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사직으로 수술 취소·지연...환자들도 "정부, 의료계와 의대증원 협의하라"

환우회나 맘카페에 정부의 일방적인 강행 비판여론 나오기 시작…"수박 겉핥기식 교육 받은 의사라면 국민도 진료 거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에 전공의들이 잇따라 병원을 떠나거나 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에 환자들의 수술이 취소·지연되면서 불만이 속출하지만, 대책 없는 정부 정책 추진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17일 각종 환우회 온라인카페나 커뮤니티에는 병원들의 수술 취소와 지연 사례가 담긴 글이 속속히 올라오고 있다. 전공의 사직 러시에 일부 대학병원이 환자들에게 수술 지연 혹은 취소를 안내하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 대학병원들은 외래와 수술을 모두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척추질환 환우 카페에서 환자 보호자 A씨는 병원으로부터 수술 취소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아버지께서 21일에 후종인대골화증 수술 예정이었는데 16일 갑자기 수술 취소 연락을 받았다"며 "두 달간 통증을 참으며 버텨오셨고, 지방에서 4번씩 왔다 갔다 하면서 수술을 기다렸는데 황당하다"고 전했다.

암환우 카페에서 B씨는 "수술 일정을 잡는 중이었는데 파업으로 수술 일정을 못 잡는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다른 병원을 가야 하나 고민"이라고 말했다. 같은 카페 C씨도 "병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당장 다음주 수술이었는데 오늘부터 전면 수술 일정 중단이라고 했다"라며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도 수술 지연이 속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와 보호자들 역시 개별 사직이 아닌 집단 사직 등 의료계 파업이 발생할 경우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환자들도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이 필요하더라도 지금처럼 밀어붙이기식이 아닌 구체적이고 정당한 근거를 통해 의료계와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그간 의료계는 의료시스템 정상화를 위해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정부와 27차례 논의를 이어왔지만, 정부는 의사 증원이 필수불가결하다는 답만 반복해 왔다. 의료계는 "대책 없는 의대 증원은 의사인력 과잉 공급, 건보재정 붕괴가 우려된다.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수가 등의 현실적인 정책이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맘카페에서 D씨는 "정부의 대책 없는 무계획 의대정원 확대를 반대한다. 의사 1명 교육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 교육을 생각한다면 이렇게 밀어붙이고 보여주기식의 정책은 안 된다"라며 "수박 겉핥기식으로 교육받은 의사에게 진료받을 자신이 있는지 국민에게도 물어야 한다. 의사인력 확대는 찬성하지만, 현장과 협의 없는 정책은 반대한다. 전공의 사직서 제출과 파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맘카페에서 E씨는 "OECD 평균보다 의사수가 적지만 단순히 숫자로 비교할 것이 아니다. 의료서비스의 질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연간 외래진료 횟수, 병상수, 질환별 사망률 등 여러 지표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단순하게 의사수가 적다는 것만으로 실제 꼭 필요한 의사가 부족하다는 개념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뇌질환 환우회카페에서 F씨는 "의대정원 확대보다는 기피과에 지원하는 전공의가 없고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에 지원이 집중되는 현상을 풀어야 해결된다. 미국은 신경외과 의사 연봉이 기본 1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필수과를 지원할 메리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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