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의사들이 내놓은 '비대면 진료 가이드라인'..."대면 진료 기본∙1차의료기관 중심"

비대면진료연구회 25일 의료윤리학회서 공개...'환자 안전' 측면에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 의무도 대거 담겨

비대면진료연구회가 작성한 '비대면 진료 가이드라인'. 자료=비대면진료연구회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젊은 의사들로 구성된 비대면진료연구회가 25일 한양의대 본관에서 열린 한국의료윤리학회 학술대회에서 ‘비대면 진료 가이드라인’을 전격 공개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국내 의료계가 자체적으로 만든 최초의 가이드라인이란 점에서 공개 전부터 관심을 끌어왔다. 실제 미국, 일본 등에선 의사협회 등 의료계가 비대면 진료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든 반면, 국내의 경우 보건복지부가 지난 8월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비대면 진료 중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발표한 가이드라인 외에는 별다른 지침이 없는 실정이었다.
 
가이드라인은 대면 진료가 기본이며, 비대면 진료는 보완∙보조 수단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점을 최우선으로 강조했다. 그간 간과돼 온 환자 안전∙의료전달체계 측면의 이슈도 중점적으로 다뤘다. 비대면 진료 시 대상별 의무와 관련해서는 환자∙의사∙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 중 최근 여러 논란이 일고 있는 플랫폼 업체들이 지켜야할 사안이 가장 많았다.
 
대면진료가 ‘기본’…”플랫폼 업체, 편리성만 앞세워선 안돼”
 
이날 비대면진료연구회 정환보 회장이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대면 진료'는 의료인이 진료실에서 환자와 마주해 관찰하는 형태의 진료, '비대면 진료'는 환자가 의료인과 직접 대면하지 않고 다양한 정보통신기술 수단을 이용해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모든 의료형태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했다.
 
그러면서 대면 진료가 진단과 치료에 있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형태이며, 모든 진료에 기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격으로 수행되는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에 대한 보완 또는 보조 수단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가이드라인은 비대면 진료 시 의사와 환자 연결, 진료비 결제, 처방전 전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에 대해선 “생활의 편리성만을 추구하고 있다"며 큰 우려를 표했다.
 
이에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밀접하게 관련된 분야이기 때문에 윤리적 고민과 환자 안전에 대비책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비대면진료연구회 정환보 회장이 비대면 진료 가이드라인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최우선 가치 ‘환자 안전’…환자 본인 확인부터 대체조제 권유 금지까지
 
가이드라인은 의료진, 비대면 진료 중개 사업자, 정부 등 비대면 진료 관련 당사자 모두가 양적 성장과 편의성보다는 환자 안전과 국민 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환자 본인 확인과 관련해선 의료진은 환자 본인이 진료를 보는 것인지 철저하게 확인해야 하며 환자는 이에 협조할 의무가 있고, 플랫폼 업체는 환자 본인 확인에 대한 기술적 협조 의무가 있다고 명시했다.
 
비대면 진료는 의사가 안전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행해져야 하며 의료계와 각 학회가 비대면 진료 환경에서 질환병, 증상별 진료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권고했다. 비대면 진료 시 처방은 의사의 진료권에 따라야 하며, 플랫폼 업체는 대체 조제 및 임의 조제에 대해 의사에게 권고∙강요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외에도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 대상 윤리적∙법적 문제에 대한 교육 및 자격 관리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의 환자 안전 보호 의무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 등의 응급상황 프로토콜 구축 의무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 등의 신속한 의약품 배송을 위한 유통망 구축의 의무 등이 환자 안전과 관련한 파트에 포함됐다.
 
비대면 진료 시행은 ‘1차 의료기관’…대상별 의무는 플랫폼 업체가 ‘최다’
 
의료전달체계 이슈와 관련한 비대면 진료 원칙으로는 시행 기관을 ‘1차 의료기관’으로 한정해야한다는 점을 첫 번째로 꼽았다. 또 비대면 진료가 거동이 어려운 환자나 의료취약지 거주자 사회경제적 약자 등의 의료접근성 개선을 위해 수행될 수 있으며 재난 상황에서도 활용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의료진은 비대면 진료의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그간 시공간적 제약으로 제공이 어려웠던 질환 및 건강에 대한 충분한 상담과 교육 등을 위한 대면 진료의 보완수단으로서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다만 접근성 향상이란 명목으로 의료 취약 계층의 진료가 비대면 진료를 통해서만 이뤄져선 안 되며 대면 진료와 비대면 진료가 적절히 혼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이드라인은 비대면 진료에 관여하는 환자∙의사∙비대면 진료대상별 의무를 살펴보면 비대면 진료 중개 사업자의 의무가 9개로 가장 많았다. ▲비대면 진료 한계 고지 ▲의료기관의 정보(연락처, 위치) 제공 ▲대체 조제 권유 금지 ▲진료 시 응급상황에 대한 프로세스 구축 ▲의료진에게 필요한 환자 정보 정확하게 제공 ▲환자 정보 보호 ▲비대면 진료 기술의 개선 노력 ▲처방전 전송 등에 대한 관리 책임 ▲비대면 진료의 부정한 이용(환자 대리 진료, 처방전 재사용 등) 방지 등이었다.
 
환자의 경우는 ▲진료에 필요한 정확한 정보 제공 ▲의료인에 대한 신뢰∙존중 ▲신분 도용 및 대리 진료 금지 ▲복약 지도의 성실 이행 ▲처방약의 양도 및 재판매 금지 ▲대리처방의 제한적 허용 등이 의무로 명시됐고, 의사는 ▲의료 직업 윤리의 준수 ▲환자 확인 의무 준수 ▲연속적 진료 제공 ▲적정 진료의 제공 ▲약물 오남용에 대한 관리 등의 의무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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