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전공의 없는 소아과∙산부인과…수도권 쏠림 ‘심각’

소아과 올 상반기 비수도권 지원자 5명∙전북 지역은 지난해 1~4년차 산부인과 전공의 0명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필수과들이 전공의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확보된 전공의들마저도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각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는 ‘전공의 지원 현황과 대책’이라는 주제의 세션이 진행됐다.

소아과, 지원자 수도권 비율 2년 만에 64.5%→90.5%
 
발제자로 나선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윤신원 수련교육이사(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이 지난 2019년 상반기 92.4%에서 2023년 상반기 25.5%로 급전직하했으며 최근 3년간 지원율이 평균 30%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전공의들의 절대 수 자체가 줄어든 것에 더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쏠림도 점차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도 전반기 64.5%였던 전공의 지원자의 수도권 비율은 올해 90.5%로 불과 2년 만에 25% 이상 치솟았다.
 
실제 2023년 상반기에 소청과에 지원한 전공의 53명 중 수도권 지원자가 48명이었고, 비수도권 지원자는 5명에 그쳤다. 수도권 수련병원이 36개, 비수도권이 32개로 의료기관 수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정상적인 차이다.
 
수도권에 지원한 48명 중에서도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 100%를 기록한 3곳의 병원(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이 65%로 대부분의 전공의를 차지해 수도권 대형병원 사이에서도 전공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뚜렷했다.
 
윤 수련이사는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서 전공의가 한 명이라도 있는 수련병원 수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신규 유입이 올해와 같다고 가정하면 2024년엔 전공의가 한명이라도 있는 병원이 수도권은 50%, 비수도권은 57.1%에 불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윤신원 수련교육이사, 대한산부인과학회 설현주 수련위원. 사진=대한의학회 학술대회 온라인 중계 갈무리

수도권 쏠림 산부인과, 분만 담당하는 남성 전문의 급감도 '우려'
 
대한산부인과학회 설현주 수련위원(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이 같은 전공의 쏠림 현상은 산부인과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2023년도 지역별 전공의 충원 현황(별도정원 책정 후)을 보면 서울 22개 기관 중 15곳이 100% 충원율을 기록했고 지원자가 없는 곳은 5곳에 그쳤다.  반면 지방 상황은 심각했다. 특히 전북 지역은 2023년도 전공의 지원자가 1명에 불과했고, 지난해에는 1~4년차를 통틀어 전공의가 단 1명도 없었다.
 
설 위원은 “최근 4년간 전공의 충원율을 보면 상대적으로 수도권은 괜찮은 반면에 지방으로 갈수록 별도 정원을 제외하더라도 충원율이 50% 미만”이라며 “특정 지역과 병원에 전공의가 쏠리고, 전공의들이 지방에 지원하지 않는 문제는 전공의 확보가 조금 나아지고 있는 산부인과에도 존재한다”고 했다.
 
산부인과는 지원 전공의 중 여성 전공의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성별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도 컸다. 당직을 서는 산과 분만의사는 대부분이 남성인데다, 남성 전문의 감소는 분만취약지를 담당하는 군의관, 공중보건의사 수급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제 신규 산부인과 전문의 배출 수가 2004년 259명에서 2023년 103명으로 39.7% 감소하는 사이 남성 산부인과 전문의 배출 수는 같은 기간 171명에서 7명으로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설 위원은 “분만은 에너지 소모와 스트레스가 많은데 특히 여성 전문의들의 경우 출산 및 육아 등으로 분만을 그만두는 연령이 빠른 편”이라며 “여성 전문의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것이 분만 인프라가 붕괴되는 요소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소아과 "정부 대책 강도 미흡" 산부인과 "형사처벌 부담 완화 필요"
 
낮은 전공의 지원율과 분만 기피 등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으로 소아청소년과는 수가 인상을 산부인과는 형사처벌 부담 완화를 제시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김지홍 이사장(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코로나 19로 구조적 문제들이 더 빠르게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정부가 대책을 내놓고 있다”면서도 “정부 대책은 돈으로 할 수 있는 걸 다른 걸로 하려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기존 전문의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라 경제적 대책으로 (해결이) 가능한 시기”라며 “그런데 정부는 물을 줘야 할 시기에 물을 적게 먹는 법을 가르쳐 주고 있다. 정책 방향이 틀린 건 아닌 데 그 강도 측면에서 아쉬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설현주 위원은 “최근 무과실 분만사고에 대해 국가가 전액을 부담하게 된 건 큰 발걸음”이라면서도 “여전히 형사처벌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했다.
 
이어 “과거에 자궁내 태아 사망 사건으로 의사에게 1심에서 금고형이 내려진 적이 있었는데 산부인과 의사들에겐 큰 트라우마였다”며 “전공의들은 민사 소송보다 이 부분을 더 두려워 한다”고 형사처벌 부담을 완화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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