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침 문제제기 전에 비윤리적 의료행위 개선부터…1회용 주사기 재사용이 ‘작은 위반’인가

[특별기고] 손정원 대한한의사협회 보험이사

봉침·약침은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돼 한방의료기관 사용 문제없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1일자 메디게이트뉴스의 ‘의사는 주사기 재사용도 처벌하는데 한의사 봉침․약침은 왜 검증안하나’ 기고문에 대한 반박기고입니다.]

지난 2015년 11월 감염관리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의료인이라면 경악할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연히 한 번 사용한 후에 폐기해야 하는 1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해 무고한 시민들이 C형 간염에 집단감염된 것이다.

서울 양천구 소재의 다나의원에서 발생한 이 사태는 2008년 12월부터 무려 7년 동안 지속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다나의원 원장과 직원들을 포함한 100여명에 이르는 환자들이 C형 간염에 감염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1회용 주사기 재사용 사태는 이번만이 아니었다. 다나의원 집단감염 사태 3개월 후, 강원도 원주시의 한양정형외과의원과 서울 동작구의 서울현대의원에서 수 백명의 C형 간염 감염자가 발생했다. 당시 1회용 주사기 재사용이 감염의 주된 원인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패닉상태에 빠졌다.

이 같은 난리를 치른 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C형 간염에 대한 관리를 일부 병원을 대상으로 하는 표본감시에서 전국 모든 병원을 대상으로 하는 전수감시체계로 바꿨다. 최근에는 1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하는 것을 윤리적 문제로 간주하고 이를 어긴 의료인에게 6개월의 자격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21일자로 게재된 이세라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의 ‘의사는 주사기 재사용도 처벌하는데 한의사 봉침․약침은 왜 검증안하나’라는 제목의 기고글은 심히 유감스러우며, 깊은 우려를 낳게 한다.
 
일부 의사들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와 안전 불감증으로 인해 수 많은 국민들이 질병으로 고통 받고 불안과 공포에 떨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1회용 주사기 재사용이 근절되지 않은 상황(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집계한 ‘주사기 등 1회용품 재사용 신고 및 조치결과’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주사기 등 1회용품을 재사용 한 의심기관 신고가 132건 접수됐다고 한다)에서 어떻게 1회용 주사기 재사용을 ‘작은 위반’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가. 어떻게 이런 중차대한 범죄행위를 ‘작은 위반’으로 치부해 버릴 수 있는가.

봉침(약침)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됐고 한의의료기관에서 한의사에 의해 시술되는 것이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를 폄훼하기 위해 비유적으로 기술한 것으로 추측된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사실이 아닌 내용을 국민 정서를 무시하면서까지 표현한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아직도 현실에서는 1회용 주사기 재사용 의심신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국민 건강과 생명을 위해 진료와 연구에 헌신하는 대부분의 의료인들은 1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하는 것은 절대로 작은 위반이 아닌, 의료인의 양심을 걸고 결코 해서는 안되는 행위로 인식하고 있음을 확신한다. 의협 총무이사의 마인드 역시 양방 의료계의 보편적인 생각은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다. 아니 믿는다.

현재 양방 의료계는 1회용품 재사용뿐만 아니라 비위생적인 내시경 도구 소독, 수술실 내 성희롱 및 폭언, 폭력사태 등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1회용 주사기 재사용과 같은 작은 위반에도 의료인들은 처벌을 받고 있다’는 볼멘소리 보다는 ‘1회용 주사기와 1회용 내시경 도구 등을 사용할 시 환자 앞에서 개봉하고, 마취상태의 환자와 간호사들을 성희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 하겠다’는 발표가 국민들로부터 환호와 박수를 받을 것이라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다. 환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보건복지부는 1회용 주사기 재사용을 더욱 철저히 감시해야 할 것이다. 


※외부기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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