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급 위해 무리한 내용 담은 '의대 학사 운영 가이드라인' 발표…"휴학 승인 절대 불허·의대 증원도 철회 불가"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해 교육과정 및 평가를 학기 단위가 아닌 학년 단위로 조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파격적인 의과대학 학사운영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다수 의대생들이 1학기 교과목을 정상 이수하지 못했음에도 진급을 허용하려는 내용을 담고 있어 특혜 논란,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교육부는 내년도 신입생 입학과 의사인력 수급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10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서울본관브리핑실에서 의과대학 학사 탄력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의대생 집단 유급=의료인력 수급 차질…교육부 "절박한 심정으로 의대생 복귀 촉구"
이날 이 부총리는 가이드라인 발표에 앞서 현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의과대학 학사운영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으며 통상의 학사운영 기준을 적용할 경우 대다수 의대생이 유급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는 곧 의료인력 수급의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이러한 걱정과 우려 때문에 대학 현장에서는 탄력적 학사운영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요청하고 있다"며 "교육부는 이러한 대학의 요구를 수용하고 대학별 사례 검토 및 대학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의과대학 학사 탄력운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부총리는 국민들을 향해 "이번 가이드라인은 의대생 개인에게 특별한 혜택을 주고자 추진하는 조치가 아니다. 의료인력 수급 차질로 인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것임을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실제로 이번 조치는 의대생에 대한 지나친 특혜이고, 타과 학생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만한 파격적 조치다.
이에 대해 이 부총리는 "환자가 최우선이 아니겠나"라며 "환자들이 많은 고통을 겪고 있고, 미래 의료인력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 정부가 내린 조치"라고 강조했다.
의대생들을 향해서는 "이제 집단행동을 멈춰야 한다. 제자리로 돌아와 학업에 복귀해야 한다. 여러분이 학업에 복귀한다면 유급에 대한 걱정이나 학업에 대한 부담 없이 학교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와 대학은 최선을 다하겠다"며 재차 절박한 심정으로 의대생들의 복귀를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이 부총리는 의대생들의 복귀 요구 중 하나인 의대정원 증원 전면 백지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여전히 일관된 모습을 보였다.
이 부총리는 "정부가 처음에 2000명 증원을 발표했다가 의료계와 의대생, 전공의 요청에 따라 올해 1500명 규모로 모집 인원을 조정했다. 대통령과 총리도 여러 번 강조했지만 2026학년도 의대정원은 의료계가 과학적 근거에 의해 통일된 안을 제시한다면 얼마든지 대화하겠다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복지부의 전공의에 관한 조치도 있었다. 이제는 정말 돌아와야 한다.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고, 의료계의 요구 사항이 많이 수용된 만큼 전공의와 학생들은 돌아와야 한다. 정부도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유급 막는 '학년제' 전환, 1학기 보충 학기 개설해 공백 막는다…추가 의사국시도 검토
이날 정부가 마련한 의대 학사 탄력운영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에는 첫째, 의대생들의 유급을 막기 위해 의대 교육과정 및 평가 운영을 학기 단위가 아닌 학년 단위로 전환하는 것이 포함됐다.
이 부총리는 "이는 현재 상태에서 2024학년도 1학기 학생 성적 처리를 마감하지 않고 학생들이 학교로 복귀한 이후에도 그간의 학습 결손을 보충할 수 있도록 학년 말까지 기간을 확보하기 위함이다"라며 "이 수업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교과목에 대해서는 미완의 학점인 I(incomplete)학점을 부여하는 조치 등을 통해 학생들이 일정 기간 내에 학습 결손을 보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각 의대에 2024학년도에 한해 의대생 유급에 대한 판단 시기, 대상, 기준 등을 달리 적용할 수 있도록 한시적 특례 조치를 마련하라고 요청했다.
이 부총리는 "내년도 입학 정원 확대를 고려할 때 현 의예과 1학년 학생들에 대해서는 대학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현행처럼 학기 말 또는 학년 말에 일정기준으로 유급을 결정하기보다는 2학기 또는 상위 학년에서 재이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향후 의예과에서 의학과로 진급 시 요건 충족 여부 등을 최종 확인하는 방식으로 유급을 결정하는 등 유급 제도 운영을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두 번째 가이드라인에는 학생들이 학교로 복귀한 이후 지난 학기 학업 공백을 보충할 수 있도록 학기 조정 및 교육과정 개편의 내용이 담겼다.
이 부총리는 "2024학년도 1학기 교과목 이수 기간을 연장해 2학기와 병행 운영하거나 2024학년도 1학기를 보충하는 학기를 개설하는 등 학생들이 학업 부담 없이 학습 결손을 보충할 수 있도록 대학별, 학년별 상황과 여건에 맞는 방식을 활용해 달라"고 말했다.
특히 교육부는 기존에 수업을 응시하는 의학과 4학년을 위해 예정대로 의사국시를 시행하는 한편, 복귀하는 의학과 4학년들에게도 의사 국가시험 추가 응시 기회 제공을 위해 2025학년도 의사 국가시험 추가 실시도 복지부와 함께 적극 검토하고 있다.
세 번째는 등록금 및 장학금 관련 조치에 대한 사항이다.
이 부총리는 "2024학년도 1학기 학습결손 보충을 위한 별도의 학기나 과정이 새롭게 개설되는 경우, 수업에 복귀하는 학생들에게는 이러한 추가 학기 등록과 관련해 재정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의대 학사일정 변경을 고려해 국가장학금 신청 기간 연장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은 학생들과 소통 및 지원에 관한 조치다.
이 부총리는 "각 대학에서는 학사 탄력운영 조치에 따른 변경 사항을 학생들에게 개별 안내하고 대학 내 의대생복귀상담센터 등을 통해 학생 개별 상담을 적극 추진해 달라"며 "특히 학생들이 수업 복귀 이후 어려움 없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각 학교의 계획을 학생들에게 세심하게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휴학 승인 '절대 불허' 방침 고수…"부족한 실습시간, 겨울방학 동안 이수하면 돼"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교육부가 마련한 가이드라인이 강제 사항인지, 만약 학칙 개정 과정에서 교수들의 반대에 부딪힐 경우 대안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이 부총리는 "이번 가이드라인을 40개 의과대학 총장들의 요청에 따른 조치이다. 물론 이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이슈나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대학의 자율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의료수급체계의 안정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안이기에 정부가 의지를 갖고 개별 대학과 협의해 학생들이 돌아올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휴학 승인 불가 방침은 유효한 지를 묻는 질문에는 교육부 최은희 인재정책실장이 "교육부가 그간 견지했던 입장과 동일하다. 집단적인 동맹휴학은 법령에서 정한 정당한 휴학 사유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여전히 휴학 승인은 절대 불허한다는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보통 의학과의 1학기 실습기간은 모두 19주이고, 겨울방학은 5주 정도밖에 없는데 이 안에 실습 보충이 모두 가능할 것으로 보는 지를 묻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최 인재정책실장은 "학교마다 상황이 다르다"면서 "지금으로서는 학생들이 돌아와 적정기간 실습과정을 이수한다면 의사 국시를 치르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는 게 복지부와 교육부의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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