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대란,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의대생 국시 문제 국민정서 뒤에 숨기만 하는 정부·국회

[칼럼] 박홍준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서울특별시의사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의료법 5조 1항에 따라 의사는 국가의 인증을 받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학위를 취득해야 하며 의사국가고시(국시)는 대통령령에 따라 치러지고 시험에 관한 세부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 이처럼 의사의 양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국가가 관여하고 있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이다. 특히 의학교육은 국민 건강과 밀접하며 단기 및 중장기적 플랜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년 신규 의사 배출이 뚝 끊기게 생겼다. 지난 8월 ‘4대악 의료정책’에 대한 반대로 촉발된 의사국시 집단거부 사태가 본과 4학년생들에게 응시기회를 다시 부여하는 문제를 놓고 갈등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규 의사 배출 부족에 대해서 정부는 원론적 이야기만 공허하게 되풀이하며 국민정서를 앞세워 응시 불가를 고수하고 있고, 대한의사협회는 의사국시의 해결없이 원활한 의정협의를 시작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국시 응시는 의대생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보건의료 체계의 유지와 국민 건강권을 위해 반드시 해결돼야 하기 때문이다.

신규 의사가 배출되지 못하는 상황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의사들은 연차별로 예측 가능한 수급이 정해져 있기에 신규 의사 배출 중단은 수도권의 상급종합병원에서부터 지역 의료에 이르기까지 연쇄적인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현재도 인력난에 처해있는 도서벽지에서는 심각한 의료공백이 올 것이며, 여기에 더해 저수가 체제에서 희망을 찾지 못한 기존 의료 인력까지도 소위 바이탈과 기피현상이 심화되면서 도미노식 붕괴가 수년간 지속되기 때문이다. 이미 수련과정에 있는 전공의들간에는 경고등이 들어오고 있는데도 정부는 불법 소지가 있는 의료보조인력(PA)이나 입원전담 전문의 확충과 같은 미봉책만을 언급하고 있다.

이쯤 되면 정부가 주장해온 ‘공공의료 확충’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공공의료를 강화하고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 의사를 늘리겠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었다. 그런데도 당장 3000명에 이르는 신규 의사 배출이 중단되는 상황에서 뒷짐지고 방관하는 것은 기존의 정부 입장과 모순되는 것 아닌가? 이는 명백한 정부의 이율배반이다.

의료계 단체행동이 전공의, 의대생 등 우리나라 미래의 의료를 짊어질 젊은 층을 중심으로 뜨겁게 일어났던 것도 따지고 보면 현 정부의 모순된 의료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다. 2021년 복지부 예산안을 보면 지역 거점 병원 공공성 강화 예산은 예년에 비해 겨우 73억원 증가했고, 공공병원을 새로 짓기위한 예산은 하나도 없다. 과연 정부가 공공의료 개선을 위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다가오는 의료대란 어떻게 막아야 할 것인가?  

정부는 이제라도 신규의사 배출 중단에 따를 의료대란의 심각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만 한다. 국민들 또한 의료 붕괴로 인한 피해가 직접적으로 우리 가족과 이웃에게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의사국시 집단거부 사태의 배경에 대한 이해는 차치하고라도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의료인의 역할을 인식해야 한다. 의료대란을 감수할 만큼 응시불가를 주장하는 것이 타당한 상황인지 냉정히 판단해야 할 것이다.

국회는 의료인의 처벌과 겁주기에 급급한 입법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의료 체계를 만들어갈 환경을 조성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정부와 거대여당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의료 현장 붕괴라는 인재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책임있는 자세로 ‘사과’ 라는 명분론에 집착하기보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국가적 혼란을 방지하는데 힘써야 한다.

현재의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인 정부가 국민과 의료계를 품어 주기는커녕 국민정서라는 가림막 뒤에 숨어 보여주는 뒤끝 있는 모습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결자해지의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기대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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