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7개월 코로나 환아 안타까운 죽음…소아 확진자 돌볼 의사 '부족'

병원 못 찾아 이송 중 사망… 응급이송체계 문제 등도 원인 가능성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최근 코로나19에 확진된 생후 7개월 남아가 병원을 찾지 못해 이송 중 사망한 일과 관련해 소아감염 의료인력 부족, 응급이송체계 미흡 등 우리 의료시스템이 갖고 있는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경기도 수원에 사는 생후 7개월 A군이 병상을 찾지 못해 이송이 늦어지며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정부가 코로나19 병상에 충분한 여력이 있다고 공언해왔던 터라 이번 일을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해당 사망 건에 대해 병상 부족으로 인한 것은 아니라며 응급의료체계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는지를 확인해보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정부의 해명대로 오미크론 확산으로 확진자가 늘며 병상 가동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병상에는 아직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A군이 병상을 찾지 못한 것은 우선 소아 감염환자를 전문적으로 볼 수 있는 의료인력의 부족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는 최근 오미크론 유행으로 소아청소년 확진자들이 늘고있단 점을 고려하면 우려가 커지는 대목이다. 실제 질병관리청 정은경 청장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18세 이하 소아청소년 확진자의 급증을 위험요인으로 꼽으며 “특히 접종 대상자가 아닌 11세 이하에서 하루 평균 발생률의 증가가 높은 상황”이라고 했다.

국내 0~9세, 10~19세 소아청소년 확진자의 위중증율이 21일 기준 각각 0.83%, 0.21%로 여타 연령대에 비해 높지 않다. 하지만 절대적 숫자가 늘면 위중증 및 사망자도 늘어날 수 있어 마냥 마음을 놓을 순 없는 상황이다.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보면 오미크론 유행 시에는 소아들의 감염이 늘며 입원 환아도 많아진다”며 “이 때문에 정부에도 소아 병상을 잘 준비해야 한다고 자문했지만 인력 자체가 적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실제 우리 병원에도 소아감염을 보는 의사가 한 명뿐이라 고민이 크다”고 토로했다.

특히 저출산∙저수가 등의 여파로 소청과가 전공의 인력도 부족하다보니 이번 오미크론 유행에서 소아 환자들 대응이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의료계가 소청과의 위기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음을 냈음에도 정부가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던 것이 팬데믹 상황에서 약한 고리로 작용한 셈이다.

엄 교수는 “물론 세부분과가 소아감염이 아니더라도 소청과 의사라면 환자를 보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소청과는 최근 전공의들이 줄어든데다 오미크론으로 소아 확진자가 늘며 이중으로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이 같은 의료진 부족과 함께 응급이송체계 문제가 작용했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A군을 이송한 구급대원들은 병상이 있는 병원을 찾기 위해 여러 곳에 전화를 돌려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병상이 충분히 남아있는 병원이 있음에도 이를 확인할 방법이 병원에 직접 연락하는 것 외에 여의치 않았던 것이다.

정부는 중앙응급의료센터 사이트를 통해 중환자실∙응급실 현황을 알 수 있는 상황판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반영하지 못하다보니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다.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정기석 교수는 “중앙응급의료센터 사이트에서 제공되는 실시간 현황판은 엉터리다. 거기에 나와있는 정보가 실제와 다르다보니 구급대원들이 병상이 비어있는지 병원에 일일이 전화를 돌려 확인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요즘 같은 IT 시대에 아직도 병상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돌려야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 지난해 12월에 국민의힘에서 중환자실∙응급실 실시간 파악 현황판 재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음에도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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