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캐슬’ 안녕!

[칼럼] 배진건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상임고문

사진=JTBC 홈페이지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종편에서 방영됐지만 높은 시청율과 사람들의 관심으로 화제를 모았던드라마 'SKY캐슬'이 지난 2월 1일 끝났다. 드라마 제목의 'SKY'는 높은 하늘과 우리가 아는 'SKY' 대학인 서울,고려,연세대를 말하는 이중적인 것이고 캐슬(Castle)은 봉건주들이 살던 성이다. 가상의 주남대학교의 교수진과 그 가족에게 복지 목적으로 분양한 타운하우스인 ‘SKY캐슬’ 안에서 일어나는일들이 드라마의 주된 내용이다. 제 자식을 천하제일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상류층 부모들의 처절한 욕망과 블랙코미디가 섞인풍자 스릴드라마다.

이야기의 중심인물은 서울대 입학사정관 출신의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선생(김서영 역)이고 그녀가 관리하는 모든 학생은 서울대 의대에 100% 합격한다.'SKY캐슬'의 슬로건은 ‘가장 높은 곳을 향한 그녀들의 이야기’이지만 김 선생 주변의 4명의 남편 중 세 명직업이 의사이고 다른 한 명차민혁(김병철)은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다.

대학병원 외과과장인 강준상(정준호 역)과 한서진(염정아 역)의 딸 예서는 이제 막 서울 강남의 명문 자사고에 수석 입학했다. 그와 공동 수석을 차지한 우주 역시 강준상과 같은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신경외과 교수인 황치영(최원영 역)의 아들이다.특히 강 교수의 딸 예서는 입시 코디 김주영의 지도 아래 서울의대를 준비한다. 이런 드라마의 설정 때문에 현실과 가깝던지 아니든지 메디게이트뉴스칼럼에서 꼭 짚어보고 싶었다. 

드라마에서 신경외과 황치영 교수는 지방에 있는 무진대학 의대를 졸업했다. ‘지잡대’라는 ‘야만스러운’ 대사로 지방대를 비하한다. 황치영과 그의 아내 이수임(이태란 역)은중학교를 졸업한 아들 우주가 강남 최고의 명문 자사고에 입학했고 먼저 1회에 보여준 불행한 일로 캐슬이 비워이사 온다. 황치영 부부는‘자식이 잘 돼야 성공한 인생’이라는 기존의 ‘SKY캐슬’주민들의 인생철학과 대비되며 건강한 상식을 지닌 인물로 묘사된다. 부부는 주민들의 잘못된 행동에 쓴 소리하고, 지나친 교육열로 자녀를 입시지옥으로 내모는 현실을 비판하지만 이들 역시 아들 우주가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은 다른 부모들과 다르지 않다. 지방에서 굳이 서울의 명문 자사고에 지원하고, 아들을 위해 이사까지 온 것은 그 만큼 입시에 관심이 크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정말 현실에 있는 이야기를 그렸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입시 코디의 존재 자체를 몰랐던 필자는 실제로 바쁜 대학병원 의사들에게 이런 현실이 존재한다고 들은 적이 있다.김주영 같은 코디들이 고1부터 대학입학까지 학생들의 입시 전반을 관리해 학생에게 맞는 최적화된강사를 과목별로 구해서 붙여 주기도 하고, 학생부에 적을 내용을 계획해 그대로따라하도록 한단다. 예서처럼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한다면 병원 봉사활동을 하거나 생물 해부 동아리 같은 것을 만들어스펙을 쌓게 준비하게 시킨다. 체험활동의 보고서를 써주고 소논문을 작성해주는 것까지 드라마에 묘사된 웬만한 일은 다 해준다고 한다.심지어 코디의 주도면밀한 작전에 따라 학생회장에 당선되고 학생회장 선거를 전문으로 돕는 컨설팅업체도 있다고 한다. 

서울에 있는 좋은 의대에 진학하려면 고등학교 3년 내내 전교 1등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드라마에서 강예서는 중간고사에서 단 한 문제 차이로 다른 친구에게 전교 2등으로 밀린다. 이 때문에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전교 1등이나 2등이나 매 한가지이기에 그 정도로 낙담해야 하는지 반문할 수 있지만 예서가 1등을 놓쳐선 안 되는 이유가 있다.

80년대 이후 입시의 흐름은 크게 세 가지다. 학력고사와 수능,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다.학력고사와 수능은 제 아무리 사교육을 받아도 결국엔 학생 본인이 시험 보는 것이지만 학종은 부모가 만들어줄 수 있다. 예서가 준비하는 입시전형은 서울대 학종이고, 그 중에서도 지역균형선발(지균)이기 때문이다. 지균은 고교별로 2명씩 추천을 받는데 서울의대는 전국에서 모이다 보니 전교 1등을 해야만 가능할 수 있다.   

의사라는 직업과 맞닿는 또 하나의 현실은 자녀가 과학지 공저자가 되는 경우이다. 보통 학부모는 엄두조차 못 내지만 부모가 교수인 경우면 자기 논문에 공저자로 올릴 수가 있다. 실제로 교육부에 따르면 2007~2017년 전국의 4년제 대학 교수들이 미성년 자녀를 자기 논문에 공저자로 올린 사례가 138건에 달했다. 가장 많은 대학은 역시 서울대로 14건이었다. 서울대 A교수의 논문에는 당시 고3이었던 자녀가 공동저자로 올라 있고 이 자녀는 실험하는 것을 돕거나 영문 철자 등을 교정했다고 한다. 필자도 대학 학부생이 틈틈이 실험실에서 와서 같이 실험하고 의논하고 같이 논문 저자가 된 경험이 있다. 물론 고교생이 논문 저자가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지만 그래도 가능하기에 선의의 피해자도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자녀의 입시 성공을 위해선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농담했다. 할아버지의 재력과 엄마의 정보력, 그리고 아빠의 무관심이었다. 그런데 최근엔 아빠의 임무가 아빠의 인맥으로 바뀌었고 할머니의 기획력이 추가됐다고 한다. 드라마에서도 한서진은 시어머니 윤여사(정애리)의 지침에 따라 ‘3대째 의사 가문’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를 벌이는 걸로 묘사된다. 어쩌면 코디 김주영 역시 가공의 악마일 뿐, 비극의 진짜 원흉은 ‘3대째 의사 가문’을 기획하는 시어머니였을 지도 모른다. 과외 금지 시절에도 아들을 불법 과외를 시켜 학력고사 만점을 받아 의대에 진학하여 2대째 의사를만들었고 50대 아들을 대학병원장으로 만들기 위해 로비를 서슴지 않는다. ‘3대째 의사 가문’ 의대업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원조 치맛바람 ’이다.

왜곡된 자식사랑은 50대 나이에 “내 인생 망친 건 엄마야”라 대드는 철없는 어른을 빚어냈다. 뒤늦게 자기 인생을 찾겠다는 아들에게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라고 발버둥치는어머니의 과도한 자식사랑의 말로를 비춰 보여주고 있다.

‘SKY캐슬’ 유현미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가. 대한민국에서 자식 키우는 가정이라면 외면하기 힘든 ‘사교육 광풍’을 날줄로 엮었다. 입시나 각종 국가시험처럼 ‘한판 승부’로 삶이 결정되는 모순에 확대경을 대어 사교육 광풍의 병폐를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은 아닌가. 배움이 더 이상 ‘희망 사다리’일 수 없다는 현실에서 안녕해야 되지 않을까. 필자는 병원장을 지낸 친구에게 존경심이 일어나면서 그 험난한 사다리를 오르느라 얼마나 고생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누구인지,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자기 스스로 깨닫고 자기를 위한 배움으로 평생 갈고 닦아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첫 대본 리딩에서 작가가 “이 드라마로 대한민국의 한 가정이라도 살렸으면 한다” 같이 강예서의 가정은 답안지 유출 부정을 고백하고 다시 살아났다. 마지막 20회를 보면서 전율을 또 느꼈다. 작가 이수임이 쓴 책의 제목이 ‘안녕,SKY캐슬’ 이라 그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SKY캐슬’ 안녕!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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