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검사 시장의 새로운 문을 열었다

[기획①] 질병위험도 검사 승인 이어 사전승인 제도안 발표

사진: 위키미디어
 
[기획] 2017 미국 식품의약처(FDA)의 규제개혁

올해 초 내과 전문의 출신인 Scott Gottlieb 박사가 미국 식품의약처(FDA) 수장으로 합류하면서 FDA 내에서 다양한 규제 개혁이 진행되고 있다. Gottlieb 박사는 FDA 처장으로 임명되기 전부터 의약품 임상시험 및 허가과정의 효율화와 제네릭 의약품 관련 규제 완화 및 가격 경쟁 강화 등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다. 그의 임명을 놓고 지나친 규제 완화로 환자의 안전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으나, 한편으로는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수용하고 산업화해 혁신 성장을 돕는다는 평가도 있다. 올해 FDA가 발표한 새로운 규제정책 가운데 국내 정책 및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을 모아 정리했다.

① 유전자 검사 시장의 새로운 문을 열었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미국 식품의약처(FDA)는 4월 소비자 직접 의뢰(DTC) 유전자검사 사용 가능 범위를 확대한 데 이어, 11월 질병 위험도 유전자 검사(GHR)에 대해 사전 승인(Pre-Cert) 제도안을 발표하는 등 유전자 검사에 대한 규제 개혁의 문을 활짝 열면서 본격적인 개인 맞춤형 치료 시대를 예고했다.

한창 달아오르던 DTC 시장은 2013년 11월, FDA가 유전자 정보 분석 기업 23andMe의 유전자 검사 장비 판매 중지 명령을 내리면서 한동안 얼어붙었다.

당시 23andMe는 99달러라는 저렴한 가격에 120여개 질병 위험도, 50여 개 유전인자 보유 현황, 20여 개 약물에 대한 반응, 60여 개 유전적인 특징을 분석하는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FDA는 경고장을 통해 개인 유전체 서비스(PGS)의 BRCA 관련 질병 위험 및 와파린 민감도나 클로피도그렐 반응, 5-플루오로 우라실 독성과 같은 약물 반응 결과를 예로 들며 우려를 표했다.

BRCA 분석 결과에서 긍정 오류가(false positive)가 발생하면 환자는 불필요하게 예방적 수술이나 치료, 스크리닝을 받게 되고, 반대로 부정 오류(false negative)가 발생하면 실제로 위험이 있음에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또 약물 반응 평가에 대해서도 검사 결과에 의지해 환자가 투여량을 스스로 변경하거나 특정 요법을 포기할 위험이 있다.

판매 금지로부터 15개월가량이 지난 2015년 2월, 23andMe는 블룸 증후군 검사로 FDA 허가를 받았다. 블룸 증후군은 상염색체 열정 유전 질환으로, 비록 보인자 확인에 국한됐지만 DTC 유전자 검사로는 처음으로 FDA 허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FDA는 이 검사를 2등급으로 분류하면서 DTC의 장벽을 약간 낮췄다. 미국은 의료기기를 세 가지 등급으로 분류하는데, 판매전 승인(PMA)을 받아야 하는 3등급과 달리 2등급은 판매전 신고만 하면 된다. 동력식 휠체어, 마취 장치, 심전계 등이 같은 등급에 속한다.
 
사진: FDA 홈페이지

이어 올해 초 FDA가 23andMe의 GHR 검사를 파킨슨병, 셀리악병, 유전적 혈전 기호증 등 10개 질환 또는 증상에 대한 질병 위험도 예측 검사로 허가하면서 다시 한번 시장을 들썩였다. 특정 질환 또는 증상에 관한 개인의 유전적 소인 정보 제공으로 DTC 검사를 처음 허가한 것이다.

더불어 유전자 검사에 대한 규제 방향을 새로운 심사기준 마련 및 허가 과정 간소화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FDA는 "기존에 합법적으 로 판매되고 있는 낮은~중등도 위험의 의료기기와는 상당부분 달라 새로운 규제 경로를 통해 GHR 검사에 대한 데이터를 검토했고, 검사의 정확성, 신뢰성, 임상적 타당성에 관한 '스페셜 컨트롤'이라는 기준을 확립했다"며 "스페셜 컨트롤이 충족되면 유사 질병 위험도 예측 검사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합리적으로 보장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스페셜 컨트롤을 바탕으로 제조사들이 가능한 한 빨리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Gottlieb 박사는 11월 발표한 성명서에서 "지난 6개월간 FDA는 완전히 새로운 의료 기술에 대해 개발을 장려하면서도 안전성과 효능을 보장하고, 최소한의 부담으로 통계적·임상적 타당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접근법에 대해 고심했다"고 말했다.

Gottlieb 박사는 두 가지 예시를 들었다. 하나는 올해 7월 발표한 디지털 이노베이션 액션 플랜에서 제시한 사전 승인 모델이다. 이는 제품이 아닌 제조사 기반의 규제로 조건을 갖춘 기업에 자격을 주고, 간소화된 과정으로 시장에 출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두 번째는 규제 당국이 안전성과 효과성을 어떻게 규제할지를 명확하게 기술하는 포괄적 정책 프레임워크다. 이는 FDA가 현재 세포 기반 재생의료 분야에서 준비하고 있다.
 
사진: FDA 홈페이지

FDA는 "첫 DTC GHR 검사와 보인자 검사를 허가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고, 현재 유연하고 새로운 방식에 대해 적절하게 관리 감독할 수 있는 GHR 검사 규제 시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최근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판매전 리뷰를 면제하는 제도를 쟁점화하고 있는데, 만약 이 제도가 확정되면, GHR 검사가 FDA의 조건에 부합하는지 한 번만 확인되면 이후 새로운 GHR 검사에 대해서는 FDA의 추가 리뷰 없이 시장에 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안전성과 효율성을 보장하면서도 혁신 의약품을 사람들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규제 경로를 간소화하고, 향후 새로운 검사법이나 의약품에서 제조사 기반 규제 접근법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 모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유전체분석기업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 신상철 대표는 이러한 규제 완화의 의미에 대해 "그동안 논문이나 특허를 내는 리서치 시장에서 실제로 소비자가 활용할 수 있는 컨수머, 클리닉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며 "FDA가 DTC 관련 규제를 하나씩 풀면서 유전체 산업이 점점 더 일반 대중에게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유전체 산업을 제한하다가 2014년 1월 FDA 수장이 바뀌면서 규제를 풀기 시작했다"며 "규제가 풀리는 것은 이제 시작으로, 앞으로 몇년 안에 우리가 깜짝 놀랄만큼 많이 풀려 일반인들도 손쉽게 유전체에 다가가고 활용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전체검사 # DTC # GHR # FDA

박도영 기자 ([email protected])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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