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이상반응 신고 수백 건씩 느는데…정작 피해보상은 '하늘에 별따기'?

이상반응 신고 누적 1만5000건, 피해보상은 소액 4건...예방접종 인정 사례 드물고 보상액수도 적어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신고가 대폭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피해보상은 미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신고가 대폭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피해보상은 미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보다 확실한 보상 대책이 나와야 백신 접종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한다.
 
29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접수된 총 누적 이상반응 신고 건수는 1만5000건을 넘어섰다. 28일에만 412건, 29일에 433건이 접수되는 등 신규 접수건만 수백건에 달하며 증가 추세에 있다.

이상반응 신고 누적 1만5000건…피해보상은 소액 4건
 
예방접종 후 흔하게 나타날 수 있는 근육통, 두통, 발열, 오한, 메스꺼움 등 사례가 1만4712건(98.1%)으로 대부분이지만 아나필락시스 의심 사례와 (162건), 중증 의심 사례(경련 등 53건), 사망 사례(73건)도 꾸준히 신고되고 있다.
 
신고 건수 중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과 관련된 신고는 1만3136건으로 86%에 달했고 화이자 백신 관련 신고는 1864건으로 13%였다.
 
사망이나 중증의심사례에선 두 백신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으나 아나필락시스 의심사례는 AZ가 133건, 화이자가 29건으로 100건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이상반응 피해 사례가 속출하는 가운데 방역당국은 28일 이상반응 4건에 대해 보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첫 이상반응 피해보상 사례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27일 예방접종 피해보상전문위원회 회의를 열고 인상반응과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 미 보상 여부를 검토했다. 그러나 피해보상이 결정된 4건 모두 미미한 경증 사례로 진료비와 간병비 등 30만원 미만으로 소요된 소액심의 대상이었다.
 
AZ 백신이 3건, 화이자 백신이 1건으로 이들은 접종 후 발열과 오한, 근육통 등으로 응급실에 내원해 치료를 받았다.
 
특히 지난달 백신 접종 뒤 뇌정맥동혈전(CVST)으로 백신 접종과 이상반응 간 인과성이 인정된 20대 남성 사례는 이번 회의 당시 심의 대상 조차 되지 못했다. 심의 대상이 되려면 피해자가 직접 서류를 제출하고 심의를 요청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추진단은 기각된 건에 대해 "예방접종 외에 다른 요인에 의해 이상반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돼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진=질병관리청

"인과관계 증명 완화돼야 국민들 안심하고 백신 맞을 것"
 
정부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예방접종피해 국가보상제도를 분기별로 1회 운영하고 있다. 현재 코로나19 상황에선 신속한 피해보상을 위해 예방접종 피해보상전문위원회가 한 달에 한 번 열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보다 환자 중심의 체계적인 보상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로 다른 원리에 기반한 여러 종류의 백신을 이용해야 하는 만큼 접종 후 예상치 못한 다양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의 독감 등과 같이 엄격한 방식으로 인과관계를 따지게 된다면 이를 증명해야 하는 국민들 입장에선 부담이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보건당국은 ‘인과관계가 입증된 것만 보상하겠다’는 식의 행정 편의적인 태도를 버리고 보다 코로나19 접종 후 이상반응을 호소하는 국민에 대해 적극적이고 포괄적으로 보호하고 도울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대로라면 집단면역 형성의 가장 큰 어려움은 부족한 백신이 아니라 정부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지적은 국회에서도 나왔다. 26일 진행된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백신 이상반응을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을 국가가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백신은 긴급 승인된 신약이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운 그레이존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기저질환 여부에 따라 기저질환이 없던 사람이 백신 접종 후 문제가 생겼다면 긴급 지원이 이뤄져야하고 기저질환이 있던 이도 인과관계가 명백하지 않아도 우선 피해보상이 고려돼야 한다. 의사가 백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소견정도만 있어도 보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도 "정부가 모든 백신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 부작용이 발생하면 정부가 120일 동안 심사를 끝내고 인과성을 발표하는데 인과성이 없다고 판명되면 국민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개인이 인과관계를 입증하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예방접종 관련 피해보상이 인정된 사례는 극히 드물고 보상액수도 적은 실정이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20년까지 피해보상신청 중 인과관계가 인정돼 보상을 받은 사례는 715건에 불과하다. 최근 5년간 평균 보상액수도 1건당 약 250만 원이다.
 
법무법인 로고스는 2016년 정책연구용역사업인 '예방접종피해 국가보상제도 법률 개정 연구 보고서'에서 "현재의 심사기준은 이상반응이 출현한 시간적 근접성은 있다"며 "그러나 백신에 의한 가능성이 불명확한 상황에서는 위원회의 성향에 따라 가능성이 있는 경우로 분류되기도 하고 관련성 인정이 어려운 경우가 되기도 하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북대병원 김신우 감염내과 교수도 "현재 예방접종 피해보상제도는 너무 엄격한 기준으로 심사되고 있다"며 "피해자 입장에서 이상반응에 대처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 환자 입장에서 일반 예방접종 보다 좀 더 완화된 기준의 개편이 있어야 국민들도 안심하고 백신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조은희 추진단 접종후관리반장은 28일 정례브리핑에서 "보상 심의가 늘어난다면 추이를 보고 피해보상전문위 개최를 현재 월 1회에서 월 2회 정도로 늘릴지도 검토하고 있다"며 "인과성이 확인되기 전에도 치료비 부담이 높은 중증이상반응 환자는 지방자치단체에 전담 담당관를 배정해 재난적 의료비 지원 등을 통해 치료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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