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빠진 심평원 직원들만의 현지조사는 위법…근거자료도 증거 채택 못해

법원 "심평원은 실질적 복지부 감독 하에서 단순 현지조사 지원정도에 그쳐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직원들로만 이뤄진 현지조사는 위법하다는 판결이 또 다시 나왔다. 

법원은 의료기관의 부당청구 정황이 발견되더라도 현지조사 절차의 위법이 밝혀진다면 현지조사를 통해 밝혀진 자료도 행정 처분의 근거로 사용하지 못한다고 봤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는 지난 19일 A의료법인이 보건복지부 등을 상대로 낸 업무정지처분 취소와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모든 처분을 취소한다며 원고 승소를 판결했다. 

A의료법인은 의료원과 노인전문병원을 운영하던 중 요양병원 입원료 차등제 산정기준을 위반하고 본임부담금을 과다 징수했다는 혐의로 보건복지부 현지조사를 받게된다. 

이 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이뤄진 기간이 추가로 확인되자 복지부는 기존 조사대상기간인 15개월에서 21개월로, 또 다시 36개월로 조정해 조사를 실시했다. 결국 노인전문병원과 의료원은 각각 110일과 40일 업무정지 처분을 받고 68억과 5억여원의 과징금도 물게됐다. 

그러나 A의료법인은 현지조사 과정에서 조사권한이 있는 복지부 공무원들을 제외한 심사평가원 소속 지원들로만 현지조사가 이뤄진 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조사권한이 없는 이들에 의해 적법하지 않은 조사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행법에 따르면 행정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 독자적인 권한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있고 복지부 소속 공무원은 행정조사의 실시 권한을 갖는다. 반면 급여비용심사기관인 심평원은 급여비용의 심사와 적정성 평가 등에 대해 복지부 장관이 요청하는 범위 내에서만 독자적인 행정조사권을 갖는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의료법인의 손을 들어줬다. 현지조사 관련 업무 위탁 조항은 있지만 이는 반드시 복지부의 실질적 감독이 있는 상태에서 행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심평원이 의료급여에 관한 업무 중 급여비용의 심사와 조정, 의료급여 적정성 평가 등 설정 업무를 위탁받는다는 규정은 있지만 현지조사를 포함한 복지부 장관의 행정조사 권한을 위탁받는다는 취지의 규정은 없다"며 "복지부 공무원이 실제 참여하지 않은 심평원 직원들의 현지조사는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의료급여법에서 규정하는 심평원의 의료급여기관에 대한 검사업무 지원 규정은 단순히 복지부 공무원의 현지조사를 보조하는 지위에서 지원한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며 "복지부 공무원의 실질적 감독이 없는 상태의 독자적 집행는 허용되지 않는다. 현지조사에서 취득된 자료를 증거로 쓸 수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한편 앞서 재판부는 올해 초 187일의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의료기관이 제기한 심평원 직원들로만 이뤄진 현지조사 관련 위법성 판결에서도 "관련 규정이 없다"며 심평원의 권한 남용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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