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으로 급성장 '의료 AI'..."옥석 가리기 본격화될 것"

전향적 임상 통한 효과 평가 요구 증가...생체신호∙EMR 정보 등 종합해 새로운 가치 제시해야

분당서울대병원 이호영 정보화실장. 사진=GE헬스케어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인공지능(AI) 헬스케어 솔루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향후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생체신호∙전자의무기록(EMR) 등 다양한 정보를 종합해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AI 솔루션들이 생존할 것이란 분석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정보화실장인 이호영 교수(핵의학과)는 29일 국제병원의료산업박람회(K-HOSPITAL FAIR 2022) GE헬스케어 병원 경영리더십 세션에서 ‘지속 가능한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를 주제로 이 같은 내용의 발표를 진행했다.

이 교수는 AI 기술이 성숙하면서 AI 헬스케어 시장도 유망한 상황이라며 실제 팬데믹의 영향으로 지난 3년 간 시장의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빨랐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의료계 역시 AI 솔루션이 병원의 이미지 제고와 효율적 병원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제시했다.

다만 이런 장밋빛 기대와는 다르게 그동안 개발된 AI 솔루션 중 실제 출시돼 임상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것은 절반 가량에 불과하다는 게 이 교수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지금까지 AI 솔루션 개발은 기존에 사람이 하던 것들을 AI도 할 수 있다는 식의 접근이 많았다”며 “실제 현장의 수요가 무엇인지, 개발 후에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적용이 가능한 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그나마 현장의 수요에 기반한 솔루션들이 나오며 기술이 성숙해지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실제 AI 솔루션의 병원 도입에는 난관이 남아있는 실정이다.

특히 AI 솔루션을 비용을 들여 도입한다하더라도 병원에 어떤 가치를 가져다 줄지에 대한 판단이 어렵다는 점이 병원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이 교수는 “실제로 병원에서 정보화시스템을 맡고 나서 집행진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이걸 도입하면 비용과 인력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였다”며 “AI 솔루션 도입 시에도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가 의사결정에 중요하지만 이를 입증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지 않다”고 했다.

이어 “그 이유는 AI 솔루션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도 후향적 임상연구를 진행해 인허가를 받는 경우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향후엔 전향적 임상시험을 통한 효과 입증 요구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미 저널에서도 전향적 효과 평가에 대한 요구가 생기기 시작했다”며 “지금과는 다른 수준 높은 유효성과 근거가 필요하게 될 거고, 이 과정에서 개발된 AI 솔루션들 중 옥석을 구별해내는 게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특정 AI 솔루션이 어떤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인지에 대한 원천적인 질문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지금까지 나온 대부분의 AI 솔루션은 의료 영상 판독을 보조한다거나 그 마저도 일부 질환을 타깃하는 형태에 국한돼 있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두고 인간과 경쟁하는 수준에 그쳤던 셈인데, 그러다보니 병원 도입 후 활용도에 한계가 있고 창출하는 가치도 그리 크지 않았다는 게 이 교수의 지적이다.

이 교수는 “지난 수년 간 대부분의 AI 솔루션이 영상 관련이었고 질환 가능성을 분류해주는 수준이었다”며 “향후엔 생체신호, 전자의무기록(EMR) 등 다양한 정보를 종합해 인간이 낼 수 없던 답을 주는 솔루션들이 시장에 출시돼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 교수는 이날 분당서울대병원이 GE헬스케어와 손 잡고 AI 헬스케어 솔루션을 개발하는 국내 스타트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 4월 GE헬스케어와 MOU를 맺고 GE의 헬스케어 전문 어플리케이션 호스팅 및 개발 플랫폼 ‘에디슨(Edison)'을 기반으로 AI 생태계 구축을 추진키로 한 바 있다. 에디슨은 스타트업을 비롯한 기업들이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각종 임상 및 운영 알고리즘을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이 교수는 “국내 헬스케어 시장은 가격 정책과 정부 규제 등으로 충분한 사업적 성과를 내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국내 스타트업들이 우리나라를 넘어 미국 등 해외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발판이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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