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진 돌입한 서울의대 교수들 "대한민국 의료붕괴…할 수 있는 데까지 하겠다"

필수 분야 제외한 교수 54.7% 휴진 동참…"중재안 제시 등 온갖 노력에도 정부가 귀 막아"

서울의대 교수들은 17일 서울의대 융합관에서 집회를 열고 전면 휴진을 선언했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17일 오전 서울의대 융합관에서 집회를 열고 휴진을 선언했다. 비대위가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서울의대 교수 중 54.7%(필수 분야 제외)가 이번 휴진에 동참한다.
 
비대위는 이번 휴진은 대한민국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결정이라며 정부를 향해 ▲전공의 대상 행정처분 완전 취소 ▲상설 의·정협의체 신설 ▲2025학년도 의대정원의 재조정과 2026학년도 이후 정원의 재논의 등도 재차 요구했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서울의대 비대위는 지금까지 대안을 제시하려 노력해왔다. 출범 때부터 중재안을 제시했고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려고 해왔다. 물밑 접촉도 수 없이 해왔다. 그럼에도 6월이 지나도록 상황이 해결되지 않았고, 전공의들이 면허 정지 당할 위험에 처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며 전면 휴진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지난 일주일간 500여 명의 교수들이 빠른 속도로 이번 주 일주일 동안의 외래와 수술을 조절해줬다”며 “그래서 수술 건수는 모든 전공의가 있을 때를 100%라고 했을 때 이번 주에는 30% 수준이 된다”고 덧붙였다.
 
강 위원장은 다만 “서울대병원은 열려 있다. (진료 일정) 조정이 안 된 환자들도 있다. 걱정하지 말고 왔으면 좋겠고, 연락을 못 받았거나 약이 필요하는 환자들도 모두 와서 진료 받길 바란다. 당연히 중환자실, 응급실, 입원실 모두 열려 있다”며 “우리의 진의는 환자들을 다치게 하거나 힘들게 하는 게 아니다”라고 환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방재승 투쟁위원장 역시 “서울의대 교수들의 휴진은 전공의와 의대생들만을 위한 게 아니다. 그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의료는 붕괴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3개월 간 정부와 국민들에게 수도 없이 전했지만 정부는 국민들이 귀를 닫게 만들었고, 우리 의견을 완전히 묵살했다”고 휴진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이어 “왜 환자 보던 의사가 이렇게 투사가 돼서 대정부 투쟁을 하고 온국민에게 욕을 얻어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대한민국 의료 붕괴는 이미 시작됐고, 정부가 도대체 말을 들어주지 않으니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가 전면 휴진뿐”이라고 덧붙였다.
 
방 위원장은 “우리는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볼 것이다. 하지만 끝까지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전공의와 의대생이 복귀하지 않으면 서울의대 교수들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때는 바로 휴진을 철회하고 항복을 선언할 시점”이라며 “우리는 할 만큼 했고 모든 의료붕괴의 책임은 정부에 있으니, 정부에 책임지라고 하고 환자 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그 전에 분명히 정부에 요구한다”며 ▲전공의 대상 행정처분 완전 취소 ▲상설 의·정협의체 신설 ▲2025학년도 의대정원의 재조정과 2026학년도 이후 정원의 재논의 등을 촉구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강성범 교수는 국민과 병원장, 총장 등을 향해 목소리를 냈다.
 
강 교수는 “환자를 치료하고 틈틈이 연구해서 세계 최고 의료를 이뤘다고 자부하는 대한민국 의료의 주역들에게 정부의 편에 서서 매질만 하지 않길 바란다”며 “의대증원 규모의 객관적 타당성도, 교육의 질을 담보할 신뢰도 보여주지 못한 채 전공의와 학생들을 뛰쳐 나가게 만들어 놓고 지난 4개월 동안 불통의 모습을 보여준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국민은 무엇을 하시겠나”고 했다.
 
이어 “수련과 교육의 책임을 갖는 대학병원장과 총장은 정부와 똑같이 무심하게 전공의와 학생의 복귀만을 촉구하지 말아야 한다. 국가와 조직의 미래를 내다보는 비판적 지성의 수장으로서 정부, 국민, 언론이 문제의 본질을 볼 수 있게 책임 있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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