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전문병원서 산책 중 추락해 사망한 환자 유가족, 병원에 2억여 원 손해배상 청구

원고 측, 의료진 주의의무 위반·공작물 안전성 관리 미흡에 대한 책임 물었지만…법원 "기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알코올 전문병원에서 자율 산책 후 병동으로 복귀하던 중 5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참에 위치한 창문을 통해 밖으로 추락해 사망한 환자의 유가족이 병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유가족은 해당 병원 의료진이 환자의 복귀 여부를 제대로 관리할 주의의무를 위반하고 정신병원 건물로써 갖춰야 할 안전성 결여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2억여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광주고등법원 제3민사부는 의사 A씨가 운영하는 B알코올 전문병원에서 사망한 환자의 부모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기각했다.

사망한 C씨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네 차례 ‘알코올 의존증후군, 중등도 우울에피소드’ 등의 병명으로 A씨가 운영하는 알코올 전문병원원의 폐쇄병동에 입원한 환자다.

C씨는 네 번째 입원 중이던 2022년 3월 18일 오후 4시경 자율산책을 나갔다가 병동으로 복귀하던 중 4층에서 5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참에 위치한 창문을 통해 밖으로 추락했다.

C씨는 발견 즉시 전남대병원으로 후송됐으나 3월 20일 새벽 다발성 외상을 직접사인으로 사망했다.

원고 측인 C씨의 부모는 "C씨가 알코올 의존증후군과 우울증을 함께 앓으면서 입원치료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환시, 환청까지 경험하는 상태였으므로, B병원 의료진은 C씨가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등의 돌발행동을 할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기에 C씨를 주의 깊게 살펴 사고를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B병원 의료진이 C씨가 산책할 당시 이동 동선이나 병동으로의 복귀 여부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고, 쉽게 자살이 가능한 장소를 통제하지도 않았다며 B병원 의료진은 불법행위 책임 내지 진료계약상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하고, 병원장인 A씨는 의료진의 사용자로서 사용자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원고 측은 "해당 창문이 건장한 성인 남성도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크기이고,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어 정신병원 건물로서 갖춰야 할 안전성을 결여한 설치‧보존상 하자가 존재한다"며 "B병원의 소유자이자 점유자인 A씨가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C씨에 대한 간호 초기 평가지 '과거력'란에 C씨가 환청, 환시를 경험한 것으로 표시돼 있기는 하지만, 정신증이나 자살 시도 경험은 없는 것으로 표시돼 있는 점, C씨의 주치의가 작성한 입원 초기평가지에 '자살 위험성'도 현재 관찰되는 바 없다고 표시돼 있었던 점을 주목했다.

실제로 C씨는 병원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계속 참여하고 다른 환자들과 당구를 치거나 산책을 하는 등 특별한 문제 없이 입원 생활을 했고, 의료진이 개방병동 이동을 권유했으나 스스로 폐쇄병동에 남아있길 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재판부는 "B병원 의료진으로서는 C씨가 의료진의 관리·통제를 벗어나 병원을 이탈하는 정도를 넘어 자신의 생명에 위해를 가하는 행동을 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애초에 금단증상 등이 없어 산책이 가능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산책을 실시했고, 알코올중독 환자의 경우 다른 정신질환자에 비해 자살 등 돌발적인 행동을 할 위험성이 높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의료진이 C씨와 산책 후 복귀하는 과정에서 C씨의 모든 동선을 확인해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원고 측이 B씨가 추락한 창문 등 공작물의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책임을 물은 데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실제로 해당 창문은 하단이 지면으로부터 158cm 높이로 벽면에 설치된 핸드레일을 밟지 않는 한 추락할 위험성이 낮았다. 

재판부는 "알코올 장애를 가진 사람은 정신질환자 범위에 제외돼 폐쇄병동 밖에 위치한 계단참에 설치된 창문까지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잠금장치 또는 차단봉 등을 설치해야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해당 창문이 알코올 전문병원의 시설에 관한 기준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재판부는 "원고들의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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