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마리화나 합법화 바람을 누가 주도할 것인가

[칼럼] 배진건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상임고문

▲마리화나 재배 농장. 사진=뉴햄프셔센터 홈페이지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최근 세계적으로 마리화나(대마초) 합법화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의 많은 주(현재 33개)와 워싱턴DC에서 의약용 사용을, 이중 DC 및 8개의 주가 심지어 성인들을 대상으로 기호용 사용까지 허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마리화나 합법화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8월 12일에는 '한국 카나비노이드 협회'가 결성돼 의료용 대마초 합법화를 추진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협회 주도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을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마리화나에 포함된 68 여개의 카나비노이드(cannabinoid) 중에서는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tetrahydrocannabinol, THC)과 카나비디올(cannabidiol, CBD), 크게 이 두 가지 성분이 주류를 이룬다. THC와 CBD가 인간에게 항 정신성 효과를 가지고 환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왜 환각을 일으키는 것일까? 체내에 카나비노이드 수용체가 있기 때문이다.

1992년에 밝혀진 엔도카나비노이드(endocannabinoid)는 anandamide(N-arachidonoylethanolamide 또는 AEA)와 2-arachidonoylglyceride(2-AG) 두가지다. 천연 진통 및 항염증 물질인 이들에 작동하는 카나비노이드 수용체로는 CB1과 CB2가 알려져 있다. 둘 다 G-protein-coupled receptor이다. CB1은 주로 뇌에서 발현하며 말초 조직에서도 소수 발현되고 CB2는 면역세포와 조혈세포에서 주로 발견되고 있다.

배고파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엔도카나비노이드가 분비되고 이 호르몬의 역할은 평소에 먹지 않던 음식이나, 혹은 새로운 음식이라도 무리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선사 시대에 음식이 희귀할 때의 유산으로 추측할 수 있다.

엔도카나비노이드가 분비되면 사람은, 평소보다 더 먹게 되고, 먹은 것들은 체내에 저장된다. 그것도 에너지를 저장하도록 만들어진 탱크, 장간막에 위치하는 '복부 그물막'에 저장한다. 이 복부 그물막에 저장되는 지방은 알다시피 복부 비만의 원인이 되고, 지나칠 경우 신장과 신장을 통하는 정맥을 압박해 혈압을 올리고, 신장 기능을 떨어뜨려 피곤하게 만든다.

대마초의 흡연을 엔도카나비노이드 시스템으로 설명하면 카나비노이드의 체내 침투로 식욕을 증진시키지만 반대로 CB1의 억제는 식욕을 저하시켜 비만의 치료에 유용하다고 알려져 있다.

엔도카나비노이드 AEA와 2-AG 발견 이후 카나비노이드 수용체가 비만과 식욕 억제에 이런 기전이 있는 것을 거대제약사들이 놓칠리 없다. 1990년대 후반부터 제약사들은 비만치료제 개발을 위해 경쟁적으로 카나비노이드 수용체 선택적 길항제(CB1) 개발에 뛰어들었다.

사노피의 리모나반트(Rimonabant)는 CB2 수용체에 비해 CB1 수용체에 1000배 이상 친화력을 가지고 있는, 강력하고 선택적인 CB1 길항제로 간에서 대사되며 담즙으로 배설된다. 말초에 분포되는 양이 큰 관계로 비만인에서 비비만인에 비해 2배의 긴 반감기(16일)를 보인다.

리모나반트는 최초의 CB1 수용체 차단제로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2006년 승인을 획득했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은 받지 못했고 결국 2008년에는 부작용으로 판매 회수를 단행했다.

화이자도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여 진행해 오던, 카나비노이드 수용체 선택적 길항제(CB1)로 개발 중이던 비만 치료제 실험약인 오테나반트(Otenabant, CP-945,598)의 3상 임상 시험을 2008년에 중단했다.

머크의 CB1 수용체 역작용제(inverse agonist)인 타라나반트(Taranabant, MK-0364)는 환자들의 체중을 감소시키는데 도움을 줬으나, 고용량을 복용한 사람들이 우울증, 불안, 과민함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타라나반트는 앞서 개발을 중단한 두 길항제와 차별적으로 역작용제(inverse agonist)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고, 이러한 특별한 특성이 마지막 희망이었다. 그러나 2008년 기대를 저버리고 같은 계열의 약품에 의해 야기된 여러 가지 문제점으로 인해 개발을 중단하기로 결정됐다.

2008년은 빅파마들의 참담한 패배였다. 식욕을 조절하는 것으로 기대됐던 카나비노이드 길항제 약품들은 우울증과 자살충동 등 신경관련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2016년 10월 20일 에 CB1의 3차구조가 발표됐다. 수용체 구조 연구는 여러 합성 카나비노이드들이 왜 심각하고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반응을 일으키는지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빅파마들이 다시 카나비노이드 수용체 선택적 길항제(CB1)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 있을까? 당연히 한번 실패한 곳은 다시 찾기 어렵다.

따라서 화학적으로 만든 카나비노이드 물질이나 카나비노이드 길항물질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자연상태로 존재하는 대마의 68가지 카나비노이드를 사용하자는 것으로 돌아간 것이다. 어떤 경우 인간의 한계는 자연을 넘어설 수 없다. 최근 세계적으로 마리화나 합법화 바람이 불고 있는 이유가 대안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종종 마리화나가 무해한 마약이라고 말하지만 많은 부정적인 영향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흔히 경시하는 것들 중 하나가 의욕상실 증후군이다. '무동기(Amotivation)'라는 단어 하나가 마리화나 중독자를 진정한 '사회적 왕따'로 만든다. 또한 만일 의료용 마리화나가 부흥한다면 분명 의료용 마리화나 재배에 대한 이슈가 부각될 것이고, 이를 당국에서 어떻게 규제하고 대응할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지난해 8월 10일자 기사에서 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본부는 "의료용 대마를 치료에 사용할 경우 난치성 뇌전증 환자 등 상태가 호전될 수 있는 환자들이 존재한다. 관련 협회를 설립해 직접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의료용 대마 사용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 미국 등 해외 여러 국가들은 의료용 대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따로 마련하고 있다. 한국도 의료용 대마에 대한 임상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데 어떤 의사도 연구를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한국카나비노이드협회 창립, 의료용 대마 임상연구 진행 및 가이드라인 마련"]

누가 이런 문제점들을 연구하고 제대로 관리할 것인가? 의료용 대마에 대해 우려하는 오남용과 부작용, 유통 및 사용상 문제 등에 대해 식약처와 함께 같이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며, 결과적으로 의료용 대마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의 개진과 인식의 개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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