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바이오 분야를 제2 반도체 사업으로…바이오의약품 시장 자율 약가정책" 건의

건약 "바이오시밀러 약가는 이미 오리지널의 70~80% 특혜…삼성 이윤 극대화 대책 안돼"

▲삼성바이오로직스(왼쪽)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전경. 사진=각 회사 

삼성전자가 경제 활성화와 신(新)산업 육성을 위해 향후 3년간 18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을 8일 발표했다. 삼성은 바이오 분야를 제2의 반도체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MO(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특허가 만료된 생물의약품에 대한 복제약) 개발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6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만난 가운데, 삼성 측은 약가를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바이오 산업의 규제완화를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보도자료를 통해 “바이오 사업은 오랜 기간 동안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고령화와 만성질환, 난치질환 증가 등 사회적 니즈(needs)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라고 밝혔다. 

삼성은 “바이오시밀러 제품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6~7년 간 약 2000억원의 개발비가 필요할 정도로 장기 투자가 필수적”이라며 “2010년 삼성의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선정된 바이오 사업은 업계의 예상을 뛰어넘는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다”고 했다.

이어 “삼성은 2010년 삼성서울병원 지하 실험실에서 12명으로 바이오 사업을 시작했다. 2011년 4월 인천 송도 매립지 위에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고, 2012년 2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하는 등 바이오 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은 “현재 2800여 명의 임직원이 송도 캠퍼스에서 바이오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CMO 세계 3위 기업으로 성장했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2년 회사 설립 이후 짧은 기간 동안 바이오시밀러 제품 3종을 출시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계획에 대해 약사들로 구성된 시민단체는 삼성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약가 혜택을 줘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약)는 “삼성 측은 미국과 유럽에선 오리지널 의약품 약가 강제 인하 규정이 없다고 했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시장 경쟁에 참여해 합리적 약가를 형성한다면 중장기적으로 정부의 의료비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라고 했다. 이어 “제약 산업이 자율적으로 약가를 결정하는 미국은 세계 최고의 약가를 자랑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개인파산 1위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건약은 국내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이미 다양한 혜택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건약은 “기존 합성의약품은 제네릭 등재 이후 1년 뒤에 53.55%로 상한가가 떨어진다. 하지만 바이오시밀러는 특허 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의 70%까지 보험약가를 받고 있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2016년 10월부터 혁신형 제약기업이나 이에 준하는 기업, 국내 제약사와 외자사간 공동계약을 체결한 기업이 개발한 품목, 우리나라가 최초 허가국인 품목, 국내에서 생산하는 품목 등을 약가를 80%까지 보장해주고 있다. 
 
건약은 “4차 산업 혁명의 한 축으로 바이오의약품 산업 육성을 외치는 정부는 연구개발 지원, 허가 우대 등 다양한 특혜를 쏟아내고 있다”라며 “삼성에 의한, 삼성을 위한, 삼성의 바이오의약품 약가 정책으로 야기될 건강보험 재정 파탄과 국민 건강권 위험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불거진 분식회계 논란도 거론했다. 건약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2905억원인 자산을 시가 4조 8806억원으로 부풀려 분식회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콜옵션 공시를 누락한 혐의로 금융위원회로부터 검찰에 고발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건약은 “삼성이 국내 건강보험체계를 뿌리째 흔드는 요구를 하는 이유는 ‘이재용표 사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라며 “정부가 고민할 것은 불법을 자행한 삼성의 더 높은 이윤 보장을 위한 방책이 아니다. 경제를 교란시키는 삼성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이라고 했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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