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에도 폭행 위협에 노출된 응급실 의료진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3화. 응급실 폭행 

전북 익산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또 의료진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동영상을 확인해보니 가해자는 응급실 의사의 얼굴을 팔꿈치로 가격했고 보안 요원이 말리는 상황에서도 피해자의 얼굴을 발로 찼다. 가해자는 경찰에 연행되면서도 피해자에게 살인 예고 협박을 했다. 

그리고 그 가해자는 조사를 받은 다음 손이 아프다는 이유로 귀가했다고 한다. 

이 사건에서 우리 사회의 심각한 안전불감증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응급실은 항상 불 타고 있는 집과 같다. '골든 타임'이라는 단어를 국민들도 잘 알다시피, 응급실은 일분일초에 따라 인간의 생명이 갈리는 곳이다.

응급실에서 의사, 간호사를 포함한 의료진의 역할은 절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응급실 의료진의 진료 차질이나 공백은 다른 환자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응급실은 주취자들의 폭행에 무방비로 노출된지 오래다. 응급실에서 근무해본 의사의 90% 이상이 주취자들의 폭행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런 응급실 폭행이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 때문이다. 주취자들의 응급실 난동이나 폭행 사건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관대함, 즉 안전불감증에 원인이 있다.  

그러다 보니 가해자가 이종격투기에서조차 금지되는 '엘보우 공격', '사커킥'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을 언급한 살인 예고를 했더라도 강하게 제지받거나 처벌받지 않는다. 경찰마저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폭행 당시의 자극적인 동영상이 공개돼 이슈화가 된 다음에서야 경찰은 뒤늦게 구속수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2016년 응급실 진료 중 폭행시 가중처벌하는 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대부분 약식 기소, 불구속 수사, 벌금형 등의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돼왔다. 이번 사건도 이렇게 이슈화되지 않았다면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 밤 어딘가 또 다른 응급실 의료진은 폭행에 노출돼 있다. 가장 안전해야 할 곳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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