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여성전공의 보호가 오히려 수련기회 박탈" 우려하는 학회들

수련기회 제한으로 수련 질 저하로 이어질 수도…유해 작업 범위 등 명확한 기준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여성 전공의를 보호하기 위한 전공의법 개정안에 의료계와 관련 학회들이 브레이크를 걸고 나섰다.
 
여성 전공의의 임신·출산과 관련해 근무 인원 감소를 보완할 수 있는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시행령이 없이 법안이 개정될 경우 오히려 또 다른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학회는 임산부인 여성 전공의를 특정 업무에 배제하는 것이 오히려 수련기회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달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의원에 의해 발의됐다.
 
개정안은 수련병원 등의 장이 임신 또는 출산에 관한 기능에 유해·위험한 작업이나 환경으로부터 여성 전공의를 보호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만약 이에 위반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여성 전공의를 보호하고, 전공의 수련환경의 질적 개선을 도모하자는 것이 법안의 취지다.
 
이에 대해 대다수 학회들은 의협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법률 폐기, 혹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영상의학회는 "임신 전공의의 수련기회의 제한이 발생해 수련의 질적 하락이 우려된다"며 "방사선과 관련된 수련은 현대의학에서 필수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임신 전공의의 경우 개인 선량 측정장치를 복부에 부착해 복부표면에서의 등가선량한도를 2mSv로 하고 수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회는 "법안에서 규정한 임신 또는 출산에 관한 기능에 유해, 위험한 환경은 모든 전공의에게 똑같이 위험하다"며 "전공의들의 위험환경을 구체적으로 정하되, 필수 수련항목과 상충되지 않도록 정교하게 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실적인 수련 문제를 감안했을 때 임신 전공의가 일부 근무에 빠지더라도 추가 수련이 불가피하고 위험성이 많은 특정 업무를 지정할 수 있는 근거도 마땅치 않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한재활의학회는 "노출 여부는 본인의 의사결정에 따라 결정돼야 하며 이를 근로기준법을 준용해 수련 이수 기준에 예외로 적용될 수는 없다"며 "이 개정안에 따른 수련기준 미충족에 대해서는 이수 기준을 충족을 위해 추가 수련이 불가피하다. 수정안은 폐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병리학회도 "명백하게 위험한 작업이나 환경으로 인정돼 임산부 등의 여성 전공의를 해당 업무에서 배제해야 할 항목에 대해 아직 알려진 바가 없고 관련 근거가 부족하다"며 "이 때문에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임산부 등 여성 전공의를 특정 작업이나 환경에 배제하는 법안은 없다"고 말했다.
 
대한내과학회는 "보건복지부령에 정하는 사항에 구체적인 시행령이 없이 법안을 개정하는 것은 법률적 오용의 가능성이 높아 구체적 시행령을 동시에 개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반면 저출산 등 시대적 흐름에 맞춰 수련과정에서도 여성 전공의에 대한 혜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등은 저출산 시대에 산모와 태아를 보호하는 것이 마땅하며 수련과정에서도 이런 시대적 흐름을 적극 수용해 법안에 녹여야 한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하나, 자칫 여성 전공의의 수련 기회 제한과 필수 수련과정과의 상충으로 인한 수련 교육의 질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유해·위험한 작업 및 환경의 대상과 범위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임신과 출산 관련해서 근무인원 감소에 대한 보완과 지원이 필요하며 과태료 청구 시에 전공의 정원 책정에 불이익을 주는 이중적인 처벌은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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