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여러분들이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입니다…선배의사들은 조용히 따르겠습니다"

[칼럼]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 보험부회장

서울대병원 전공의들이 단체행동을 하며 남기고 간 가운들. 

[메디게이트뉴스] 모든 전공의들에게 알립니다. 지금 여러분들이 행동이 옳습니다. 선배의사들은 여러분들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따를 것입니다.

전공의들의 수련병원 내 지위는 1년 단위 계약직입니다. 지금 그 알량한 임시직을 포기하고 자유로운 세상의 공기를 마셔 보시기 바랍니다. 세상 밖에는 의대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모르는 세상이 펼쳐져 있습니다.  여러분의 친구들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일하며 주 52시간을 일하고 나머지는 자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정규직입니다.

이런 근로조건의 차별에도 불구하고 전공의들이 다른 직종과 같이 근로기준법을 지켜달라고 요구할 때는 피교육자 신분이라서 주 80시간을 일하게 했지요. 전공의들이 정부의 일방적 정책결정으로 미래가 불투명해 일용직 근무자가 일을 못하겠다고 하니, 이번에는 업무복귀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이렇게 정부가 교육 과정 전공의들이 수련교육 현장을 떠나는 것에 대해 법률로 자유 의지를 강제하는 것을 보면 여러분들의 미래, 의사들의 미래,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습니다. 

선배 의사들은 수십년간 정부에 불합리한 의료제도를 이야기하고 잘못을 지적하고 고쳐달라고 수도 없이 요구했지만, 정부는 지금껏 부적절한 대응과 의사들이 반발할 정책을 양산할 뿐이었습니다.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정원 증가 정책은 2018년 4월 11일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공공의대 추진계획을 보고하면서 불거졌습니다. 당시 박 장관은 전북 남원 국립공공의료대학 설립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이후 정부는 이해당사자인 대한의사협회를 제외한 채 대한병원협회와만 밀실에서 야합한 채 해당 계획을 수립해 왔습니다. 박능후 장관은 실제로 KBS뉴스에 출연해 "병협과만 협의했을 뿐, 의협과 사전협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직접 밝혔습니다. 

병협은 의사들의 이익단체가 아니라 병원 경영자들의 이익단체이므로 의사수를 늘리면 싼 값에 의료 인력을 고용할 수 있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병협을 등에 업고 지역발전이라는 목표와 지역사회 표심을 얻기 위한 것이 맞물려 일방적으로 의대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대다수 병원들은 지금도 전공의와 전임의라는 이름으로 싸구려 의료인력 고용정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공공의대를 설립하고 의료인력을 양산해 더 싸구려 인력을 확보하려 하고 있습니다.

2000년 의약분업 이후 대한민국 의료 정책의 중대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과거 순진했던 선배들은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잘못 판단하곤 했습니다. 이제 다시는 선배의사들의 그런 과오를 재연해서는 안됩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모든 선배 의사들은 전공의들의 의견에 순종하겠다는 선언을 해야 할 때입니다.

지금 자리를 박차고 나간 전공의들이 대한민국 의료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당분간 선배 의사들은 그 위치가 개원의든, 교수든 상관없이 전공의들의 의견에 따라야 합니다. 

전공의들은 환자들을 곁을 잠시 떠나지만 누구보다도 환자들을 아끼는 마음인 만큼, 조만간 더 밝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의사들이 정치인들이나 공무원들보다 더 환자들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전공의 여러분들이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입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파업 # 의사 파업 # 전국의사 총파업 # 젊은의사 단체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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