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마취과 의사, 올 들어 5명 '사직' 왜?

저수가∙고위험∙고부담인 필수마취 분야 꺼려 대학병원 떠나는 추세…봉직의 공고에 '고스펙' 교수들 지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수술실 필수인력인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들이 대학병원을 떠나고 있다. 과도한 업무부담과 소송 우려가 있는 대학병원 대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고수익까지 챙길 수 있는 개원가와 봉직의 자리를 택하고 있는 것이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아산병원 교수와 전임의 등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5명이 줄줄이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났다. 

병원 측은 현재 근무 중인 마취과 의사(전문의·전공의 포함)가 110여명이고, 추가로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라 별다른 차질은 없을 거란 입장이지만 마취과 의사들은 이번 사안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국내 최고의 병원 중 하나인 서울아산병원 마취과 의사들의 줄사직이 마취과 의사들의 대학병원 이탈의 본격화를 알리는 신호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필수마취 분야 인력 이탈 심각…수술실 CCTV 의무화도 영향

특히 마취통증의학 분야 중에서도 필수 마취분야로 불리는 심장수술, 중증외상, 소아, 분만 분야를 담당할 의사들이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마취통증의학과 중에서도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고 업무 부담 및 법적 리스크가 큰 분야들이다. 

고질적 저수가도 마취과 전문의들의 시선이 대학병원 밖으로 향하는 원인 중 하나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에 따르면 마취료의 원가 보전율은 72.7%에 불과하다. 병원이 투입하는 인적, 물적 자원까지 고려하면 실제 원가 보전율은 50%도 안 될 거라는 게 학회의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9월부터 시행되는 수술실 CCTV 의무화법은 마취과 의사들의 대학병원 이탈 분위기에 결정타를 날린 것으로 보인다. ‘1인 1수술방’ 원칙에도 불구하고 마취과 인력이 부족한 병원들에선 마취과 전문의 1명이 여러 개의 수술방을 맡는 경우가 있는데, 앞으로 CCTV에 이 같은 장면이 담기면 의료사고 발생 시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지금껏 필수 마취 분야를 지켜왔던 이들마저 하나 둘씩 대학병원을 떠나고 있다. 저수익∙고위험∙고부담의 대학병원 대신 상대적으로 위험 부담이 덜하고,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자리로 향하는 것이다.   

바른신경외과 김도연 원장은 “요즘 마취과 봉직의 공고를 내면 상상도 하기 어려운 스펙의 교수 출신 전문의들이 지원한다”며 “채용하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라고 했다.

전공의 정원 확대하고 비정상적 저수가 현실화해야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이 같은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마취통증의학과를 택한 젊은 의사들 중 필수 마취 분야를 택하는 이들이 줄고 있는데, 기존 전문의들 마저 떠나면 필수 마취 공백이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학회는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 정원 확대를 통해 인력난이 더욱 심각한 지방 소재 의료기관들의 급한 불을 끄는 동시에, 비현실적인 수가도 정상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회 관계자는 “정부가 전공의 정원을 늘려주면 필수 분야 마취과 인력이 상대적으로 더 부족한 지방과 비수도권으로 인력을 유도할 것”이라며 “특히 수련 환경이 좋은 지방 광역시 위주로 정원을 배정하면, 그나마 해당 지역에서 전문의로 남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어 “결국은 수가도 올려야 한다. 특히 필수 마취 분야는 수가 인상이 필수”라며 “이 외에도 온콜 당직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학회는 마취통증의학과가 전공의 지원율이 높다는 이유로 필수의료 논의에서 제외된 상황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지원율이 높은 건 맞지만 그 안에서도 통증 분야와 비필수 마취 분야로 인력이 쏠리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필수의료라는 게 결국 최종치료는 수술이고 수술을 하려면 마취과 의사는 필수”라며 “관련 협의체에 마취과도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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