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인재전형 2배 늘어난 1900명...지방유학 문의 쇄도하지만 교육의 질 어쩌나

비수도권 의대 교수들 입 모아 "의학교육 후진화 문제에 따른 부실 의사 양성 부작용 우려 심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4567명으로 발표하면서 지역인재전형 정원이 전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1900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 수도권 학원가는 벌써 '의대반' 운영 등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지만, 의대 정원이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150% 증가한 비수도권 의대 교수들은 결코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의대 교수들은 특히 정부가 벌써 3개월째 수업 거부에 나선 의대생들이 유급을 당하는 것이 불가피한 현실을 외면한 채 증원을 추진하는 데 대해 한국 의학교 교육의 후진화에 따른 부실 의사 양성을 우려하고 있다.

지역인재전형 1900명으로 늘어…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유학 문의 쇄도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 정원이 늘어난 비수도권 대학 26곳이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4567명 중 약 60%에 달하는 1900명을 지역 인재 전형으로 뽑는다는 계획을 대교협에 제출했다.

지역인재전형은 해당 지역의 고등학교를 나온 학생만 그 지역 의대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지역인재전형 정원이 약 1900명으로 확정될 경우 이는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대교협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사항을 오는 30일 확정·공개할 계획으로 나타났다.

의대 증원이 확정됐다는 정부 발표에 재수, 삼수는 물론 직장인들의 수능 도전까지 이어지며 학원가가 들썩이는 가운데, 이제는 합격률을 더 높이기 위해 중학교, 고등학교때부터 지방 유학을 고려하는 이들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비수도권 학원가들은 벌써 수강생 증가에 대비해 강사를 확보하고 의대반을 늘리는 등 호황을 맞았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일부 의대가 없는 지역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국립의대 신설까지 추진하고 나선 가운데 의료계는 이렇게 비수도권 지역에 의대생들이 늘어나도 정작 의대 교육과 실습 등은 제대로 이뤄질 수 없어 교육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기자재·시설·교원 모두 부족…의평원 기준 낮추려는 정부, 의학 교육 거꾸로

기존 의대 정원 49명에서 125명으로 무려 155%에 달하는 76명이 늘어난 충북의대는 의대 교수들과 의대생들의 반대 피켓 시위 등에도 불구하고 학칙을 개정한 가운데, 모집인원 125명 중 60.8%인 76명을 지역인재전형으로 뽑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충북의대 비대위원장인 심장내과 배장환 교수는 "충북의대는 의대생 49명이 해부학 실습 시간에 한 테이블에 6명씩 8팀으로 나눠 수업을 받아왔다. 그런데 내년 125명으로 정원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올해 49명 유급 예정 학생들까지 수업을 받는다고 하면 총 175명이 한 반에서 수업을 받아야 하는데 난리가 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배 교수는 "무엇보다 정부는 그동안 충분한 의학교육 지원을 통해 시설과 교원 등 인프라를 확충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당장 지난 4월 24일 건정심에서 국립대 의대 교수 증원안이 반려된 바 있다. 본래 정부는 국립대 의대 교수를 1000명 증원하겠다고 했는데, 600명도 증원할 수 없다는 것이다"라며 "당장 하반기에는 기자재와 시설, 교원이 준비가 돼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배 교수는 "원칙적으로 정원의 10% 정도 변동이 생기면 한국의학교육평가원으로부터 실사를 받아야 하는데, 현재로선 당연히 탈락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정부가 의평원 기준을 낮추려 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한국 의학교육의 질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며 "세계 의학 평가 기준에 맞춰진 우리나라의 교육의 질이 후진하게 되면 그 결과는 부실한 의사 양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그 피해는 국민이 입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의학교육에서 제일 중요한 임상실습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배 교수는 "본과 3학년, 4학년때부터는 과별로 환자를 보면서 임상실습을 해야 하는데, 충북대병원 병상이 800병상인이다. 향후 유급까지 하게 되면 한 번에 200여 명, 3~4학년 합치면 400여 명이 한 번에 실습을 받아야 한다. 그러면 학생 1명 당 환자 2명을 배정할 수밖에 없다"며 "허울 좋은 의사를 양성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디지털 교육해야 할 판…의대 교수에게 학생 복귀 요청, "정부가 책임져야"

의대 정원을 142명에서 200명으로 40% 가량 증원하게 된 전북의대는 모집 정원의 64.9%인 111명을 지역인재전형으로 뽑는다. 

지역의료에 전념할 의사가 많아질 것이라는 지역의 기대와 달리 전북의대 교수들 역시 의학 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전북의대 교수회 회장인 소아외과 정연준 교수는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겠지만 교원과 강의실, 실습 모든 게 문제다. 특히 기초의학을 전공한 교수가 거의 없다. 의학을 전공하고 있는 해부학 교수들이 없다 보니 학생이 늘어나도 한꺼번에 교육을 시키든지 직접 카데바로 실습하지 않은 디지털화된 방법으로 강의할 수밖에 없다"며 "교육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공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현재로서 불가능한 부분을 너무 강제로 밀어붙이고 있다. 의대 교수들과 의대생들이 저항하고 있지만 듣지 않는다. 교수들에게 학생들을 설득해 강의실로 복귀시켜달라고 한다"며 "아무것도 얻지 못한 상태에서 학생들에게 무작정 돌아오라고 할 수도 없다. 학생들이 돌아올 수 없게 정책을 밀어붙인 것은 정부과 대학 총장인데 의대 교수들에게 학생들을 책임지고 데려오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이 모든 정책에 대한 결과를 책임질 자신이 있으니 밀어붙인 것이 아닌가"라며 "의대 증원 정책으로 발생할 의학 교육의 질 저하, 그로 인한 부실 의사 양성 등 부작용까지도 정부와 총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초 의사과학자 거의 없어…전국 30여개 대학에서 동시에 교수 못 구한다

국립대학 중 가장 먼저 의대 정원 증원 학칙 개정안을 부결했던 부산대도 결국 의대 입학정원을 125명에서 163명으로 늘리는 학칙 개정안을 재심의 끝에 가결시켰다.

이에 따라 부산의대는 의대 정원 163명 중 113명을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한다. 이 같은 소식에 수도권 의대보다 입학 문턱이 낮을 것으로 기대한 의대 지망생 부모들의 지방 유학 문의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기 현상 속에 부산의대 해부학교실 오세옥 교수는 "부산의대는 정원 125명에 맞춰 기본 시설과 자재가 마련돼 있다. 163명이 늘면 일단 학생들이 앉을 자리가 없다. 당장 서서 수업을 하거나 야외에서 수업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강의실 문제는 물론 실습실 등 카데바 수업은 물론이고 당장 교수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사실상 163명으로 늘면 분반을 해야하는데, 그러려면 교수 인력이 2배로 늘어나야 하고, 조교 인력도 2배 늘어야 한다. 아무리 정부에서 지원을 해준다고 해도 인력을 그렇게 갑자기 늘릴 수는 없다"며 "무엇보다 기초 의사과학자가 거의 없는데, 전국적으로 30여개 대학에서 갑자기 의대 교수를 구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부산의대 재활의학과 신용범 교수는 "의대생 실습 교육도 문제다. 125명에서 163명으로 늘어난 학생들을  담당할 교수가 너무 부족하다. 무엇보다 부산대병원은 굉장히 오래된 도심 병원이라 공간이 너무 협소하다. 현재 125명 학생들이 사용할 공간도 마땅치 않아, 병원 옆 강당이나 카페에서 대기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의대 교육 현장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정부 탓이 크다"며 "해외에서는 의대, 수련병원 정책을 짤 때 어마어마하게 조사를 자세하게 한다. 게다가 대부분의 선진국은 국가에서 전공의 수련 비용을 지원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러한 조사 절차도 없이 전공의 월급은 커녕 수련 비용도 전혀 지원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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