키, 아이스하키, 봅슬레이 등의 경기에서 현장 의사로 참여했는데, 다행히 이번에 사망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어요.
 
프리스타일의 경우 설상에서 활강하다 공중곡예를 하는 경기다 보니 선수들이 넘어져 응급상황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아이스하키는 퍽으로 목을 맞거나 날에 베이는 경우 등 사고가 잦고요.
 
봅슬레이는 속도가 높아 잘못하면 큰 사고가 날 여지가 있어요. 이 경기는 넘어지는 구간이 대체로 정해져 있는데, 한 번은 이게 뒤집어져서 독일 선수들 4명이 넘어진 적이 있어요. 저는 아래쪽 멈추는 곳에서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1명이 보이지 않아 애를 먹기도 했죠.
 
또 한 번은 봅슬레이 경기 도중 발목이 부러졌는데도 참고 다시 경기하려는 선수가 있어 그를 어렵게 말려 병원으로 옮긴 적도 있어요. 유럽 선수인데 우리나라 의료를 믿지 못해 치료를 받지 않고 본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최소한의 조치만 해준 경우라 좀 씁쓸했죠.
 
선수도 선수지만, 함께 온 임원들이 경기 외에서 다치는 사례가 많아 이 부분에 대한 대비도 필요한 것 같아요. 의료진도 현장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참여하는 만큼 전반적인 응급상황을 대비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현장의사로 일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동계올림픽 경기는 설상이나 빙상 위에서 주로 진행되는데 현장의사는 여기서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라 무엇보다 추위를 버티는 게 힘들어요. 동상 우려가 있고요. 한 번은 빙상 위에서 스키를 신고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추위가 극한에 달해 제가 의사임에도 실려 갈 뻔 했을 정도니까요. 결국, 숙소에 돌아와 제가 저를 응급 처치하는 상황이 벌어졌죠.
 
처음 여기에 참여했을 때 숙소에서 누군가 특이한 충전기를 꽂아둔 게 생각나던 순간이었어요. '발열 깔창'을 충전하는 거였는데 열정만 가지고 할 게 아니라 준비를 많이 해야겠다는 걸 일깨워준 사건이었어요.
 
또 한편으로는 경기장이 설상이나 빙상이다 보니 환자가 발생해도 접근이 어려워 도우러 가다 넘어져서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도 있어요. 이런 접근이 어려운 구간은 조직위원회와 상의해 올림픽 개최 전에 보완이 이뤄질 거라 보고 있어요.
 
현장의사로 일하면서 어려운 점도 있지만, 뜻하지 않게 그동안 TV로만 만나보던 유명한 분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점은 힘들면서도 웃음 짓게 하는 일상들이죠.
 
사진: NHL 스탠리컵을 두 번이나 차지할 정도로 아이스하키계에서는 유명한 백지선 현 한국아이스하키 대표팀 총감독(왼쪽)과 함께 (김호중 교수 제공)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현장 의사로 활동하실 계획인가요?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지금으로선 아이스하키 경기에서 현장의사(FOP Physician)로 활동할 계획이에요.
 
사전테스트를 통해 경험해보니 현장의사는 본인이 경기에 심취해 있으면 안 된다는 걸 다시금 느꼈어요. 관중이 아니라 임원이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외국인을 상대로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해요. 환자만 보는 게 아니라, 국가대표팀이 참여하는 경기라 각자 팀 주치의가 함께 내한하는데 이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잘 돼야 해서 언어적인 준비가 필요해요.
 
그리고 경기의 규칙을 충분히 숙지하고, 환자가 발생했을 때 질환에 따라 환자를 어떻게 구조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둬야 할 것 같아요. 아이스하키장은 강릉센터와 관동센터 두 군데가 있는데 서로 구조가 달라 경기장에 맞춰 구급차 배치 위치, 환자 동선 등을 확인해 두는 게 필요해요.

또 보호 장비를 갖춘 상태에서 잘못 헬멧을 벗길 경우 목이 꺾일 수 있어 헬멧을 벗길지 말지 등 세세한 부분까지 사전에 생각해둬야 응급상황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어요.  
 
그래서 코스별로 환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익숙한 의사를 배치하고, 구역별로 현장에 맞는 응급처치 매뉴얼이 필요하죠. 
 
이번 슬레이지 하키 경기(패럴림픽)에서는 실제 선수들과 함께 현장에서 시뮬레이션을 해보면서 응급상황에서 이들이 필요로 하는 조치 등에 관해 충분히 인지할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됐어요.
 
이제 남은 기간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요구하는 기준에 맞춰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하고, 우리나라 경기장에 맞게끔 재정립하는 준비를 할 계획이에요.
 
사진: 동계패럴림픽 사전테스트에서 진행한 응급처치 시뮬레이션(김호중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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