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중요성 커진 보건의료기술 육성…민간 투자 마중물, 공공 R&D 투자 확대부터

내년부터 ‘제3차 보건의료기술육성 기본계획’ 시행…11개 범부처 사업에 기대감

사진=「제3차 보건의료기술육성 기본계획('23~'27)」 대국민 공청회 생중계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코로나19로 국산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민간 영역의 투자를 견인할 만큼의 규모를 갖춘 공공 R&D투자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는 '제3차 보건의료기술육성 기본계획'을 통해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한 11개 부처와 청이 포함된 범부처 계획을 추진할 예정이지만 전문가들은 충분한 투자 규모가 이뤄질 수 있을지, 부처 간 칸막이로 유기적 협력 체계가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제3차 보건의료기술육성 기본계획' 공청회를 개최하고 2023년부터 2027년까지 향후 5년간 적용될 보건의료기술육성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2023~2027년 '제3차 보건의료기술육성기본계획'…복지부 중심 11개 범부처 계획 마련
 
사진=「제3차 보건의료기술육성 기본계획('23~'27)」 대국민 공청회 자료집

이날 제3차 보건의료기술육성기본계획 선경 총괄위원장(고려대 의과대학 교수)은 "건강 이슈가 이제는 개인의 문제를 떠나서 국가의 경제, 사회, 문화, 정치 그리고 국제 안보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작동하고 있다. 또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의료의 보편적 보장이 시급해졌다"며 "국가 차원의 보건의료기술육성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3년 제1차, 2018년 제2차 보건의료기술육성 기본계획을 통해 보건의료 디지털 대전환과 바이오기술 혁신을 통해 신 산업 영역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선경 총괄위원장은 "1~2차 기본계획을 통해 보건의료 R&D 투자는 9천억원 대에서 2조원 이상으로 대폭 확대됐고, 보건산업 수출 실적도 매년 증가하면서 코로나19 기점으로 폭발적 성장을 이룩했다. 보건산업 일자리도 2022년 2분기 기준으로 1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성과를 이뤘다"고 밝혔다.

이처럼 보건의료기술에 대한 정부 투자, 공익적 R&D는 지속적으로 증가추세지만, 아직도 선진국 대비 낮은 수준이며 민간 투자는 오히려 감소세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 총괄위원장은 "코로나19 등 환경변화로 감염병을 제외한 R&D 투자 증가는 미미한 상황이며, 인구고령화와 신종 감염병 등 미래 환경변화에 따른 의료체계 지속가능성 위협이 증가함에 따라 공익적 R&D 투자 확대 및 투자 효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자국 우선주의가 심화되면서 치료제 및 백신에 대한 R&D 지원 체계가 중요하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미국은 ARPA-H를 도입해 R&D 지원에 나섰다. 우리나라도 한국형 ARPH-H를 도입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이에 추진될 제3차 보건의료기술계획은 ‘모든 국민이 건강한 헬스케어 4.0시대 구현’이라는 비전 아래에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보건의료 기술투자 ▲미래 위험을 대비하는 든든한 보건안보 확립 ▲바이오헬스 강국 도약을 위한 신산업 육성 ▲혁신을 촉진하는 R&D 생태계 조성이라는 추진전략 아래 14개 중점과제로 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선 총괄위원장은 "최상위 계획이라고 하는 과학기술기본계획과 수평계획인 생명공학 육성 기본 계획 간의 연계성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노력했으며, 11개 부처와 청이 범부처로 계획돼 유기적으로 작동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민간투자 마중물 역할 할 R&D투자 확대 필요…범부처 기본계획, 복지부가 리더십 발휘해야
 
사진=「제3차 보건의료기술육성 기본계획('23~'27)」 대국민 공청회 자료집

이후 한양대 의과대학 공구 교수를 좌장으로 해 진행된 토론에서는 해당 보건의료기술육성 기본계획이 실질적인 목적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사안에 대한 제안이 이어졌다.

산업연구원 최윤희 선임연구위원은 "보건의료기술은 타 R&D에 비해 정부와 민간의 협력 중 정부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사실 보건의료 R&D 투자 규모 면에서 한국이 그리 크지 않다. 희귀 난치병 질환 분야는 시장 실패가 담보된 분야이기 때문에 민간 투자가 정말 어려운 분야이기에 공공부문의 투자가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민간 투자를 촉진하려면 지불 구조, 약가라든지 의료 수가를 포함한 지불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 그 외에도 민간에게 줄 수 있는 인센티브가 있어야 민간 투자가 촉진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최 선임연구원은 또  "11개의 범부처로 기본계획이 추진되는 데 대해 굉장히 찬성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보다 정책 리더십을 갖고 기본계획을 추진했으면 좋겠다. 사실 여러 부처가 함께 하다보면 긴밀한 협력 관계를 갖추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본계획을 총괄하는 복지부가 정책 리더십을 갖고 일을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공구 교수 역시 "이번 코로나 사태 때도 그랬지만, 보건의료 기술은 정부의 투자가 있고 보조가 없으면 힘든 부분이 있다"고 공감을 표했다.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 류규하 교수는 "전통적인 의료가 급속하게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혁신 의료기기나 혁신 의료기술이 급격하게 등장하고 있다. 이런 인허가를 위해서는 전통적 임상시험보다는 디지털 분산형 임상시험이 가속화되고 있고, 이것들을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치료 중심의 건강보험 체계로 구성돼 있다. 그러다보니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에서 전면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치료 중심에서 진단이나 예방, 관리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옮겨져야 의료기술 개발도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류 교수는 "정부는 민간 주도의 혁신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벤처 기업, 스타트업은 만힌 비용을 소모하면서 혁신을 주도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인프라를 구축해주고, 민간이 구축된 인프라에서 활동할 수 있게 규제 합리화나 실증 체계 보급 생태계를 마련, 연구 데이터를 산업에 빠르게 활용할 수 있게 제도 개선 등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류 교수는 "신산업 육성 분야에서 민간과 정부의 역할은 분명히 구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 분야에서 인프라 구축만은 정부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중요한 키워드인 데이터 경쟁력을 높이려면 민간만으로는 불가능하기 떄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환자 중심의 의료 마이데이터 체계 구축을 좀 더 신속하게 진행해서 민간 기업들이 해당 플랫폼 하에서 기업 혁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민간은 축적된 의료데이터를 활용해 신약 개발 등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선경 총괄위원장은 "보건의료 기술 영역은 민간보다 공공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공공은 시드머니나 마중물로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실 보건의료 분야는 민간이 무서워서 못 들어오는 영역이 있다"며 "공공투자를 통해 민간 투자가 얼마나 들어왔느냐를 개량화해서 지표로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공투자가 오히려 민간 시장을 위축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연세대 의과대학 최준용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에서 진단법의 개발, 백신과 치료제 개발 그리고 대규모 공익적 임상시험을 통한 근거 마련의 중요성이 여실히 드러났다. 빠르게 연구 개발을 하지 않으면 다른 나라한테 주도권을 뻇기고, 다른 나라의 기술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도 뼈저리게 경험했다"며 "우리나라도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속도감 있는 대규모 임상 연구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인정했다.

그는 "실제로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초기 때 대규모로 진행되는 임상 연구 네트워크가 느렸다고 생각한다"며 "대규모 임상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데 대한 지원이 필요하며, 보건의료 R&D는 평상시 연구를 통해 인프라를 확보해 두고 위기 상황에서 유연하게 전환돼 신종 질환에 대한 연구가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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