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심 "급성 감염증 의심하고 입원시켜 염증수치 결과 확인했어야"…대법원 "급격한 악화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고열로 외래를 찾았다가 급성 장염으로 진단받아 귀가한 환자가 하루 만에 패혈증 쇼크로 사망하면서 해당 환자를 귀가시킨 의사가 '업무상과실치사' 죄로 기소됐다.
원심은 해당 의사가 환자의 혈액검사 등 결과가 정상치보다 높았음에도 급성 감염증 등을 의심하지 않고 귀가시켰다며 유죄를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의료과실'은 악결과를 피할 수 있었는데도 그렇지 못한 점이 인정 돼야 하나 이번 사건의 의사는 갑작스러운 악화를 예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이 의사 A씨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 형사소송을 파기 환송하는 결정을 내렸다.
내과 전문의인 A씨는 고열 등의 증상으로 외래를 찾은 환자 B씨에 대해 일반혈액검사 및 일반화학검사, 간초음파검사 등을 실시했다.
A씨는 B씨의 일반혈액검사 결과에서 백혈구 수치가 정상치보다 높았음에도 염증 수치인 C-반응성단백질(CRP) 수치를 확인하지 않은 채 대증적 처치만 하고 B씨를 귀가시켰다.
문제는 B씨가 향후 패혈증 쇼크 상태로 인한 다장기부전으로 사망에 이르면서 검찰은 A씨를 업무상과실치사로 기소했다.
검찰은 A씨가 급성 감염증을 의심해 B씨를 즉시 입원시키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 업무상과실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원심은 B씨에 대한 일반혈액검사와 일반화학검사 결과, 급성 감염증이 의심돼 원인 규명이 필요했는데도 A씨가 B씨를 입원시키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
원심 재판부는 A씨가 B씨에게 일반적인 급성 감염증의 치료법인 혈액 등의 배양 검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수액 요법과 경험적인 항생제 요법을 시행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A씨는 일반화학검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B씨에게 소화기계 증상과 통증에 대한 대증적 처치만 하고 B씨를 귀가시킨 것은 업무상과실이 있다고 보아 유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A씨의 항고에 대법원은 "의료과오사건에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려면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고 또 회피할 수 있었는데도 예견하거나 회피하지 못한 점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의사의 과실이 있는지 여부는 같은 업무 또는 분야에 종사하는 평균적인 의사가 보통 갖추어야 할 통상의 주의의무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 수준, 의료환경과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사에게 진단상 과실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의사가 비록 완전무결하게 임상진단을 할 수는 없을지라도 적어도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진단 수준의 범위에서 전문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료상의 윤리, 의학지식과 경험에 기초하여 신중히 환자를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함으로써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이를 회피하는 데에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했는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급성 장염으로 진단하고 그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시행한 대증적 조치나 C-반응성단백질 수치 결과가 확인된 이후 피해자에 대한 입원 조치를 하지 않은 것에 의료상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해자에게 패혈증, 패혈증 쇼크 등의 증상이 발현돼 하루 만에 사망할 정도로 급격하게 악화될 것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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