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한방 의료기관이 교통사고 환자에게 약침 시술을 하면 회당 2000원의 수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약침을 유통시키고 있는 대한약침학회 대표가 약침 불법 제조 혐의로 징역 3년, 벌금 541억원을 구형 받았고, 법원 선고가 임박한 상황에서 국토교통부가 수가 신설을 서두르자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7일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기준을 일부 개정했다고 공고했다.
개정된 기준을 보면 한방 시술 및 처치료 항목으로 분류된 약침 시술에 대해 회당 2000원의 수가를 신설했다.
대한약침학회에 따르면 약침은 한약재 등에서 추출, 정제, 희석, 혼합 또는 융합한 약액을 주사기에 넣어 침을 놓는 자리(경혈, 경대, 경근, 관절 등)에 자입 하거나 투입 또는 매몰하는 한방 의료행위를 의미한다.
약침의 종류를 보면 살이 빠진다는 '산삼약침', V라인과 동안피부를 만들어준다는 '윤곽약침', 단단한 암을 부드럽게 하고, 암을 녹인다는 '천연항암약침', 피부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생기약침', 인체의 면역력을 높여 만성질환, 퇴행성질환, 알러지 등 난치성 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면역약침' 등 수백종에 달한다.
특히 한의사들은 산삼약침이 다이어트, 면역력 증강, 전립선비대증, 난임, 암 치료 등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사실상 만병통치약처럼 투여하고 있다.
한방에 대한 특혜 의혹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약침 수가를 신설한 것은 좋지 않은 선례로 남을 것이란 비판이 적지 않다.
우선 이들 약침은 안전성과 효과가 검증된 바가 없다.
전의총은 "약침은 보건당국으로부터 효과와 독성에 대해 완벽한 임상시험을 거친 바 없다"면서 "이 때문에 건강보험 급여항목에 등재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약침의 자보수가 등재에 반대해 왔다.
2014년에는 맹물을 산삼약침으로 둔갑시켜 암환자들에게 투여한 한의사가 기소되는 사건도 있었다.
무엇보다 대한약침학회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앞둔 상황에서 국토교통부가 약침 수가를 신설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전국에 유통중인 약침 상당수는 대한약침학회에서 제조된다.
이에 대해 검찰은 대한약침학회가 불법으로 약침을 제조했다며 학회 대표를 기소해 징역 3년에 벌금 541억원을 구형한 상태다.
대한약침학회에서 약침을 구입한 한의원 역시 수 천 곳에 달하고, 심평원은 해당 약침을 시술한 한의원에 대해 환수 처분을 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조만간 이 사건에 대한 판결을 선고할 예정인데 만약 법원이 유죄를 선고하면 약침 수가 신설은 사실상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토교통부가 소송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서둘러 약침 수가를 신설한 것은 한의사들에게 대한 특혜라고 주장하고 있다.
보험업계도 판결을 지켜본 후 수가 신설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국토교통부가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관계자는 "약침은 식약처의 품목허가조차 받지 않았고, 효과도 검증된 바 없다"면서 "그럼에도 정부가 자보수가로 인정한 것은 한방에 대한 특혜이며,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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